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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정현 신부님의 기도에 함께 해주십시오

김덕진( 1) 2011.01.12 13:07 추천:1

[편집자 주] 문정현 신부님 2010년 8월부터 정진석 추기경의 거듭되는 전횡에 항의하며 7개월째 명동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입니다.

 

길었던 추석연휴와 난데없는 폭우를 잘 넘겨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날씨가 쌀쌀하다 못해 추워져서, 창문 열고 잔 저는 여지없이 감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알고 계시는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문정현 신부님의 명동기도가 벌써 50일을 넘겼습니다.
추석연휴에도 빗속에서 기도를 하시고 서각을 하시며 기도를 하고 계십니다.
신부님께서 오후에는 기도의 일환으로 성서 말씀을 나무에 새기시는 서각을 하시는데
성서말씀을 새기시다가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쁘다"고 문패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처음으로 색도 입히시고 기름칠도 하시어 송구하게도 사무실 현관에 걸어두었습니다.

 

▲문정현 신부가 서각한 천주교인권위원회 현판.[사진=천주교인권위원회]

 

문정현 신부님의 하루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08시에서 08시 30분사이에 명동성당에 출근하시어 오전내내 기도.
12시부터 13시까지 가톨릭회관 구내식당이나 지인들이 싸온 도시락으로 식사.
13시부터 14시까지 천주교인권위 사무실에서 휴식.
14시부터 15시까지는 다시 명동성당에서 기도.
15시부터 17시까지는 '서각'기도
17시부터 18시까지 저녁기도
18시부터 18시 40분까지 명동성당 저녁미사

 

이후에는 지인들이 오시면 소주를 한잔씩 하시고
종로구청 옆에 있는 4.9통일평화재단 사무실로 가셔서 잠을 청하십니다.

 

내내 점심식사를 가톨릭회관 구내식당에서 하셨는데
지인들이 도시락을 싸서 가져오시면 그리 좋아하실 수가 없습니다.
저녁에 오신 신부님들과 지인들이 소주한잔을 청하시면
피곤하다고 하시면서도 얼마나 흥에 겨워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천주교인권위 사무국도 바쁘다 보니 곁에 계시지만 늘 살갑게 모시고 있지는 못합니다.
은퇴까지 하신 노 신부께서 너무나도 보수화되고 권위적이 된,
한국천주교회의 변화를 위해 외롭게 기도하시는 모습이
곁에서 보기 내 안쓰러웠지만 여전히 씩씩하신 모습에 안심은 됩니다.

 

엊그제 조연호 신임 경찰청장이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하고 갔습니다.
정추기경은 조청장에서 G20 정상회의를 아무 탈 없이 잘 치루어내라고 격려했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조연호 청장은 "은향대포"라고 불리는 지향성음향장비와
고무탄, 스폰지탄, 가스탄, 페인트탄 등을 동시에 쏠 수 있는
다목적 발사기를 사용하여 시위대를 진압하겠다며 입법예고를 하고 나왔습니다.

 

천주교회의 보수화는 단순히 종교 내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제들을 억압하고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을 내쫓는 교회,
이 교회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세상도 못 바꾼다는 생각을
문정현 신부님은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시더라도 문정현 신부님을 아끼고 기억하시는 분들이
신부님께서 외롭지 않다는 것을 한번 확인 시켜 주셨으면 좋겠어서 이렇게 글을 드립니다.
마음이 통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삼삼오오 명동에 오셔서
문신부님의 마음과 소통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명박 정권보다 제도 천주교회를 바꾸는 것이 더 어렵겠지요.
이명박 정권은 그래도 임기라는 것이 있고 다시 선거도 하니까 기회란게 있지만
교회법에서 정한 교구장 정년을 수년 넘기신 정진석 추기경님이 내년 쯤 뒤로 물러나신다고 해도, 그 뒤를 이을 분은 그냥 정해져서 발표되는 것이니 신자들은 그저 조용히 따르기만 해야하는 것이니까요.

 

문신부님이 기도로 싸우고 계시니까.. 스쳐지나가는 생각들이 많습니다..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때, 성모병원 비정규직 노조의 생존권 투쟁 때,
교구청 직원들이 특별한 잘못없이 면직이 되어 호소할 때,
천주교가 앞장서서 사립학교법 개혁을 반대할 때,
꽃동네의 반인권적 처우와 각종 비리가 세상에 드러났을 때....
그럴때 천주교인권위원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것이,
좀 더 당당하고 단호하게 교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호소합니다.
문정현 신부님과 함께 기도해 주시고, 신부님을 응원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박정희 군사정권의 인혁당 사건에서부터 시작해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에서도 늘 거리를 지키셨습니다.
효순이 미선이가 미군 장갑차에 희생되었을 때,
아무상관도 없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우리 군인들을 파병할 때,
대추리, 도두리.. 황새울 평야를 미군기지로 팔아 넘겼을 때,
용산에서 철거민들이 죽어나갔을 때...
신부님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지팡이 하나 집고 앞장서셨습니다.

 

지금 그동안 누구도, 아무도 하지 못했던 "교회권력"과의 싸움을 시작하셨습니다.
교회와 싸우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과 싸우시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지 않는 교회의 권력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외면하고 있는 교회 지도자들에게
세상속에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알려주고자 하시는 것 같습니다.
천주교만을 향한 기도가 아닐 것입니다.
성장하려고만하고 나누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 모든 종교들,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이땅의 힘있는 이들..
그들에게 들으라고 하시는 기도이실 겁니다.

 

문정현 신부님을 아시는 분들은,
분명 마음으로라도 신부님과 함께 하고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

 

명랑 드림.

 

[덧붙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nahnews.net)에 2010년 9월 30일에 실린 글입니다.
[편집자 주] 문정현 신부님 2010년 8월부터 정진석 추기경의 거듭되는 전횡에 항의하며 7개월째 명동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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