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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권주평] 교육행정정보시스템과 인권(1)

평화와인권( 1) 2003.02.16 15:16

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 NEIS)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nEIS는 교육행정의 전자정부화를 목적으로 하고, 학교현장의 교무·학사·인사·회계·물품·시설 등 교육행정 전반에 관한 정보를 연계하여 처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며, 정보화의 발전추세를 반영하는 유연하고 지속적인 교육정보화를 추진하는 것을 그 전략으로 삼고 있다.

종래 일선학교가 중심이 되어 학사와 교무행정에 관한 정보만을 그 내용으로 하던 것이, 이제는 교육행정 전반에 관한 정보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일선학교에서 수집된 정보들은 모두 시·도교육청이 관리하고, 이들 정보에의 접근이 허용된 사람들은 정보를 가공하여 새로운 정보로 생성·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역시 시·도교육청 서버에서 관리되는 일선학교의 모든 정보를 관리할 뿐만 아니라 이를 가공하여 새로운 정보로 생성·활용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일선학교에서 수집되는 모든 정보는 입력되는 순간 교육인적자원부가 통합하여 관리할 수 있는 정보로 전환되는 것이다.

방대한 정보 누출, 간과되기 쉬워


^nEIS에 의해서 수집되는 정보의 양은 매우 방대하다. '교육행정 전반에 관한 정보'라는 표현이 이를 한 마디로 압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우리의 눈과 귀에 매우 익은 표현이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간과되기 쉬운 용어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눈은 대체로 하나의 표현 밑에 숨어서 꿈틀거리는 물체들에까지는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nEIS의 대상업무는 대영역, 중영역, 세부내용으로 분류되어 있다. 대영역은 기획, 교원인사, 일반직인사, 급여, 교육장학, 보건체육, 재정, 시설, 법인(사립학교의 경우), 기타행정으로 되어 있다(중영역과 세부내용의 소개는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몇 개의 중요한 사안들에 들어가 보기로 하자. 1) 출결관리와 관련하여, 교과담임은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학생에 대한 출결 자료를 입력해야 한다. 수업에 불참한 학생의 불참사유는 수업이 종료한 후 담임이 반별로 마감한다. 2) 성적과 관련하여, 채점이 교과담임에 의하여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진다. 3) 물품 및 교구관리와 관련하여, 학교의 모든 물품을 일일이 입력하고 그 사용내역을 상세하게 기록해야 한다. 언제 누가 어느 물품을 어느 정도로 사용했는지가 정확하게 입력되어야 하는 것이다. 4) 보건과 관련하여, 보건교사는 학생의 개인별 건강기록을 입력해야 한다. 학생의 건강상태, 신체검사, 질병과 치료경과 등에 관한 정보를 해당 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까지 수집하여 입력하여야 한다. 이 정보는 과거의 정보를 삭제하고 최신의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보를 누적하여 입력하는 점이 특징이다. 5) 생활기록부와 관련하여, 학생 자신의 이메일 주소까지 포함하여 15개 이상의 정보가 입력된다. 놀라운 것은 학부모의 신상정보까지도 입력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성명, 주민등록번호는 기본이고, 학부모의 휴대폰 번호, 직업, 학력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학력만 하더라도 무려 30여개 항목으로 세분화시켜 놓고 있다.

학생의 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소지


^nEIS가 국민(특히 학생)의 인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기될 수 있는 많은 쟁점들 가운데서 특히 중요한 것은 NEIS는 학생의 정보자기결정권(Recht auf informationelle Selbstbestimmung)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정보자기결정권이란 국민은 언제 어떠한 한계 내에서 자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것인지를 원칙적으로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를 말한다. 정보자기결정권이 효과적으로 보호되기 위해서는 국민은 자신에 관하여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떠한 기회에 알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법질서는 정보자기결정권을 파괴하는 법질서이다.

독일 헌·재, "사소한 정보는 없다"

이 때문에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은 현대의 정보처리의 여건하에서 그 인적 정보의 무제한의 수집·저장·이용·전달에 대한 개인의 보호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러한 보호는 기본법 제1조 제1항(인간의 존엄)과 결합하여 제2조 제1항(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의 기본권에 의해서 포괄된다. 그 기본권(정보자기결정권을 말함)은 그러한 한에서 자신의 인적 정보의 제공과 이용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스스로 결정하는 개인의 권리를 보장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 판례는 “사소한(중요하지 않은) 정보는 없다”는 명제를 밝히고 있기도 하다. 이것은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 아무리 단순해 보이는 것도 정보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으며, 그것들이 수집·저장되면서 개인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 김 승환 / 전북대 법대 교수
-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 3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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