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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주시 생활임금을 생각하다

보다 많은 노동자에게, 보다 인간적인 삶을

강문식(민주노총 전북본부 교선부장)( smallaction@gmail.com) 2015.11.09 18:02

11월 4일 전주시 생활임금위원회는 2016년 전주시 생활임금을 7,120원으로 결정하였다. 위원회는 적용대상을 기간제노동자 370명에 더해 시설관리공단, 출연기관 노동자 199명을 포함해 569명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자의 기본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되었지만, 현재 최저임금은 노동자 기준임금이 되어 노동자들을 저임금의 수렁에 빠트리는 족쇄가 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013년 8월 현재 208만 명이고 전체 노동자 중 11.4%에 이른다. 2001년에 4.3%였던 것과 비교하면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급격하게 증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최저임금미만율 : 미만노동 ÷ 최저임금적용대상임금노동자수 X 100)

최저임금제도가 본래 취지와 정반대로 저임금을 강제하는 한계에 부딪히면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는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생존하기 위한 최저의 임금이 아니라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활임금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 문제가 한국 사회의 핵심 문제로 대두되면서 여러 지자체에서도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해 생활임금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전주시 생활임금제도도 이런 사회적 흐름과 맞물려 있다. 김승수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적정임금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하며 최저임금보다 30% 높은 생활임금을 책정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생활임금조례가 제정되고 올해 5월에 열린 첫 생활임금위원회의 결정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생활임금위원회가 결정한 2015년 생활임금은 고작 6,060원으로 2015년 최저임금보다 480원 높은 액수에 불과했다. 논의 방식도 수준 낮았다. 위원회에는 노조파괴와 고용불안, 임금삭감에 앞장서온 악질노무사가 위원으로 참여했고, 위원회는 충분한 토론도 없이 단 한차례 회의에서 생활임금을 결정했다. 게다가 위원들은 오지선다 문제 풀 듯 전주시가 제시한 5가지 보기 중 가장 낮은 보기를 선택했다.

11월 4일 결정된 2016년 생활임금은 대단히 실망스러웠던 2015년 생활임금 결정을 반복하지 않아 다행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도 많이 남아있다. 

생활임금제도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생활임금 결정과정에서 인간답게 생활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것들을 구매하는데 얼마가 필요한지, 이런 구체적인 물음을 던지고 이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 이번 2016년 생활임금 결정 과정에서도 전주 시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논의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단순히 생활임금 액수만 결정할 것이 아니라 결정 과정에서 전주 시민들에게 의견을 직접 묻고 시민의 삶을 꼼꼼히 살펴보는 계기로 삶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전주시 생활임금의 액수뿐만 아니라 적용 대상의 확대도 중요하다. 2016년 생활임금의 적용대상이 569명으로 확대되었다고는 하지만 전주시 전체 노동자 30만 명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이다. 단순히 생활임금만 결정한다해서 전주시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전주시가 결정한 생활임금이 전주시 소재 민간업체들에도 적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주시의 행정목표가 사람우선, 인간중심인데 여기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바로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이다. 전주시 생활임금이 ‘인간답게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까지 도달 할 수 있도록 전주시와 생활임금 위원회가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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