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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소인에게는 아직 열세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김연탁(민주노총 전북본부 교선국장)( 1) 2012.02.09 23:01

2011년 한해가 지나고 2012년이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공공운수노조 전북고속지회의 시간은 2010년에서 멈춰있다. 오늘(1월 31일)로 파업투쟁 420일차, 시내버스 동지들이 현장에 복귀한 이후에도 9개월 째 전면파업을 진행중이다. 이제, 기약없는 투쟁에 민주노총 자존심을 걸고 종지부를 찍자 !!

 

▲평일 저녁 6시에는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전북고속 파업 승리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전북지역 버스노조 민주화의 역사: SINCE 2010년 6월 28일 ∼

 

버스사업장들은 대표적인 어용노조사업장으로 분류되었다. 특히, 전북지역은 민주노총 사업장이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어용노조가 장악했었다. 2010년 6월 28일 전까지는...


하지만, 고인 물은 썩는다고 했던가? 조합원 위에 군림하며 사업주의 편에서 노동자들을 탄압하던 어용노조 버스사업장에도 민주노조는 세워지고 말았다. 2010년 6월 28일, 전북고속 조합원 120명이 한국노총을 탈퇴하고, 민주노총 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에 가입하였다. 조합원들을 가입 하루만인 6월 29일, 전북고속지회 출범식을 갖고 전북고속 사측에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사측은 민주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철저히 묵살하면서 탄압으로 일관하였다. 전북고속지회는 8월 5일 단체교섭응낙가처분을 신청하여 승소하면서 법적 당위성을 인정받고, 현장투쟁을 강화하여 사업주를 압박한다.


전북고속의 선도적인 투쟁은 지역 버스노동자의 의분을 자극하게 되었고, 버스노동자들의 체불임금을 노조위원장의 임금상승과 밪바꾼 어용노조의 교섭행태에 지역 버스노동자들은 거의 동시적으로 민주노총에 가입하게 된다. 

 

 

2010년 12월 8일, 사상 초유의 버스노동자 지역총파업을 조직하다.

 

버스 7개사업장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3개월여동안 공동교섭과 공동투쟁을 전개했으나, 버스 사업주, 지방자치단체, 노동기관, 경찰등은 한통속이 되어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노동자를 분열시키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이에,  7개 사업장 800여명의 노동자는 12월 8일, 오후 4시를 기해 총파업을 전개한다.


버스사업주, 지방자치단체, 노동기관은 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고 여론을 몰아갔으며, 경찰은 즉각적인 탄압을 자행했다. 대다수의 언론도 진실보다는 ‘시민들의 불편’에만 초점을 맞춰 악의적인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렇지만, 버스노동자들은 굴복하지 않은 채 투쟁을 계속했다. 버스노동자들의 총파업은 5개월동안 지속되었다. 그리고,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사업주들과 합의를 통해 5월 2일 현장에 복귀하고, 전북고속은 전면파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한다.

 

▲전북버스파업은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비록, 힘들고 더디지만 승리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전북고속은 5월 2일, 농성장을 전북고속 사무실이 있는 시외버스터미널로 이전 설치하고 투쟁을 지속하였다. 불법대채인력에 대한 채증, 대시민 선전전, 전북고속과 전북도청을 향한 집회투쟁을 계속 하는 한편, 대체근로금지가처분, 단체교섭응낙처분 소송에서 계속 승리하였다.


민주노조의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순간, 전북도청과 경찰이 사업주의 구원투수로 등장하게 된다. 전북고속은 6월 27일 4개월 보조금 14억 9400만원을 지급하였고, 경찰은 시민단체의 농성컨테이너를 철거하고, 이에 항의하는 전북고속조합원들을 끌어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전북고속은 굴복하지 않은 채 도청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국정감사 대응투쟁을 통하여 전북고속 사장을 국정감사에 세우고,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고, 11월초부터는 매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조함원과 연대대오들이 함께 촛불집회를 전개하고 있다.

 

▲작년 7월 7일, 도청 행정대집행. 전북고속 파업 해결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의 도청노숙투쟁. 도청은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를 거부했다.

 

“소인에게는 아직 열세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많은 조합원들이 420여일동안의 투쟁으로 인해 심각해지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생계투쟁을 전개하고 있어 투쟁기획도 쉽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전북고속 조합원들은 기약 없는 투쟁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이들에게는 남해바다를 적에게 내어줄 수 없다는 이순신장군의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전북고속투쟁은 민주노총의 자존심을 건 전면전이다. 피하지 못할 바에는 이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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