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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원광대는 구조조정 진행 중

박영준 (원광대 학생대책위 집행위원)( 1) 2013.05.20 15:40

원광대학교에서 3월 28일 학생총회가 성사됐습니다. 2,313명이 모인 학생총회는 '등록금 대폭 인하', '부당한 구조조정 반대', '법정전입금 50억 확충'을 바라는 수많은 학생들의 간절한 염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현재 원광대학교는 ‘학생총회요구안실현을 위한 학생대책위’를 출범해 요구안 수용을 촉구하는 운동을 진행 중입니다. 이 글에서는 주요 요구안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등록금 10% 인하하라!

원광대 학우들은 등록금이 인하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최근 총학생회가 실시한 ‘총학생회에 바라는 점’ 설문조사 결과,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를 꼽기도 했습니다. 고액 등록금 때문에 학자금 대출로 빚더미에 시달리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학우들에게 등록금 인하는 무엇보다 절실한 요구입니다.


대학알리미 2012년 공시정보에 따르면 원광대학교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현황은 14.5%(약 2,610명)에 달합니다. 7명 중 1명이 학자금대출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액의 등록금에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고통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교 당국은 재정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0.6% 생색내기 인하를 감행했습니다.


학교 당국은 재정상황이 어려워 등록금 인하를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는 완전한 거짓말입니다. 원광대학교도 다른 사립재단과 마찬가지로 예산을 적게 잡고, 지출을 적게 써서 이월금을 넘기는 방식으로 수백억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습니다. 작년에 넘긴 이월자금은 150억 원, 적립금은 373억 원가량(학교 측의 추정치)입니다.

게다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되고 학교 법인은 향후 6년간 5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학교 법인은 투자는커녕 법정부담금 25억 원가량을 학교에 부담시켰습니다.


즉 학교 당국이 이월금 넘기기를 중단하고, 적립금을 풀고, 재단이 법정전입금을 부담하고, 약속한 지원을 한다면 10% 이상 등록금 인하가 당장에라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학생총회 주요 요구안으로 등록금 10% 인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 반대! 폐과 철회하라!

다른 주요 요구안으로 구조조정 반대·폐과 철회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있습니다. 지난해 학교 당국은 여섯 개 학과를 폐지하고, 여덟 개 학과를 통폐합한 잔인한 구조조정을 감행했습니다.


정세현 총장은 이러한 구조조정이 “교수님들을 포함해서 학생들까지 큰 호응을 해줬”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 학과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했을 때 학생들의 심정은 구조조정에 분노한 것일 뿐 결코 호응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올해 3.28 학생총회에서 ‘구조조정 반대, 폐과철회’ 요구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된 것입니다.


최근 학교 당국은 학교의 발전 비전으로 ‘인문융합대학’을 제시했습니다. 정세현 총장은 “대학에서 취업을 시키려고 전공공부만 시키”는 상황을 비판합니다.


그러나 정작 지난 해 학교 당국은 취업률과 수익성을 잣대로 학과 구조조정을 감행했습니다. 인문학과 예술을 취업률과 수익성으로 평가해서야 어떻게 ‘인문융합대학’을 실현할 수 있단 말입니까?

 

당시 진행됐던 구조조정의 평가 기준은 철저히 기업 논리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정부가 취업률 잣대로 학교를 평가하고, 대학들은 이에 부응해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통폐합 했습니다. 기업의 입맛에 맞게끔 학교를 재편한 것입니다.

 

최근 인문, 예술 분야를 취업률로 재단해 통폐합하는 경우가 유행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2010년 두산이 인수한 중앙대는 77개 학과를 40개 학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강행했습니다. 지금도 중앙대를 비롯해 여러 대학에서 구조조정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학생과 교직원들의 저항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부족해 취업이 안 되는 것은 학생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경제위기 시기 일자리를 생산해야 할 정부와 기업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적립금 수백억 원을 쌓아두고도 등록금을 인하하지 않고, 교육 여건 개선을 하지 않아 ‘부실 교육’을 만든 책임도 대학 당국들에 있습니다.

대학 교육을 왜곡시키고, 비싼 등록금을 내며 학교 다닌 죄 밖에 없는 학생과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교직원에게 ‘뼈를 깎는 고통’을 짊어지게 하는 구조조정은 중단돼야 합니다.

 

우리 대학은 구조조정 문제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이미 폐과된 학과에서는 폐과 폐해들이 나타나고 있고, 철학과는 폐지가 2년간 유예됐지만 내년에 폐과 여부를 다시 결정합니다. 게다가 지난해 정세현 총장은 “매년 학과 단위 평가를 정기적으로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으므로 학교 당국은 새로운 구조조정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학생들은 힘을 모아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고 폐과 철회를 요구해야 앞으로 이루어질 학교 당국의 구조조정 계획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학생총회 요구안 실현을 위한 학생대책위' 구성
많은 학생들이 모여 총회가 성사된 당일 학교 당국은 협상테이블을 통해 학생요구안을 논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학교 당국은 학생총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등 무시로 일관하려 했습니다.


이렇듯 학교 당국이 학생총회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강경한 태도에 나선 것을 보면, 앞으로 협상테이블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학교 당국이 이후 ‘등록금 10% 인하’와 같은 학생총회 요구안을 쉽게 수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 크고 강력한 행동을 벌여 공세적으로 학교 측을 압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구체적 행동이 쉽지는 않더라도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야 합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학생총회요구안 실현을 위해 보다 많은 학생 단체와 개인들이 끈질기게 운동을 전개해갈 대책위를 건설했습니다.


대책위는 6월 4일 다시 한 번 학생들의 힘을 모아 학교 당국을 압박하는 행동을 벌이려고 합니다. 단지 협상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행동을 벌여나갈 때에 학교 측의 진정한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고액의 등록금, 부당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원광대학교의 투쟁이 다른 대학교의 학생들과 경제위기 부당한 이유로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주길 바랍니다. 원광대학교 학생들은 열심히 싸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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