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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는 시민단체 활동가 해외연수를 지원하는 포스코 청암 재단의 도움으로 2006년 1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스탠포드 대학에서 연수를 했다. 이곳은 구글과 야후,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 빌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로 자동차로는 샌프란시스코와는 약 1시간, LA와는 5시간 정도 되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여러 가지 경험도 하고 느끼는 것이 있었지만, 적잖이 놀란 것 중 하나가 고등학교 학생들의 일상이었다. 미국 고등학생들은 보통 오후 2시나 늦어도 3시면 학교수업이 끝났다.

 

한국에서 온 한 학생은 학교 도서관에서도 4시면 집에 가라고 해서 나왔다며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학교 도서관은 이렇게 운영되지만, 시립 도서관들은 저녁 9시까지 책을 빌려주고, 반납할 수 있다. 우리 국민들 책 안 읽는다고 언론과 지식인들이 많이 이야기 하지만,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책 대출 시간은 공무원 퇴근시간이다.
 
이곳 고등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많은 학생들이 운동을 한다. 육상, 야구, 수영, 투포환, 멀리뛰기, 높이뛰기, 수구, 배구 등등. 몇몇 아이들이 점심시간 축구나 농구정도 하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미국 학교들은 우리와 비교해 매우 다양한 운동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실내 체육관과 수영장은 물론이고, 축구장이 2개, 야구장 2개 특히, 축구나 농구 등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종목만이 아닌 투포환, 높이뛰기, 여자야구 등을  할 수 있는 운동시설이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흔히 말하는 비인기 종목이며, 운동하는 학생들도 많지 않지만 그들을 차별하지 않는 모습 즉,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아닌가 싶어 매우 부러웠다.

 

어느 날, 오후 2시면 학교가 끝나는 아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 한 고등학교를 가봤다. 몇몇은 집으로 향하고 있었고, 또 몇 명의 아이들은 지나가는 차의 세차를 하면서 자신들의 동아리 기금을 마련하고 있었다.

 

미국 학생들은 자발적인 동기로 운동해

 

그런가하면 운동장에서는 여러 아이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중장거리 육상선수의 연습 모습이었다. 선수를 코치가 열심히 지도하고 있었다. 코치는 선수가 가르치는 대로 잘 따라주지 못해도  야단치거나 때리지 않았다. 매우 정중하게 그러면서도 엄격하게 지도했다. 학생은 열심히 트랙을 돌았다. 운동량이 점점 많아지자 선수는 힘들어했다. 그러더니 결국 울면서 트랙을 돌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결코 불쌍하게 보이지 않았다.

 

코치는 선수에게 어떤 강압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직 선수 스스로 자기 기록에 만족하기 위해 힘들지만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도 너무 힘드니 울면서 뛰었다. 그리고 끝내 완주를 했다.

 

경기에서 지거나 기록이 좋지 않으면 국가대표들도 구타를 당하는 우리 현실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누구나 안다. 그렇게 스스로 자기 기록을 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 타율이 아니라 스스로 하는 그 운동과정에서 창의성과 의욕이 넘쳐 더 큰 경쟁력을 갖는 다는 것을.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강압과 타율로 운동하는 기계를 만들고 있는 학원 스포츠 관행에 큰 변화가 없다.

 

한국에서 온 한 학부모는 이곳 아이들이 너무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잘 해 자기 아이는 수준이 맞지 않아 함께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내일은 학교에서 수영을 한다고 하면서 좋아했다고 한다. 그 학생은 한국에서 수영을 상당히 잘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 가니 수영은 조금만 하고, 아이들이 수구 게임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수구는 수영실력 좀 있는 정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운동이라 아이는 또 낙심하고 말았다고 한다.

 

▲한국 고3의 생활을 풍자한 시간표
두 마리 토끼 잡는 교육과정
 

이런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이곳 아이들은 초등학교 이전부터 각종 체육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운동을 해왔다. 우리 아이들이 학원을 5-6개씩 다니며 공부하는 대신 이곳 아이들은 온갖 종류의 운동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우리나라 전문운동부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수준의 실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니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이들 틈에 끼어 운동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아이들에게 운동은 단순히 몇 가지 기능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공부와 건강을 모두 선사하는 최고의 교육과정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우리 학교와 교육은 크게 변해야 한다. 그 방법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지만, 다른 나라들의 사례와 사실들을 공유하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계속 확인하는 작업은 그래서 더욱 필요해 보인다.

 

 

 

 

 

 

 

 

 

 

[덧붙임] 최두현님은 전북갈등조정협의회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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