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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협박이 난무하는 버스사업장과 순진한 노동위

이장우( 1) 2011.06.13 11:32 추천:59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필자가 사건을 담당했던 버스노동자들 역시 저임금이 만연되어 있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등 열악한 근로조건이 구조화 된 상황이었다. 한편, 이러한 버스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노동조합이 이미 오래 전부터 설립되었으나, 오히려 조합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노조가 된지 오래된 상황이었다.

 

통상임금 1500만원, 100만원만 받으라고 협박

 

그러다, 2010년 8월 기존 노조와 버스사업주들은 통상임금 조항을 삭제하고 기 발생한 통상임금 3년분(5년 근속자 기준 평균 1,500만원)을 100만원 지급하는 것과, 이에 대하여 합의하지 않는 조합원은 불이익을 주는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주들과 기존 노조는 이 단체협약을 활용하여 조합원들을 개별적으로 사장실 등으로 불러 합의를 강요하였다.

 

민주노조 설립하려 들자 핵심인물에게 불이익주면서 결성 방해

 

노동자들은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2010년 12월 8일 천여명의 버스노동자들은 새로운 노조를 조직하여 역사적인 총파업에 돌입하였다. 이때만 해도 이 파업이 144일의 대장정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당연히도 사업주들은 이른바 민주노조가 조직되는 움직임이 있자 그 핵심 인물을 해고하거나 징계하고, 배차에 불이익을 주면서 필사적으로 노조 결성을 방해했다.

 

문제 삼지 않던 단순누락을 고의횡령이라고 해고

 

다양한 사유로 수십명의 버스노동자들이 해고 되었는데, 이 가운데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노조 핵심인물의 운행기록을 차량 내 CCTV 녹화장면과 함께 샅샅이 조사하여  ‘운송수입금(버스 요금 또는 승차권)’을 문제 삼는 것이다. 버스노동자도 사람인지라 실수로 운송수입을 누락하기도 하고 운임이 6,400원인 노선에서 간이 정류장을 이용하는 마을 주민이 잔돈이 없다고 만원을 내밀면 4,000원 거슬러 주고 400원을 노동자 개인 돈으로 채워 넣기도 하였다. 그러면 평소에 사업주는 해당 승무사원을 불러 누락된 사실을 확인시키고 그걸 채워 넣으면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았다(회사가 제출한 운송수입금 누락 현황 자료를 보면 변상 후 모두 훈방조치 된 것으로 나옴).

 

심지어 어떤 사업장은 현금으로 요금을 받으면 잔돈은 커피라도 뽑아 먹으라는 교육을 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만약 버스 요금이 6,400원인 구간에 현금 승객이 2명이라면 6,000원×2명=12,000원이라고 운행일보에 기재하고 12,000원과 함께 매일 회사에 제출하면 되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왔다. 4,800원, 800원 2,400원 사업주들은 세 명 모두 해고처분을 했다.

 

사업주, 노동위에 핵심자료 제출 거부
노동위, 신빙성이 의심되는 자료만 검토하고 해고 정당하다고 판결
 
필자와 해고자들은 이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하였고 사업주들에게 위와 같은 자료를 노동위원회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사업주들은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그런 관례도 없으며 지금까지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 해고했다고 딱 잡아뗐고 단순 누락이 고의적인 횡령이라는 근거랍시고 회사 내부의 업무보고서 등 내부 결제 서류들만 산더미처럼 제출했다.

 

당연히 노동위원회는 위 관례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제출을 사업주들이 거부한 것은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고 신빙성이 지극히 의심스러운 그 내부 결제 서류들을 근거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도대체 회사가 제출한 6,000원, 12,000원으로 기재한 운행일보와 변상 후 훈방조치 된 수많은 운송수입금 누락 현황의 정체는 뭘까.

 

사업주, 징계규정 사전 고지 위반
노동위, 고지 의무 없고 사전에 인식했을 수도 있다며 위반 아니라고 해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버스사업장들의 인사규정에 징계위원 기피신청 및 재심청구 제도가 있었다. 재심청구는 몰라도 징계위원 기피신청 제도가 있었는지는 아마 사업주들도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사업주들은 징계위원 명단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고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고지하지 않았다. 명백한 징계절차 위반이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는 위 제도에 대하여 고지를 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없는 점, 징계규정이 공개가 원칙이고 그래서 그러한 권리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징계절차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천만원의 임금을 포기하라는 협박이 난무하는 사업장에 징계규정이 공개되었다고 생각하는 노동위원회는 너무도 순진하다. 아니 무지하다. 그리고 노동위원회는 징계위원 기피신청 제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해하고 이런 결정을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징계위원을 기피하려면 위원 명단을 사전에 고지해야 할 수 있는 것이고, 누가 위원인지 알아야 기피를 하던 수용을 하던 할 것이 아닌가. 먼저 식당에서 반찬을 차려줘야 그 가운데 어떤 반찬을 빼달라거나 더 달라고 할 것이 아닌가.

 

지금도 사업주들은 노조와 이미 합의한 기본협약조차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노동위원회는 이런 막무가내 사업주들이 징계규정을 노동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해 놓았을 것 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을까. 우리 높으신 분들 노동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신다. 이래놓고도 판정은 자기들의 권한이라고 큰소리 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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