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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새만금 30년 흘러 알게 된 소중한 것들 (상)

새만금 재자연화를 향한 첫 걸음

(사)생명평화마중물 사무국장 윤창영( yespeace21@hanmail.net) 2021.04.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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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도내 다수의 환경단체들이 부안 해창 장승벌에 모여 새만금 재자연화 염원을 담은 장승을 세웠다.>

 

 당신에게 돈과 명예, 그리고 건강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신은 가장 먼저 무엇을 택하겠는가!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건강을 최우선으로 뽑는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당장 건강을 다른 것에 비해 가장 앞서 다루고 있는가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금 내가 건강할 때는 자칫 이 사실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막상 현실적으로 내 몸에 이상 신호가 생겼을 때, 병에 걸렸을 때야 비소로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후회를 하게 된다.

우리의 삶과 밀접한 환경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만년설이 있어야 할 시베리아가 펄펄 끓고, 원인 모를 산불은 지구의 허파를 태웠으며, 태풍과 집중호우는 더욱 거세졌다.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기후위기는 인류를 공포로 휩싸이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이상기후를 체감하는 현실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인류를 구할 적기를 넘어섰다는 불길한 예언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온 인류를 멈춰서게 한 코로나바이러스는 환경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게 해 줬다.

환경파괴에 대해서는 당장 멀리 볼 필요도 없다. 우리 곁엔 세계 최장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33.9km의 방조제와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사업이라 불린 새만금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30년이나 지나서야 새만금을 다시 환경 중심의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지구가 8000년 이상을 공들여 만들어 갯벌을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불과 30년이라는 찰나의 시간 속에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그간 환경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개발 논리에만 치우쳐 마치 방조제가 세워지고,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에 달하는 넓은 땅이 생기면 부자가 될 것처럼 원인 모를 주술에 쓰여버렸던 것 같다. 아니 아직도 여전히 개발이라는 토우에 미쳐 새만금을 섬기는 있는 현실이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새만금 땅을‘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30년이 지나서야 이곳 새만금 갯벌이 얼마나 소중한 장소였는지 알게 됐지만, 이미 우리는 돌아가기에는 너무도 먼 곳까지 와버렸다.

지구온난화가 하나뿐인 지구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상태에서 갯벌이라는 곳은 ‘탄소 먹는 하마’로 소중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새만금은 이미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가장 소중한 갯벌은 흙먼지만 날리는 곳으로 전락했다.

갯벌은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놀랍고 역동적인 장소다. 특히 서해의 갯벌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또 하나의 우주가 존재한다. 갯벌이 생겨나기에는 8천 년에서 1만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갯벌이 생성되는 장소 또한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일단 넓은 대륙붕이 필요하고, 금강, 만경강, 동진강처럼 바다와 접한 기수역이 넓어야 퇴적물은 흘러나가고 다시 밀려오는 과정이 생겨난다. 여기에 대륙성 몬순기후가 갯벌탄생의 조건이 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갯벌의 위대함을 말할 때 ‘지구에 현존하는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갯벌은 펄 갯벌과 모래 갯벌, 두 가지의 혼합갯벌, 암반 갯벌, 염습지, 사구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모래와 펄, 암반 서식지, 염습지까지 다양하게 분포된 새만금의 갯벌은 그야말로 보물 중의 보물이며, 또 하나의 우주다. 때문에 생물 다양성도 가장 풍부하다.

전 세계 온대기후 갯벌 중 서해 갯벌은 2150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저서 규조류 375종, 대형저서동물 857종, 해조류 152종, 물새 118종 등 가장 뛰어난 서식처로 자리 잡고 있다.

갯벌은 인간에게도 오래된 생명의 곳간이다.

충남에 있는 서천 갯벌은 펄 두께가 5m지만 새만금 갯벌은 4배인 20m로 펄 자체만으로도 우수한 장소였다. 군산, 김제, 부안 해변 마을 어민들은 갯벌에서 고된 노동을 해도, 고생한 만큼 돈이 쏟아지는 보람찬 곳이었다. 매일 흙먼지가 날려 마치 사막 위 모래폭풍만 하염없이 맞고 있는 해변 마을의 모습은 활기찬 옛 모습을 잃은 지 오래다.

“먼지 때문에 못 살겠다. 새만금사업 포기하라”라는 부안 해안가 마을에 걸린 현수막을 볼 때마다 잃어버린 30년의 아픔이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30년 전 새만금사업이 가져올 것이라는 풍요로운 전북은 자취를 감춰 온데간데없고, 이젠 기대어 먹고살 것조차 없는 땅으로 전락한 탓에 어민들이 분노가 거세질 만하다.

그렇다면 새만금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이 내용은 사람의 건강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다 건강을 잃었다고 하자. 그는 수많은 재산을 벌었지만, 생명을 위협할 건강을 잃게 됐다. 그는 잃어버린 건강을 다시 찾기 위해 그동안 번 모든 돈을 아낌없이 치료비에 사용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돈을 쓰더라도 처음 건강했던 그때로 회복하기는 이미 늦었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오늘도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새만금 갯벌이 인간의 욕심에 의해 방조제가 막히고, 담수호는 썩어가고, 드러난 땅은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 새만금 갯벌은 다시 건강을 찾기 위해 방조제를 열고, 갯벌 복원이라는 치료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날 상태로 회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새만금 갯벌은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계속한다. 이 치료는 바로‘새만금 재자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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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담 화가다 지난해 새만금문화예술제에서 그린 새만금을 살리자 만장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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