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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상괭이를 위해 물고기도 가려 먹자

박정희의 동물이야기

박정희( icomn@icomn.net) 2021.04.29 08:54

상괭이는 돌고래

 

상괭이라는 단어를 아무 설명없이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상괭이를 고양이쯤으로 생각한다. 상괭이(Neophocaena phocaenoides)는 쇠돌고랫과에 속하는 고래 중 하나이다. 쇠물돼지 혹은 무라치라 부르기도 한다. 몸빛은 회백색이며, 몸길이는 1.5-1.9 미터 정도까지 자란다. 등지느러미가 없는 미끈한 등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서해바다에서는 비교적 흔히 만날 수 있는 고래이다. 다시 말해 상괭이는 우리 토종 돌고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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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표정 때문에 “웃는 얼굴의 고래”로도 알려진 상괭이는 조선 시대 태종실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아주 옛날부터 우리 바다에서 함께 살아왔다. 상괭이는 둥글둥글한 머리에 웃는 얼굴을 하고 있어 ‘미소 천사’라는 별명이 붙여졌지만 무차별적 혼획과 플라스틱 쓰레기 등 해양오염으로 슬프게도 매년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결국 2012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됐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자료에 의하면 상괭이의 수는 서해에서만 2005년 3만 6천마리에서 6년 뒤 2011년 1만 3천여마리로 64%나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미 10년 전 수치다.

2016년 해양수산부는 상괭이를 해양보호생물로 정하고, 2019년 12월 경남 고성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해마다 각국의 고래 보유 현황을 보고받는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도 상괭이 혼획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히 2020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전세계적으로 보호가 시급한 생물종으로 ‘상괭이 보전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귀엽고 수줍은 토종 돌고래를 국제 관심 중심으로 끌어올린 건 세계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의 노력이었다.

 

2019년 MBC 다큐 ‘바다의 경고, 사라지는 고래들’에서 자연상태의 상괭이를 명확하게 포착됐다. 바닷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상괭이가 이토록 선명하게 찍힌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2020년 11월25일에는 ‘황해 상괭이 보전을 위한 협력’ 국제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해양수산부와 세계자연기금이 공동주최한 이날 컨퍼런스에는 국내외 유명 고래학자뿐 아니라 해수부 담당 부처 관계자, 고래 개체연구 기계 사업자까지 참석했다.

 

소형 돌고래 ‘바키타’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바다의 판다’라고 불리는 바키타는 상괭이와 같은 쇠돌고래과로 멕시코만에 서식했으나, 혼획으로 현재 야생에는 10마리 미만이 생존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들의 멸종은 시간문제이다.

 

상괭이는 아직 늦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어업인과의 협력이다. 현재 상괭이의 죽음은 대부분은 혼획 때문이다. 혼획이란 어민들이 어업 중에 의도치 않게 본래 잡고자 수산물이 아닌 생물을 섞어 잡는 것을 말한다. 혼획을 하기 위해 어업인들이 사용하는 ‘안강망’이 상괭이를 죽음으로 모는 것이다.

 

안강망은 물살 센 지역에 꼬깔처럼 펼쳐 물고기를 사냥한다. 뒤로 갈수록 그물이 좁아지는데 상괭이는 작은 돌고래니까 물고기를 따라 그 그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하는 것이다. 어업의 방법이 바뀌지 않는 한 상괭이들의 멸종을 멈출 수 없다. 문제는 우리가 먹는 물고기가 혼획을 한 것인지 아닌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상괭이를 희생시키지 않고 잡은 수산물을 널리 알리는 ‘지속가능한 어업 수산물’ 표시제를 통해 책임있는 어업으로 바꿔여한다.

 

상괭이를 위해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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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는 현재 38개국에서 383개 어업이 인증을 받으며 전 세계 수산업계에서 가장 높은 신뢰도를 자랑하는 에코라벨 인증으로 자리하고 있다. MSC는 1997년 WWF(세계자연기금)와 유니레버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비영리기구이다. MSC의 목적은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풍부한 수산자원을 물려주는 것이기에 어업인들이 수산자원과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는 형대의 지속가능한 어업을 하도록 유도한다. MSC인증을 수산물에 부착하여 소비자들은 해당 상품이 지속가능한 상품인지 확인하고 선택하게 된다.

 

MSC 인증 기준은 자원보호 규정 준수, 환경 영향 최소화, 자원보호 및 환경영향에 대한 효율적 기업관리 등 3대 원칙과 남획과 혼획 금지를 포함한 28개 세부기준을 준수한 수산업체의 제품에 부여한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MSC 인증은 낯설다. 아니 모른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 인증을 받지 않은 수산물은 마트에서 팔수도 없고 비싸더라도 소비자들로은 MSC 인증 제품을 선택한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MSC 인증제가 통용되기를 소망한다.

 

상괭이가 살아진 지구에서 다음 차례 멸종은 우리 인간이 될게 뻔하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당장 서해바다 미소천사 “상괭이”를 위해 물고기를 가려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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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완산여고 교장

동물권활동가

강아지 6(루나가 떠나 감), 고양이 8, 딸1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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