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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업의 사회적 살인, 투쟁으로 막아야 한다"

[칼럼]두 노동자의 죽음, 먹튀자본과 나쁜 일자리 양산이 이유다

강문식(민주노총 전북본부 교육선전부장)( jbchamsori@gmail.com) 2015.05.13 15:03

노동자들이 연달아 죽음으로 항거하고 있다.


고 배재형 열사(금속노조 경기지부 하이디스 전 지회장)가 5월 6일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고, 5월11일 오후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현대전자LCD 사업부였던 하이디스는 2002년 중국 비오이사로 매각, 2008년 대만 이잉크 자본에 재매각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 때 2,000명이 넘던 노동자는 현재 337명으로 줄었고 이마저도 자르겠다며 올해 2월 331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열사가 선택한 죽음은 하이디스 자본의 무책임한 정리해고와 먹튀행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열사는 집을나가기 이틀 전인 지난 4일 하이디스 전인수 대표이사를 만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전인수 대표이사는 이 자리에서도 업무방해로 고소하겠다, 희망퇴직을 받지 않으면 손해배상 청구 등 민형사상책임을 묻겠다는 등 겁박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열사는 유서에서 회사의 탄압에 대해 “제가 다 책임지고가겠다”고 남기며 동료 직원들에 피해가 돌아갈 것을 막고자 했다.


이윤극대화가 최대의 목표인 투기자본에게 노동자·서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 국제적 투기자본의 먹튀 횡포는 비단 하이디스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 28명의 노동자·가족이 목숨을잃었고, 론스타가 입힌 수 조원의 손실은 여전히 한국 경제에 구멍으로 남아 있다. 자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에게 ‘먹고 튈 수 있는 여건’이 제도적으로 허용되어 있는 상황에서 투기자본 스스로 이를 포기할리 만무하다. 열사의 죽음은 자본의 세계화에 동조하며 먹튀자본의 횡포를 조장해온 한국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리고 5월 10일 오전에는 고 양우권 열사(포스코사내하청지회 이지테크 분회장)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열사는 “화장해서 제철소 1문 앞에 뿌려”주면 “새들의 먹이가 되어서라도 내가 일했던 곳 그렇게 가고 싶었던 곳”에 들어가보겠다는 말과 함께, “똘똘 뭉쳐 끝까지 싸워서 정규직화 소송, 해고자 문제 꼭승리”해달라는 말을 유서에 남겼다.


회사는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감봉, 무기한 대기발령(3개월 17일), 2차례 해고(`11.4.15,
`11.12.28), 2차례 정직(`11.2.9, `15.5.1~현재), CCTV카메라로 감시하며 책상 앞 대기명령
(`14.5.23~`15.4.30), 집단 따돌림 지시 등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온갖 탄압을 자행해왔다. 이 천박한자본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지(EG)그룹 계열사이다.


열사들의 잇따른 죽음 앞에 말할 수 없이 참담하며 비통하다. 박근혜 정권은 먹튀자본을 통제해야 하며,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려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중단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고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려는 시도 역시 중단해야한다.


그리고 노동계도 열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강력히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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