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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멀지만 닮은 얼굴의 그곳, 오키나와와 한국

채민(전북평화와인권연대)( 1) 2013.05.31 10:46

※ 오키나와는 일본의 오키나와섬을 말하기도 하지만 오키나와현과 오키나와시라는 일본의 행정구역을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로 치면 제주라고 하면 섬으로서 제주도도 있지만 제주특별자치도 혹은 제주시를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주시면 될듯해요.

 

전쟁은 끝났지만, 미군은 여전히 오키나와 면적 20% 차지

 

미국과 일본 사이에 발발한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5년 4월 미군은 일본 최남단 지역인 오키나와섬에 상륙하게 됩니다. 약 3개월 동안 일본군과의 처절한 전투 끝에 오키나와를 점령하게 되죠. 모든 전쟁이 그렇지만 오키나와섬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로 인해 민간인이었던 오키나와 주민들의 피해가 너무나 컸습니다. 단적으로 오키나와 주민 4명 중 1명이 전투에 휩쓸리며 사망했다고 하니 얼마나 참혹한 전투였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 전투 이후 미군은 태평양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오키나와를 일본에 반환하지 않습니다. 1972년까지 미군정이 오키나와를 지배하게 된 것이죠. 이와 함께 오키나와에는 미군의 점령과 함께 주민들의 땅을 몰수하거나 기존의 일본군 기지를 확장하며 대규모의 미군기지가 들어섭니다. 그리고 미군정이 끝난 이후에도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군은 물러나지 않게 됩니다. 현재 일본 전체의 미군기지의 74~75%가 오키나와에 있고 오키나와 면적의 20%가 미군의 기지라고 하니 주민들에게 끼치는 영향도 막대한 상황입니다.

 

미군기지로 몸살앓는 주민들, 분노와 항의로 후텐마기지 폐쇄시켜

 

이러한 기지 중 하나인 오키나와섬의 기노완시에 있는 미해병대 후텐마기지는 도심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데 기지 주변에 9만 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훈련으로 인해 발생하는 폭발적인 소음의 심각한 환경문제로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죠. 평일에 군산미군기지에 가보신 분은 아실 것 같은데요. 군산기지에서 미공군 전투기들이 발생시키는 소음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저 역시 군산기지 주변마을을 방문했다가 귀가 찢어질 것 같은 전투기 소음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환경문제만 있는 게 아니었죠. 한국도 그렇지만 오키나와 역시 미군에 의한 주민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미군정이 끝난 1972년부터 2011년 말까지 미군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127건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1995년 9월 미해병 3명이 12세 소녀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며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던지는 계기가 됩니다. 폭발적인 주민들의 분노와 항의행동으로 결국 일-미 정부는 96년 4월에 후텐마기지 폐쇄를 합의하게 됩니다.

 

그러나 헤노코라는 마을에 더 큰 기지가...

 

그러나 미군은 기지 반환을 하면서 동시에 기지 확장을 시도하게 되는데요. 오키나와섬 북부지역 나고시의 헤노코라는 어촌의 앞바다를 매립해 후텐마를 대체하는 기지를 만들어 미군이 이전하겠다는 일-미 정부의 합의가 96년 12월에 나오게 됩니다. 마치 서울의 용산미군기지는 반환하면서 평택과 군산미군기지는 확장하는 것과 같은 일이 생긴 것이죠.

 

이에 헤노코의 주민들은 연일 새벽에 카누로 바다로 나가 정부의 조사 작업을 중지 시키는 등 미군기지를 저지하는 활동을 하게 됩니다. 일-미 정부가 후텐마 기지를 폐쇄하고 새로운 기지를 만들기로 합의하고 15년이 지났지만 헤노코의 바다에 미군기지 기지 건설은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헤노코의 바다에서 계속 저항을 계속해 온 사람들과 더 이상 미군기지를 원하지 않는 오키나와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었죠.

 

한편 헤노코와 같은 오키나와섬의 북부지역 히가시손(손은 우리나라의 면과 같은 작은 행정구역)의 다카에라는 작은 마을에도 미군기지 확장의 그림자가 몰려왔습니다. 다카에가 있는 얀바루의 숲에는 미해병대가 훈련을 하는 미군 북부 훈련장이 있습니다. 훈련장만이 아니라 16개의 헬기 이착륙장이 있었는데 일-미 정부가 다카에 주위에 미군 헬기 착륙장을 6개 더 만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그것도 다카에를 완전히 포위하는 것처럼 말이죠. 주민들은 삶의 터전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오키나와 그리고 평택-군산-강정

 

한국의 상황은 오키나와와 매우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에겐 평택과 군산과 강정마을의 아픔이 있듯, 오키나와에는 헤노코와 다카에의 아픔이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곳을 사랑하며 살고 지키는 사람들 또한 있다는 것 역시 한국과 오키나와의 닮은 모습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오키나와의 이야기가 다큐영화 ‘러브 오키나와’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다가오는 6월 5일 저녁 7시, 전주시민놀이터에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공동으로 러브오키나와 상영회를 준비하고 있으니 그때 보실 수 있어요. 이날 감독과의 대화와 오키나와주민과의 간담회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의 평화와 삶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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