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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0명이 접수하면 1명도 부당해고 인정을 받기 힘들다.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심판 및 노동쟁의에 대한 조정을 주된 업무로 하는 노․사․정 3자 합의제 정부위원회이다. 그러니까 노․사․정이 추천하는 노동자위원(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들로 구성된 기구이다. 부당해고 등을 판정하는 기능때문에 준사법적 행정기관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이러한 준사법적 기능은 사용자의 해고 남발을 제어하고 부당해고 때문에 침해된 노동자의 권리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노동위원회는 사건 접수부터 판정까지 2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과 간이한 절차, 구제신청에 별도의 비용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강제집행이라는 집행력이 없는 행정심판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조정사건을 제외하고 연간 13,000여건이 처리된다.

 

그렇다면 이 13,000여건은 어떻게 처리될까. 그간 부당해고 인정률 그것도 화해․취하 건수를 빼면 평균 40%가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고, 화해․취하 건수까지 포함하면 20%정도 되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화해․취하 건수 포함하여 10%이하로 급락하였다(새전북신문 2010년 11월 15일 “부당해고 구제신청 늘었지만 대부분 퇴짜”기사 참조). 그러니까 10명이 접수하면 1명도 부당해고 인정을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무엇을 의미할까. 노동위원회 스스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노동위원회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왜 망각하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노동위원회에 사실상 독립성이 없기 때문이며, 전국의 노동위원회 위원장 및 상임위원들 대부분이 관료거나 관료출신일뿐만 아니라(그리고 다시 관료가 되고), 노동위원회에서 일하는 직원(조사관) 역시 노동부 소속 공무원들이다. 그러니까 정부 관료 또는 관료출신들이 노동위원회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성이 차지 않는지 노동위원회 공익위원까지 자기들 맘대로 위촉하려고 국회에 관련법을 제출하였다. 현재 공익위원 위촉절차(노사정이 각각 공익위원 후보자를 추천하고 그 가운데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후보자를 배제)는 몇 가지 부작용이 있지만 노동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절차에 해당한다.

 

 

노동위원회를 정부 관료 및 관료출신들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노동위원회는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에 근거를 두고 노동위원회법에 의하여 설립된 기관이다. 근로기준법은 헌법 제32조 취지, 즉 노동자를 사회적 약자임을 인정하고 사용자를 법률적으로 규제하여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한국사회의 최고의 가치(부끄럽지만 필자는 헌법 제32조의 취지를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에 따라 제정된 법률이다. 그러므로 노동위원회의 설립 목적은 노동자 및 노동조합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그런데 구제율이 10%도 안된다!)

 

그러므로 노동위원회는 헌법에 의하여 노동자 및 노동조합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개발하고 추진해야 하는 책무를 부여 받은 것이다. 그에 반해 정부 관료 또는 관료출신들은 정부의 지휘와 통제에 종속되어 업무를 처리하는 습성이 몸에 배어 정부 정책에 따라 움직이려는 습성이 강하다. 현재 노동위원회는 정부 관료 또는 관료출신들이 사실상 정부 정책에 의하여 운영하고 있다.(그래서 노동계는 노동위원회를 노동부 하부기관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따라서 노동위원회가 설립 목적에 맞는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려면(노동위원회의 독립성 확보) 노동위원회를 정부 관료 또는 관료출신들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지 않다면 노동위원회는 존재의 의의를 상실할 것이다. 존재의 의의를 상실한다면 노동자 및 노동조합에게 오히려 독이 될 것이다. 결국 전체 사회의 독이 될 수도 있다.

 

끝으로, 10%라는 참담한 구제율에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서글프다. 

 

[덧붙임] 이장우 님은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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