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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생명을 파리목숨처럼?’ 한 사진에 담긴 위험한 연출

미얀마돕기에 송하진 전북지사 진정성 의심돼

(사)생명평화마중물 이사장 문규현( icomn@icomn.net) 2021.04.20 09:40

투데이안.jpg

<송하진 도지사는 지난 12일 전북도청 회의실에서 도내 대학교에 재학 중인 미얀마 유학생 대표 3명, 행복한아시아 은성관 대표를 만나 유학생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미얀마 사랑 1청원 1티셔츠 구매’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사진과 캡션은 인터넷 언론 투데이안에서 가져왔습니다.출처 : 투데이안(https://www.todayan.com)>

 

‘남영동 1985’

1985년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515호.

김근태 의원이 1985년 9월 민청련 사건으로 구속된 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기술자인 이근안과 백남은, 김수현 등에 고문당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의 민주항쟁은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혔지만, 이후에도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함성은 더욱 거세져 갔다. 이 과정에서 군부독재는 정권 유지를 위한 공포정치를 더욱 강화했다.

그 결과 남영동 대공분실을 중심으로 강제연행, 불법감금, 집단폭행은 물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고문이 이어졌다.

들어갈 땐 두 발로 들어가지만 나올 땐 누워서 나온다는 대공분실의 악명은 그야말로 공포의 상징이었다.

그런데도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했던 사람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나는 대한민국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라는 것이었다.

지난달 11일. 먼 이역 타국 미얀마로부터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무서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것은 미얀마군부가 한국에 거주 중인 인권운동가 2명을 공개 수배한다는 발표다. 미얀마 시위에 참여하다 경찰에 체포되면 다음 날 시신으로 돌아온다는 현지의 얘기가 나도는 만큼 이들 인권운동가의 모금 활동은 이제 목숨을 건 행동이 됐다.

미얀마 현지의 모습은 더 참담하다.

“어머니,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오랫동안 슬퍼하지 마세요. 미얀마 시민의 주권을 얻으려다 죽었으니 자랑스러워해 주세요”라는 사전유언장이 젊은 층 사이에 크게 번지고 있다.

“먼저 떠나 미안, 끝날 때까지 싸워라”라며 시위 전 유언장을 쓴 의사는 끝내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군부의 총칼에 맨몸으로 맞서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의 매 순간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서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군부에 맞서 미얀마의 주권을 찾기 위한 시민들의 몸부림은 고귀하고 숭고한 행동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목숨 건 미얀마 국민의 모금 운동과 달리 정치인들은 얼굴 내기와 자기 홍보에 이용하는 ‘문민 상업주의’의 행태가 보이는 것 같아 심히 염려스럽다.

실제 지난 12일 전북도청 회의실에서는 송하진 전북지사가 미얀마 유학생과 함께 ‘미얀마 사랑 1청원 1티셔츠 구매 동참해요’라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홍보사진은 송하진 지사와 미얀마 유학생이 세 손가락을 펴고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자세를 취한 장면이 담겨 있다.

송 지사는 이 한 장의 사진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을까?

한 A방송에 출연했던 미얀마 소녀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 바 있다. “제 얼굴이 나온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미얀마에는 목숨걸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말 속에는 우리가 상상치 못할 더 큰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전북 도내 일간지에 나온 이 사진에는 송하진 지사와 함께 미얀마 유학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속 유학생은 미얀마 현지의 상황에 대한 절실함이 가득하다. 몸이 본국에 있다면 그 역시 목숨을 건 시위현장에 뛰어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그가 송하진 전북지사 옆에 서서 세 손가락을 펴 보이며 미얀마 모금 활동을 위한 얼굴을 보였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목숨을 건 절실함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유학생은 가족들의 신변문제나 다른 상황에 의해 귀국하게 되면 군부로부터 어떤 압박을 받게 될지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전북도청 회의실에서 유학생들과 함께 세 손가락을 펴 보인 자세를 취한 송 지사의 행동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얼굴에 모자이크를 했기 때문에 미얀마 유학생을 알 수 없을까? 정말 모자이크를 하면 보호한 것일까? 송하진 지사의 얼굴을 모자이크 했다고 하면 아무도 모를까?

얼굴을 공개한 미얀마 유학생의 목숨을 담보로까지 하면서 1청원 1티셔츠 구매 동참에 대한 얼굴 내기 홍보를 해야 할 중대한 이유가 있었을까?

참 많은 의문과 마음 속에서 분노를 일으키는 사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무슨 이유가 있더라도 타인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행동은 용서받기 어렵다. 전북도를 비롯해 14개 시군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들에게 티셔츠 구매 동참 호소를 하는 방법은 사진이 없이도 가능하고, 나아가 언론홍보까지 하지 않아도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 때문에 송 지사의 이번 홍보사진은 경솔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더욱이 도백이라는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이 “미얀마에서 군부의 총탄에 맞서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싸우는 미얀마 국민의 용기와 의지에 무한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전한다”라는 말은 송 지사의 행동에 비춰볼 때 그 진정성이 심각하게 의심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마음이 없다면 그냥 가만히 있는 편이 더 옳은 행위일 수도 있다.

도백의 위치는 가벼운 자리가 아니라 어쩌면 모든 도민을 섬겨야 하는 가장 어렵고 힘든 자리일 수도 있다. 어려운 자리이기에 더욱 자신을 성찰하고, 진정 도민을 위해 앞을 내다보는 식견을 키워나가는 데 매진해야 한다.

하지만, 전북도의 미얀마 1청원 1티셔츠 구매 홍보사진을 보면서, 이 순간, 내 마음속에 ‘어쩌다 우리는 괴물을 키웠을까’하는 송민수 작가의 책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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