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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편집자 주] 전주대/비전대 청소경비노동자가 파업 한 달을 몇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원청인 전주대도, 전주대 재단의 자회사 (주)온리원도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 청소노동자의 마지막 편지는 전주대에 새로 부임한 고건 전주대 신임총장이 수신인이다.

 

고건 총장님께 올리는 글

 

안녕하세요! 고건 총장님!

이곳 전주대 총장님으로 부임해 오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저희 전주대/비전대 노동자 동지들은 총장님의 취임을 기쁜 마음으로 환영하지 못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총장님께서도 이미 다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 전주대/비전대 노동자들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음을 널리 이해해 주실 줄 믿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권리를 잃어버린 채 시키면 무엇이든지 해야만 하는 줄 알고 뼈골 빠지도록 충성을 다해 열심히 일했지만, 회사는 그걸 알아주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시키고 임금을 적게 줄까 궁리만 했습니다.

 

노동시간 6.5시간으로 줄이기, 식당에 김장 김치 담그기, 온리원 매장 청소, 매장 물건 포장, 많고 많은 행사장 의자 나르기, 도로 낙엽 쓸기, 심지어 사장님 집 청소까지 온갖 일을 다 시키고 하루 일당 2만 8천 80원, 한 달 임금 70만원을 받고 일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정말 우리 권리를 찾아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회사는 노동조합과 대화로 해결하기 보다는 조합원 동지들을 만나 노동조합을 탈퇴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며 겁을 주면서 복수노조에 가입시키는 비양심적인 행동을 합니다.

 

 

총장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한솥밥을 먹는 가족을 사랑한다면 우리 미화노동자들의 어려움이 무엇이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 알려 고는 안하고, 노조를 탄압하고 해고를 시키면 우리 힘없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우리 청소미화노동자도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부디 총장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우리 전주대/비전대 미화노동자들의 일을 해결해 주십시오.

 

힘없는 미화노동자 일동은 총장님께서 꼭 해결해주셔야 일터에 가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일하고 싶습니다. 그냥 말로만 해결해 주겠다고 하지 마시고 전주대 부임 첫 번째 임무로 생각하시고 발 벗고 나서주시길 간곡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전주대/비전대 청소·경비비정규직 노동자, 전북평등지부 조합원 김남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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