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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의 일상을 감시하는 CCTV, 당신은 자유롭습니까?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1) 2011.06.17 10:25 추천:26

세상이 CCTV 천지이다.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아도 손쉽게 CCTV를 발견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에 처음으로 5대의 방범용 CCTV가 설치되었던 2002년만 하더라도, CCTV는 논쟁적인 주제였다. 지금은 공공기관 CCTV가 전국적으로 30만대가 넘는다. 민간 CCTV는 몇 백만 대인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수도권 시민은 개인이 운영하는 CCTV에 하루 평균 83.1차례 찍힌다고 하니 그 편재성을 조금 가늠해볼 뿐이다.

 

CCTV가 이처럼 확대된 것은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적 필요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흉악한 범죄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CCTV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져 왔다. 특히 ‘아동 보호’ 영역에서 CCTV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17일 행정안전부는 ‘CCTV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방범용·어린이보호용·재난감시용 CCTV 10만 여대를 통합·연계하고 초등학교에 설치된 CCTV 1만 8천여 대도 통합관제센터에서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CCTV는 만능해결책인가?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최근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행 사건의 예에서 CCTV의 범죄억지력이나 범인식별력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CCTV 아래에서 그 시선을 늘 의식하며 자라는 아동이 주체적으로 자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CCTV의 확대를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내 버스에 대당 3~4개의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일부에서는 승객과 기사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2008년에는 한 운전기사가 동료와 사장을 욕한 사실이 CCTV에 녹취되어, 해고된 것은 물론 법원에서 모욕죄를 인정받아 1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최근에는 택시 실내에도 ‘블랙박스’라는 형태로 CCTV를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렇듯 CCTV는 점차 그 대수가 많아지고 점차 더 은밀한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CCTV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문제를 기술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공공 영역에서 사회적 약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은 사실이다. 꾸준히 계속되어온 경찰력의 강화와 첨단감시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우리 사회는 점점 위험해지고만 있는 것인가? 그것은 신자유주의의 냉혹한 시장논리와 빈곤의 증대, 공동체의 파괴 때문이다. 즉, 치안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CCTV와 같은 감시 권력의 확대를 꾀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치안 위기의 사회 구조적 원인과 해법을 외면한 결과이다. 아니, 때로는 그 구조적 문제를 은폐하는 역할을 한다. 목숨을 앗아가는 범죄가 횡행하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개인은 불시에 나타날지 모르는 낯선 사람을 매일매일 경계해야 하는 처지이다.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낯선 사람을 경계하도록 하는 풍토는 ‘이주민’과 같은 ‘타자’의 범죄에 특별히 주목한다.

 

 

이때 CCTV는 공포스럽고 혐오스런 타인을 주시하여 나의 안전을 지켜주는 고마운 국가권력의 화신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으로 하나둘씩 늘어간 CCTV는, 결국 경찰력의 강화로 귀결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인 경찰국가가 등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필요한 것은 경찰력의 강화가 아니라 그것이 불필요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 사회적 약자가 혼자 다녀도 안전한 사회, 모두가 함께 돌보는 사회. 경찰국가가 아닌 공동체가 힘을 발휘하는 사회.

 

현실 정책적인 관점에서도 CCTV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자 장비의 객관성, 무결성에 대한 과도한 신뢰와 전자 장비에 대한 쏠림 현상이 그 이외의 정책 대안을 배제해 버린다는 것이다. 지하철 객차마다 2대씩 CCTV를 도배하는 것보다는 지하철 1인 탑승이나 무인화를 재고하는 것이 안전하며, CCTV만 남겨놓고 보안인력을 철수시키는 것보다는 사람이 순찰을 하도록 하는 것이 문화재를 더욱 안전하게 지키는 길이다. 특히 CCTV와 같은 대량의 개인정보 수집 장치는 그 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전용하고 유출하고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CCTV의 정보인권 원칙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 사회에 이토록 많은 CCTV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CCTV 설치가 꼭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CCTV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뿐이라면 오늘날 사생활의 권리는 없어진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사생활에 대한 권리는 포기될 수 없다. 우리가 CCTV에 대한 무조건적 수용과 거부 사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CCTV에 대한 우리의 권리는 거부권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설치부터 운영까지 매 단계마다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첫째, 일단 CCTV를 설치할 때는 아무나 아무 목적에서나 설치해서는 안 된다.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목적 하에서나 범죄예방 및 수사, 시설 안전 및 교통 단속의 목적 하에서만 CCTV의 설치가 정당화될 수 있다. CCTV 설치 전에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눈에 잘 띄는 안내판도 부착해야 한다.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카메라를 줌 혹은 회전하거나 음성을 녹음해서는 절대 안 된다.

 

촬영본은 목적 내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보관 기간도 그 이내여야 함은 물론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CCTV를 설치하더라도 그 촬영본을 1일~7일 정도만 보관하고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삭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촬영본을 아무나 열어보거나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되는 건 물론이다.

 

이런 원칙들은 부족하나마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개인정보 보호법」이 발효되는 올 9월 30일부터는 이 원칙이 일반 민간에게도 널리 확대된다. 이 원칙들이 CCTV 문제에 대응하는 우리의 주요한 논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덧붙임] 이 기사는 전북 평화와인권연대 4~5월호 소식지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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