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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실패한 대북정책 답습하겠다는 박근혜와 오바마

김성희(전북겨레하나 사무총장)( 1) 2013.05.13 15:06

5월 7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꼬여가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그 어떤 돌파구도 마련하지 못하고 성추문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다 같이 망하는 방향으로 치닫던 남북관계에 새로운 국면이 조성되기를 기대했으나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결과다. 이로써 한반도의 위기는 지루한 장맛비처럼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각) 한미동맹 60주년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공동선언에는 △한·미동맹과 미국의 확고한 대한(對韓) 방위공약의 재확인 △한·미 FTA의 충실한 이행 등 경제협력 강화 △한반도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과 북핵・북한 문제에 대한 공동 대처 강조 △동북아 및 글로벌 협력을 통한 양국 국민들 간 교류·협력 강화 등이 담겨 있다.

 

이명박 정부의 '선 핵포기 후 대화' 입장 고수한 채

대화 이끌 당근책 제시도 못해

 

그러나 공동선언 그 어디에도 한반도의 위기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양국 대통령의 발언을 샅샅이 뒤져봐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고 나올만한 유인책이 없다. 노력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저 북한의 행동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해 놓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이명박 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한미 정상은 최근 들어 더욱 고조되고 있는 북한 도발 위협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북한의 고립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어 의지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같은 기조는 공동선언에도 반영되었다. 선언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해 “확장 억지와 재래식 및 핵전력을 포함하는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 사용을 포함한, 확고한 대한(對韓)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다.

 

백번 양보해서 그들이 안보에 대해 이런 식의 의지를 밝혀야 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이해한다고 치자. 그러나 이와 같은 강경 일변도의 자세로는 한반도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두 정상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당근을 함께 제시했어야 한다. 문제는 이것이 그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을 통하여 북한이 국제사회의 의무를 준수토록 함과 동시에,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수준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자신의 생각과 비슷하다고 했다. 이런 말을 듣고 미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좋아할 처지가 아니다. 오바마는 1기와 2기에 걸쳐 ‘전략적 인내’라는 말로 북한 문제를 무시해왔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의 선비핵화 입장과 맞물려 한반도 상황을 꼬이게 만들었다. 이전 정부가 망쳐놓은 남북관계를 복원시키고자 한다면 미국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성의를 가지도록 설득했어야 한다.  
 

남북의 6.15공동선언 등 기존 합의 계승하겠다는 약속마저 뒤짚고

무기 판매 확대 의지를 표명하기도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 남북의 기존 합의를 인정하고 계승하겠다는 본인의 약속마저 팽개쳤다. 한미 공동선언에는 “비핵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 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되어있다. 또한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것은 상대의 체제와 이념을 상호 존중하기로 한 기존 합의와는 전혀 다른 말이다. 자칫하면 흡수통일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격앙된 북한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위기를 해소하기는커녕 무기 판매를 확대할 의지를 표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동선언에는 ‘우리의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interoperable)이 가능하며 연합된 방어능력을 강화해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반복된 도발에 대처할 각오가 돼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여기에서 ‘상호운용이 가능한 방어능력 강화’라는 표현은 무기라는 말만 없지 결국 무기 지원 의사를 암시한다는 분석이다. 올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자 우리 정부의 무기 구매 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보도가 이미 많이 나왔던 터라 설득력 있는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하여 한반도의 위기를 타결할 아무런 해법도 내오지 못했고 그럴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매우 비극적인 이야기지만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만 확인되었을 뿐이다. 이로써 북한이 제 발로 걸어나오지 않는 한 개성공단 정상화의 길은 멀어졌다. 남북관계를 복원시킬 동력도 당분간 쉬 마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상공에 짙게 깔린 먹구름이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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