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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동조합이 죽도록 싫은 나라!! 대한민국

이창석(민주노총 전북본부 사무처장)( 1) 2013.02.14 13:14

[편집자 주] 이 글은 시사월간지 '열린전북' 2월호에 실렸습니다. 글쓴이의 동의를 구해 참소리에도 올립니다.

 

신세계 이마트 노동조합 설립 막기 위한 계획 드러나


불과 이틀 전 드디어 터질 것이 또 다시 터졌다. 그것이 바로 이마트 노동조합 설립 방해 및 탄압에 대한 얘기들이다. 한국 사회가 얼마나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주의에 빠져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 중에 또 하나이다. 수 천 억의 이익을 내는 대형 마트가 노동조합이 싫어서 해바라기팀, 무슨 팀, 무슨 팀을 만들어 노동조합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감시했다는 것이 기가 막힌 일이다. 하물며 이미 대부분의 서점에서 팔고 있는 “전태일평전”이 창고에서 나왔다는 이유로 그 지점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 등은 또 한 번 한국 기업들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헌법 제33조

 

①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②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③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87년 민중항쟁의 산물이다. 즉 많은 노동자·민중의 핏값으로 제정된 것이다. 엄혹한 군사독재정권시절을 넘고, 수많은 열사들의 피의 대가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이를 용인하려고 하지 않는다. 2012년 한 해 동안, 더 정확히 말하면 수십 년 동안 노동조합, 특히 민주노조를 말살하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왔다. 민주노조는 과연 무엇인가? 사측으로부터 자주적인 노동자들의 자치조직이다. 이런 자치조직을 권력과 재력이 있는 사업주들이 막아서는 것을 못하게 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한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노동조합 탄압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3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싸워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대부분의 국민인 노동자들이란 말이다.
이런 와중에 이번 이마트 사건은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불법적이고, 반헌법적인 나라에 살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단면일 뿐이다. 과연 이마트에서만 벌어지고 있을까? 세계 속의 삼성이 그렇다. 그리고 노조 혐오증에 빠져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런 상태에 놓여 있다. 노동자들이 만들고 싶어 하는 노동자들의 자치 조직 자체를 막아서는 나라가 과연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노동자들에게 헌법적 가치란 무엇인가?


아직도 철탑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답조차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노동자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윽박지른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거의 날마다 터져 나오고 있는 노동조합 말살 정책과 말살 계획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회사가 잘해 주는데 왜 노동조합을 만드는가? 회사가 잘해 주든 말든 법대로 우리는 얼마든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우리 사회가 보편적인 인권의 가치가 어디에서부터 출발하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헌법이 우리 국민들의 인권의 가치를 지키고, 인권이 곧 재산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결과물임을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마트만의 문제 아니다. 세계 경제 규모 11위인 나라에서 자신이 원하는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가 과연 경제 규모 11위인 나라인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행복하지 않은 직장이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있지만 모두가 행복해지고 노력한다.

 

노동자가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이 문제인 나라

 

헌법 제34조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③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④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⑤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⑥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 제34조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다. 바로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직장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주어도 행복하지 않다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행복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KT노동자들은 고임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KT노동자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정말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을까? 이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언제 쫓겨날지, 무슨 감시를 받고 있는지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오죽하면 죽음의 기업이라고 하겠는가? 그런데 그나마 KT는 노동조합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다른 기업들은 어떤 상태일까? 아마도 99%의 기업에 속해있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직장에서 별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불법적이라면 불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고 있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노동조합 혐오주의는 정도를 넘어 자신의 이윤 아래 둔 기계로 보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일일이 헌법을 들먹이며, 얘기하는 것은 이제 한국 기업들도 그만 할 때가 되었다. 정당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에 대해 서로 협의하고, 합의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줄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마트에서 벌어진 노동조합 설립 말살 계획은 아마도 다른 기업에서도 똑같이 갖고 있을 것이다. 삼성도 그것은 똑같다. 노동조합을 했다는 이유로 납치, 감금도 서슴치 않는 기업들을 봐주는 권력이 진정한 국민으로부터 만들어진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가?

 

 

10년 전이나 지금의 유서가 같은 나라


한진중공업의 한 노동자가 10여 년 전 자결했던 김주익 열사의 유서와 똑같은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목숨을 버렸다. 이게 말이 되는가? 10여 년 전 돌아가셨던 열사의 유서와 지금도 똑같은 죽음이 반복되는데도 아무런 사회적 반응도 없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는가?

쌍용차에서 죽어나가고 있는 노동자.
KT에서 죽어나가고 있는 노동자.
삼성에서 죽어나가고 있는 노동자.


대한민국 굴지의 회사에서 죽음이 만연해있는 나라인데도 사회 전체가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서러울 뿐이다. KT을 이용하는 대다수가 노동자가, 삼성의 물건을 사는 대다수가 노동자인데, 쌍용차를 사는 대다수가 노동자인데 우리는 이들에게 왜 잘못되었는가라고 묻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대국민 사과에는 진정성이 없다


이런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이마트에서 벌어진 살인적인 노동조합 설립 방해 계획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로 이마트 앞에서 민주노총전북본부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이후 노동자권리찾기 수첩과 가입원서를 나눠주는 포퍼먼스를 했다. 그랬더니 곧바로 이마트 사측이 모두 수거해 갔다는 제보가 속출하고 있다.

 

사회적 물의가 빚고 있는 기업이, 그리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 이마트가 여전히 그런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국민들을 완벽하게 속이고, 기만하는 사과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 알리는 것조차 두렵다. 왜냐하면 이런 제보를 한 사람을 또 찾아내서 해고하고, 불이익을 줄지 모르기 때문이다. 참으로 한탄스럽다.


이제 그만 할 때도 됐다. 경제 민주화는 바로 여기서부터이다


이제 기업들도 그만할 때가 되었다. 더 이상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는 말이다.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에 기업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 줄 때가 되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조직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박근혜 새정부는 바로 여기서부터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아야 한다. 노동자들은 조선시대 “종놈”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존엄성이 있는 인간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반칙이 승리하는 나라일 것이다. 또 그 누구도 법치라는 이름하에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이런 권리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 또한 우리의 과제임은 전제한 상태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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