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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권주평] 교육행정정보시스템과 인권(2)

평화와인권( 1) 2003.02.23 18:21

현재 진행되고 있는 NEIS가 이러한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를 살펴 보자.


^nEIS의 어디에도 정보주체의 사전동의권을 보장하는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보의 주체인 학생의 의사를 고려하는 내용은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가령 부모의 신상에 관한 수많은 정보들의 경우, 그 주체는 부모 자신이다. 그런데 NEIS는 학생으로 하여금 부모의 신상정보를 수집해서 교사에게(정확하게는 국가에게) 제공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국가가 정보의 수집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NEIS는 정보주체의 사전동의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다.

명확한 목적 없는 정보수집


^nEIS는 목적명확화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가? 목적명확화의 원칙이란 정보수집의 목적이 구체적이어야 할 것, 표현을 달리하면 망라적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한다.

목적명확화의 원칙을 가리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어떠한 목적을 위하여 (정보의) 진술이 요구되는지, 그리고 어떠한 연결가능성과 이용가능성이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명확성이 존재하는 경우"라고 말하고 있다.


^nEIS는 학생과 관련한 막대한 양의 인적 정보를 수집·저장·이용·전달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NEIS가 그 목적으로 천명하고 있는 '교육행정의 전자정부화'는 그 개념 자체가 지극히 포괄적이고 막연하다. 목적 자체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수집하고자 하는 정보의 양이나 그 내용이 포괄적일 수 밖에 없다.


^nEIS에 의하여 수집·저장되는 정보를 들여다보면, 해당 학생의 신상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NEIS는 학생만을 관리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부모도 관리대상으로 삼고 있다. NEIS는 목적명확화의 원칙에도 반한다. NEIS에 의하여 수집된 수많은 정보들은 시·도교육청에 집중되고,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를 전국단위화하여 전국의 모든 학생들의 신상정보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된다. 정보의 집중과 자유로운 유통이 그만큼 수월해지는 것이다.

특정 국가기관이 국민 개개인에 관한 정보를 집중관리하게 되면, 정보권력분립의 원칙이 파괴된다. 정보권력분립이란 국가기관은 자신의 목적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그것도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어 수집하고, 그것이 자유롭게 유통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정보를 통하여 국가기관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원리를 말한다.

법치주의·기본권 제한 원칙 침해


^nEIS는 또한 그 법률적 근거가 불투명하다. 국가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 제한과 관련된 행위이다.

그것이 강제성을 띠는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정보주체는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국가의 강제력에 의하여 자신의 인적 정보를 국가권력 앞에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권력이 이러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로써 정보수집의 목적·내용·기관·요건·절차·제한·권리행사·권리침해시의 구제절차 등 개인정보 수집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명확하게 규정해 놓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의미의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 NEIS는 법률적 근거도 없이 학생의 개인정보를, 그것도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법치주의의 원칙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고, 기본권 제한의 일반원칙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nEIS는 학생 개개인을 국가권력의 관리객체, 통제객체로 삼고 있다. 정보의 주체여야 할 학생이 정보의 객체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NEIS를 통하여 국가권력은 학생을 꾸준히 관리·감시할 수 있다.


^nEIS가 추구하는 것은 '전자정부'가 아니라 '전자감시정부'이다. 하나의 정부가 전자감시정부로 변할 때, 그 사회는 이름하여 전자감시사회(electronic surveillance society)가 되는 것이다. 김영삼 정권 말기인 지난 '97년, 정부는 전자주민카드 도입을 강행하려고 했었다. 그 음모는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좌초된 바 있다. 이번에 다시 일선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NEIS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인권침해사업을 벌이고 있다.


^nEIS는 학생이 가지고 있는 정보자기결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다. 그것은 학부모의 정보자기결정권도 침해하고 있다. NEIS는 법치주의의 원칙과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다.


^nEIS는 주체적인 존재로서 자신에 관한 정보의 공개 여부를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 학생을 도리어 국가권력의 관리·감시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고, 이는 결국 우리 헌법의 최고의 가치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다.

전자감시도 세계 최고 되려는가


^nEIS가 추구하는 진정한 목적은 세계 최첨단의 전자감시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다. 학생(장기적으로는 국민 모두)을 '어항 속의 금붕어'(fishbowl existence of human life) 내지는 '유리 인간'(glaeserner Mensch)로 만드는 것이다. NEIS 공작은 지금 당장 파괴되어야 한다.


- 김 승환 / 전북대 법대 교수
-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 3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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