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피니언

이 모든 일들을 잊을 것인가?

조용화( 1) 2012.08.02 12:41 추천:1

<편집자 주> 이 칼럼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단체소식지 '평화와인권'7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알고 지내던 한 사람을 온전히 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이 자신의 삶에 깊이 발을 들여놓고 있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반대로 모르는 사람의 일을 잊어버리는 것은 너무도 쉽다. 그는 나와 관련이 없는 누군가

 

이기에. 그러나 여기 이들이 말하는 기억의 조건을 벗어난 사람들이 있다.
 
영화 <두개의 문>에 등장하는 철거민들과 그 유족, 그리고 경찰 대원들은 용산참사 이전까지만 해도 서로 알지 못했던 이들을 아직도 기억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다. 쏟아지는 물속에서 활활 불타오르던 남일당 건물은 사람들과 함께 기억 위로 무너져 내렸다. 2009년 1월 20일, 타고 남은 잔해는 그대로 굳었고, 잔해는 기억과 함께

 

그곳에 있던 이들의 상처로 남았다.

예전 한겨레21에서 특집기사로 다뤘던 내용이 떠오른다.
내용은 대구지하철참사 이후 끔찍한 기억을 잊지 못하고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안은 채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고통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들의 상처는 물리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국가를 포함한 그 누구도 상처를 보듬어주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만의 아픔이 되었다.

이것은 대구지하철참사의 희생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는 개인의 보이지 않는 상처를 스스로 삭히는 것이 당연한 사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러한 사회에서 남에게 보이지도 않는 정신적 상처를 자신과 그 주변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안고 살아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우연히 일어난 사고’에 재수 없이 휘말린 사람들은 사고의 기억을 스스로 잊어야 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인간의 기억은 쉽게 잊혀질 수 있다.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수히 많은 정보에 묻혀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그들을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인에게 가해진 국가의 폭력에 분개하던 이들도 하나둘씩 기억을 흘려보낸다. 상처 입은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던 이들도 하나둘씩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른 이의 고통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이의 상처를 보는 것이 고통스럽기에 일상의 기억과 함께 흘려보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 <두개의 문>은 그렇게 일상에 파묻힌 우리의 기억 속에서 그들을 되살아나게 만든다.

‘무관용 원칙’을 외치며 법질서를 확립시키겠다던 MB정부는 법치국가의 이름으로 거대한 폭력을 써 철거민들을 몰아냈다. 그 과정에서 테러를 진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었고 여섯 명이 죽었다.

검찰은 수사기록 3000쪽을 감춰 사건의 내막을 은폐했고 청와대는 시기적절하게 터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이용해 국민의 관심을 돌렸다. 모든 죄는 철거민의 것이 되었고, 모든 기억은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상처가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지시하고 계획한 ‘윗선’은 처벌받지 않고 상처입지 않았다.

상처로 아파하는 이들은 삶을 이어가기 위해 싸우던 철거민들과 명령을 받고 투입된 경찰들 그리고 그들의 주변 사람들뿐이다.

불구덩이 속에서도 건물위로 올라가야만 했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을 때리고 진압하면서 결국은 자신들의 동료를 포함해 6명이 죽게 된 사건.
그저 상사의 명령을 받고 출동한 그들, 또 명령을 내린 윗선들은 남일당 옥상에 있었던 철거민들이 그저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했던 것을 이제는 알고나 있을까?

모르는 사람의 일을 잊어버리는 것은 너무도 쉬울지 모른다. 고통스러운 상처를 보지 않는 것은 편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모르는 사람’에게 가해진 국가의 폭력이 일상화된 우리 사회에서 그들이 과연 언제까지 우리가 ‘모르는 사람’으로 남아 있을 수 있을 것인가. <두 개의 문>이 보여준 과거의 진실은 내게 끊임없이 되물었다.
이 모든 일들을 우리는 잊을 것인가, 잊지 않을 것인가. <두 개의 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조용화

 

* 필자소개
조용화님은 전북대학교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행복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조용화(전북대학교 사회학과 재학중)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