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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집팀( 1) 2011.05.02 10:53 추천:11

엄동설한부터 봄날까지
가족의 질타, 시민의 질타, 공권력 투입, 30일 넘는 단식...

 

사람이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얼음장 같은 추위 속에 그대들은 까만 눈동자 번뜩이며 거리에서 외쳤습니다. 내일이면 설날이라 가족들이 다 모이는 자리에 작은 선물하나 준비하지 못하고 빈 지갑 만지작거리며 집 앞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생활비와 학원비가 없어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가족들이 울부짖는 소리보다, 왜 버스를 못 다니게 하냐는 시민들의 눈총은 더욱 견디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30일 넘도록 고공농성장에서 곡기를 끊어버리며 투쟁하는 동지를 보면서는 목에 넘어가는 것이 밥인지 눈물인지 몰랐을 것입니다.

 

▲버스파업 노동자는 여느해보다 메서운 겨울을 길거리에서 파업하면서 보내야했다.

 

보았습니다. 시커멓고 건장한 남자들의 두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지난 3월 9일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경찰이 투입되어 노동자들을 끌어내고 출차를 단행한 날. “이 서러움, 이 고통, 이 억울함 언젠가는 갚아주자”며 남자들이 눈물 뚝뚝 흘리는 모습. 그것은 이 세상 가장 뜨거운 눈물이었고, 가장 아름다운 눈물이었습니다.

 

이제 그 눈물 거두시고, 현장에서 멋진 기사님으로 노동자로 아빠로, 시민의 발로 되돌아오시게 됐습니다. 그동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 고통과 한을 생각하면 자다가고 벌떡 일어날 것입니다. 그래도 이제 그만 그 마음 내려놓고 복귀하셨으니 감사합니다.

 

▲공권력 투입으로 잃었고, 쫓기듯이 망루에 올라가 35일 동안 고공단식농성까지 벌어야했다.

 

버스보조금을 포함한 시내버스 각종 문제 드러내 줘

 

그대들에게 가장 감사한 것은 역시 시내버스 문제를 온 세상에 알려준 공로입니다. 버스문제는 해결하기 너무 어렵고 힘든 문제라 누구하나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 “어이 송시장!” 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그 깊은 고리 또한 무섭고, 두렵기 짝이 없었습니다.

 

보조금은 또 어떻습니까! 1년에 15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지급되고 있지만 그 정산서류는 종이 한 장이라는 것. 그 보조금을 지급하는 용역은 또 실수(?)로 적자를 과대계상해서 주지 않아야 할 보조금을 몽땅 주었다는 사실도. 이 모든 것이 그대들이 투쟁으로 밝혀주셨습니다.

 

▲버스파업 기간에 전주시의 불투명한 버스보조금 지급과 정산이 수면위로 드러났고, 시민사회단체들은 감사원에 청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감사할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버스회사 경영진이라는 사람들의 참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본질은 추악했고, 인정도 눈물도, 법도 필요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모든 혜안은 그대들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서 나왔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바로 그대들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안전운전으로 시민에게 희망 주시길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셨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그토록 외쳤던 사람대접 받는 시간입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영혼 없는 인간이 아니라, 당당한 주체로 인정받고 협의하고, 대화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람대접 아닙니까!

 

이제 한 가지만 더 기억해 주십시오. 버스는 노사와 시민들이 함께 공존하는 특이한 사업공간입니다. 더 친절하고, 더 안전하게 운전해서, 고통 받았던 시민들에게도 희망을 주십시오. 세상을 바꾼 그대들이 희망이기에 부탁드립니다.

 

따스한 봄 햇살에 그대들의 마음과 몸도 하루속히 회복되길 기대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임] 이번 기고글은 버스파업이 일부분 일단락돼고, 익명의 전주시민이 기고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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