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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참사의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것, 비극을 잊지 않는 방법입니다"

7일 저녁,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이 함께한 세월호 참사 범도민촛불행동 여는 말

문규현 신부(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 대표)( jbchamsori@gmail.com) 2014.06.08 09:21

세월호 참사 53일 째입니다. 내일(6월 8일)이면 54일이고, 곧 두 달입니다. 조금 있으면 100일이 지나고, 또 1년이 될 것입니다. 유가족들은 말합니다. 힘내라는 말도, 같이 슬퍼하고 있다는 말도, 귀에 안 들어온답니다. 

‘잊지 않겠다, 평생토록 잊지 않겠다.’

오직 이 말만이, 유가족들은 일어나게 한답니다. 

대참사의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것. 모든 죄인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는 것. 이것이 비극을 잊지 않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이것만이 유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습니다. 이것만이 살아있는 자들의 남은 양심을 입증하고, 이럴 때만이 우리는 비로소 짐승이 아닌, 인간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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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피지도 못한 어린 것들이, 또다시 떼죽음 당하게 할 수 없습니다. 고귀한 생명들이, 이유 없이 공포와 고통 속에 부모 곁을 떠나게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304명을 한 번에 수장시킨 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 해경, 회사에게 응당한 책임을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박근혜 씨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돌아봐야 합니다. 그 부끄러운 어른들 모습 속에, 죄인들 목록에, 우리 자신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월호에 만연한 불법과 불의를 용납한 평범한 사람들, 거기 누가 있습니까? 내 모습을 없습니까?

돈 때문에, 이윤 때문에, 탐욕 때문에, 사랑과 믿음, 생명과 안전을 악마들에게 팔아넘기고 있지 않습니까?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빼앗고 있지는 않습니까? 나만 살면 그만이라고, 어른다움을, 인간다움을, 양심과 이웃을 저버리고 있지는 않습니까?

탐욕과 무능, 무책임이 수백 목숨을 삼켜버리는 그 짐승 같은 순간, 죽음이 밀어닥친 그 처절한 참극의 순간에도, 세월호 희생자들은 서로를 걱정했습니다. 친구들에게,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먼저 입히고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동생아! 언니야! 미안해...

세월호 사무장 고 양대홍 님의 장례식장에는 이런 글이 걸렸습니다. 

‘세월호 사무장 고 양대홍은 끝까지 비겁하지 않았다.’

“학생들을 구하러 가야한다, 통장에 있는 돈으로 아이 등록금 하라.”, 이것이 아내와의 마지막 통화입니다.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그는 배를 나오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들 모두가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던졌습니다. 한 어린 아이의 엄마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막내아들 주겠다고 구명조끼를 껴안고선 입지 않았습니다.

내 목숨이 위험해도, 다른 이들을 구하려던 이들입니다. 내 자식만 걱정 않고, 남의 자식도 걱정하던 아비들입니다. 내 새끼를 위해 죽음을 자처한 어미들입니다. 목숨으로 자기 책무를 다한 선생님들, 승무원들입니다. 옆에 있는 친구들 뿐 아니라, 딴 데 있는 친구들도 걱정하던 예쁜 학생들입니다. 

잊지 맙시다. 이 거룩한 이야기를 절대 잊지 맙시다. 이 숭고한 이야기가 우리 사회의 가치가 되도록 합시다. 우린 우리 사회의 가치 촛불을 계속 들고 밝혀야 합니다. 우린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촛불을 들어야 할 이들이 여기 있습니다. 살아있는 이유, 살야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죽은 이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고, 사랑하고 헌신하며, 더 의로운 세상을 만듭시다. 

아직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의 이름입니다. 

(조)은화야, (윤)민지야, (허)다윤아, (홍)지현아, (남)현철아, (박)영희야, (안)중근아! 어서 집으로 돌아와라. 엄마와 아빠가 기다린다.

윤인화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어서 돌아오세요. 학생들이 기다려요.

사진IMG_6990.JPG

<편집자 주> 6월 6일 현재 14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일반인 실종자의 명단을 얻지 못해 부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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