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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정현의세상보기]부시의 가면

문정현 신부( 1) 2003.02.20 22:51

부시가 광화문에 나타났다. 달라와 성조기가 어지럽게 박힌 넥타이를 맷다. 별 다섯 개의 계급장이 까만 놈 오른 쪽, 빨간 놈을 왼쪽 어깨에 단 원쑤 부시가 나타났다. 까만 색의 “US ARMY”가 꺼꾸로 왼쪽 가슴에 붙어있었다.

복장을 자세히 보니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Irag라고 박힌 드럼통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바보 같은 모습으로 힘을 과시하는 듯 서 있다. 늙은 수녀 한 분이 부시에게 삿대질을 하며 "회개하라!"고 외친다. 부시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왜 뉴욕 쌍둥이 빌딩이 자살공격에 왜 힘없이 무너졌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알면서도 그걸 묵살하고 있는 것이다.

미제국주의의 오만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보 부시다. 오일 때문에 이라크 전쟁을 이르키려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세상 사람이 말려도 꼭 전쟁을 이르킬 기세다.


이라크 전쟁 반대, 한반도 전쟁위협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

- 2003년 2월 14일 오전 11시광화문 한국통신 앞
- 행사 주최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가톨릭 평화지기



웃지못할 우리 정부의 태도는 한심하기만 하다.

경찰은 부시의 가면이 혐오감이 든다며 기를 쓰고 벗기려 했다. 드럼통을 내려놓고 가면을 벗지 않으면 즉결처분하겠다고 공갈을 쳤다. 바로 옆에 미국 대사관이 서 있다. 그렇다고 그렇게 충성할 수 있는가!

잠시 일인시위 형태로 행렬을 허용했지만 상부의 전화를 받았는지 방패로 가로 막았다. 이유가 바로 "부시 가면의 혐오감"이었다. 뒤늦게 경찰은 자의적 판단을 했나보다. 이로써 경찰의 태도가 완전히 바꿔졌다.

경찰은 드럼통을 빼앗아 정원수 사이에 처박았다. 최병수 작가를 연행하려 했다. 수녀님들이 데들어 연행을 저지하였다. 나는 작가를 순찰차에 태우려했다. 나는 순찰차 문앞에 앉아 제지하였다.

숨가픈 시간이었다. 하마터면 미국 대통령 부시가 한국 경찰에 의해 연행되어 국제뉴스거리가 될 뻔하였다. 이 웃음거리을 본 기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이 와중에 캠코더를 빼앗겼다. 오랫 동안 초점없이 찍혔다. 그러나 숨가픈 목소리들이 담겨있었다. 연행되는 순간의 영상을 놓치고 말았다. 찍은 테이프 한 개도 없어졌다.

그 바람에 이 동영상 제작은 반쪽이 되고 말았다. 앞에 기자회견 장면과 연행과정을 잃고 말았다. 편집하는 동안 아쉬움이 컸다. 지금이라도 꼭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최병수작가는 “설치미술가”다. 작은 드럼통을 시장에서 구입하고 군복, 계급장, 등은 이태원에서 구했다. 오늘 이 퍼훠먼스를 위하여 여러 날을 바뿌게 지냈다. 큰 이벤트였는지 사진 기자들의 열띤 취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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