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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나는 왜 버스완전공영제를 주장하는가

이문옥( 1) 2011.03.07 10:50 추천:1

4달째 이어지고 있는 버스파업의 해결이 요원하다. 이번 파업이 있기 전부터 고민하였지만, 날로 늘어가는 자가 승용차에 대한 욕구를 절대 맞출 수 없는 영세 버스회사의 구조적인 모순이 한꺼번에 분출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버스회사들의 재무구조 취약이 버스기사와 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돼

 

우리지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 버스회사들의 재무구조는 너무 취약하다. 시쳇말로 아파트 한 채 값도 못한 자금을 투자해서 100대, 200대나 되는 버스를 굴리려 하니, 이만 저만 복잡한 게 아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가을 낙엽처럼 바람 불면 이리저리 들쑤셔지고 있다. 

 

자금의 여유가 없으니, 아랫돌 빼서 윗돌 막아야한다. 수백명에 달하는 버스기사들의 급여, 가스비, 기름값을 맞추려면 은행문턱이 닳도록 들락날락해야하며 이도 모자라 며칠, 몇달, 몇년을 미루기도 예사다. 연옥(燃獄)에서 지옥(地獄)으로 떨어지는 불가사의한 꼴이다.

 

동네 점방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대형마트, 백화점 수준의 결재시스템과 친절, 안전운행을 요구하기는 공염불이다. 그렇다고 스스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만약 이러한 요구가 억지로 받아들여진다면 서비스의 중심을 이루는 버스기사들의 노동강도가 더욱 심해지거나, 급여수준이 형편없이 떨어져야한다. 또다시 난폭운전 불친절은 돈 없고 면허증 없는 이들의 한숨소리를 압도할 수밖에 없다.

 

말을 꺼내기도 민망하다. 그래서 완전한 대안은 아니지만, 이용객들을 위한 친절한 버스, 안전한 버스, 시민들의 민주적인 참여가 보장될 수 있는 버스 완전공영제를 주장하는 것이다.

 

혹자는 주장한다. 공산당도 아니고 어떻게 개인 재산을 정부가 강제로 수용하냐고, 또는 완전공영제를 하면 시민의 세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자본주의적 행동과 사고방식에 충실한 나에게 공산당이라고 매도한다면 -> 그냥 웃지요.

완전공영제에 너무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고 꺼려한다면  -> 대안을 마련해드리지요.


왜냐고요? 여기는 내가 평생 살아가야할 땅이며, 내가 버스를 타고 다니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버스완전공영제를 실현하는 방안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책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본다.
 


버스완전공영제를 실현하는 방안

 

1.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인수가 불가능할까?

 

현재 버스사업자들의 동의가 절실히 필요한 대목이다. 수십년동안 정부보조금을 받아 부도날 걱정 없이 편하게 사업해오던 이들의 기득권이라도 강압적으로 인수하는 것은 우리들의 상식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자가용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전주 시내버스의 경우와 같이 한회사당 겨우 8억이라는 자본금을 투자해, 100여대의 버스를 운영하면서, 매년 150억원에 이르는 정부보조를 받는 방식이야말로 자본주의 논리에 어긋날뿐더러 버스산업을 더욱 시궁창에 내몰 뿐이다.

 

버스사업자들이 계속하여 사업을 영위하고 싶다면 관련 법률조항을 떠나서라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자본금을 증자해야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버스를 정상화 시키는 것이 버스 완전공영제보다 더욱 불가능한 사안이기에 스스로 사업권을 반납하는 방식이 올바르다는 것이다.

 

2. 인수하는데 많은 예산이 필요할까?

 

개인적으로 돈이 충분하고 사업을 하고 싶은데, 전주 시내버스 회사를 인수하라는 제안이 들어오면 절대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버스회사들의 재무구조가 취약할 뿐만 아니라, 엉터리 회계처리와 숨겨진 빚들에 발목 잡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장이나 도지사에게 보조금을 더욱 늘려달라고 강요할 수 있는 배경이나, 뻔뻔함을 갖추지 못했기 도하다.
   
백번 양보하여 각 회사들이 제시한 재무제표에 근거하여 자산 부채 인수방식으로 사업권과 소유권을 매수할 때 들어가는 예산은 5개회사 모두 합하여 60억원에서 70억원 정도이다.

 

만번 양보한다면, 현재 시내버스 회사들의 주식이 버스대당 형식으로 거래되고 있다. 대당 3천만원에서 5천만원정도이니 382대 전부를 인수한다 해도 190억원이면 넉넉하다.

 

3. 그래도 버스사업자들이 거부한다면?

 

상식이 통하지 않으면 법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진(秦)나라 상앙(商鞅)이라는 인물은 임금의 아들이라도 평민과 같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할 기초를 닦았다. 법을 버스기사들에게 적용하는 만큼만, 지금의 시내버스 회사들에게도 적용한다면 버스회사 스스로 면허권을 반납하려 할 것이다.

 

 

완전공영제의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해야되나?

 

많은 이들이 버스 완전공영제의 부작용인 비효율과 막대한 비용을 걱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도 언급하려한다.

 

1. 정부에서 운영함으로 발생하는 무경쟁의 비효율

 

우리의 경험상 공무원 조직이 비효율이라는 인식은 역사적 뿌리가 깊다. 그러나 이번 장기 파업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교훈으로 대중교통의 본질은 효율보다 안정을 추구해야한다는 것이다. 기실 그 비효율이라는 것도 능력 있고, 민주적인 단체장을 뽑는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2. 버스기사의 공무원 혹은 준공무원 신분전환에 따른 막대한 추가비용

 

필기시험 한번보고 평생을 보장받는 공무원보다는 10여년동안 복잡한 전주시내 골목 골목 누비며 운전기술을 습득한 이들에게 더욱 대우를 해 주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무원신분이 아니더라도 예산의 규모에 맞게 이들과 시민들이 사회적 합의를 할 수 있는 방법들 또한 부지기수이다.

 

예산 없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예산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곳에 낭비되기 때문이다. 단체장의 의지가 없을 뿐이며, 그가 무능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정당한 욕구에 반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단체장, 반도덕적인 지방의원들이 전주 버스파업을 이지경까지 몰아온 것이다. 그들이 민주당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이들이 다시는 공직에 설 수 없게 뼈를 깍는 반성을 해야 한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다.

 

[덧붙임] 이문옥 님은 전주시민회 상임위원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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