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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공의료를 지키기 위해 강성노조가 필요하다"

강문식(전북노동연대)( 1) 2013.05.06 12:03

남원의료원의 오래된 미래, 진주의료원

 

지난 2월 26일 경남도지사 홍준표는 진주의료원의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진주의료원의 폐원 계획을 발표했다. 홍준표 지사는 일관되게 병원의 부채가 늘어난 것은 과도한 인건비 때문이며 그 책임이 ‘강성노조’에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 각층에서 공공병원의 사회적 역할을 고려할 때 폐원을 철회해야한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경상남도의 입장은 견고하다. 적자를 고임금과 노동조합 탓으로 돌리는 행태는 자본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던 논리와 한 치도 다르지 않다. 진주의료원 사태는 ‘공공의료’를 파괴하는 의료시장화 추진과 노동자계급에게 자본의 위기 전가라는 두 축이 맞물려 첨예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문제를 한 지역/개별 의료기관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이고, 현재 남원의료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병원의 노동조합 탄압은 이를 뒷받침한다.

 

남원의료원에서는 진주의료원에 앞서 노동조합에 대한 공세가 시작됐다. 의료원 사측은 2012년 내내 노동조합과의 임단협을 회피해왔고, 노동조합은 이에 맞서 2012년 12월 7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27일간의 파업 이후 노사는 2013년 3월까지 평화기간을 갖기로 합의했지만 남원의료원은 평화기간 중에도 일방적으로 단협해지를 통보하면서 노동조합과 대화 의지가 없음을 확인시켜줬다. 남원의료원은 지리산권의 거점병원이자 공공병원으로서 응급센터, 중환자실, 분만실 등을 운영하며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온 기관이고, 2012년 현재 352억원 누적적자와 245억원 부채를 안고 있다. 남원의료원 사측은 이 적자와 부채의 원인으로 노동조합을 지목하며 그동안 노동조합을 탄압해왔는데, 벌어지는 사태의 양상부터 남원의료원이 공공병원이라는 점 까지 진주의료원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공공병원이 흑자면 문제다

 

경상남도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진주의료원은 해마다 40-60억의 적자를 기록하며 279억 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 이 적자가 고임금 때문이라는 경상남도의 주장과는 달리 2012년 진주의료원 노동자의 1인당 평균인건비는 마산의료원보다 853만9295원 적게 지출됐다. 오히려 급증한 적자의 가장 큰 주범은 2008년 진주의료원을 도시 외곽으로 옮긴 경상남도의 결정이다. 병원 건물을 신축하면서 발생한 부채가 93원에 달하고, 복지부는 국회 제출 자료에서 "시 외곽 이전에 따른 환자 접근성 악화로 환자(특히 외래환자) 수가 감소한 것이 경영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남원의료원 또한 적자의 원인으로 인건비를 지적하고 있지만 오히려 노동자들은 2005년부터 토요일을 무상으로 노동한데 더해 2010년도 인금인상분 5억 원, 2011년도 임금인상분 7억 원을 반납했고,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8억 8천만 원의 임금 체불이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적자의 원인이 인건비에 있느냐/없느냐는 논쟁이 아니라 ‘공공병원’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데 있다. 한국은 표면적으로는 영리병원 설립이 금지되어 있지만 개인의원의 영리추구는 허용되어 있고, 국립대학병원은 분식회계를 동원하면서까지 영리를 추구하는 등 사실상 의료가 영리화 되어 있다. 의료를 통해 영리를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돈이 되지 않는 진료는 점차 병ㆍ의원이 기피하게 되고 공공병원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 진료, 장기간 입원환자, 응급센터 등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돈벌이가 안 돼 시장이 담보하지 않는 영역을 현재 공공병원이 책임지고 있다. 이러한 공공병원에서 흑자를 기대하는 것은 공공병원이 가진 본래의 역할을 포기하라는 주문과 같은 말이다. 진주의료원에서 강제로 퇴원 당한 환자의 죽음은 공공병원이 맡고 있는 책임이 엄중함을 비극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한국의 공공병원 병상 비중은 2011년 기준 10.4%에 불과하다. 스웨덴/영국/체코는 90%가 넘는 공공병상을 확보하고 있고, 한국 의료민영화 정책이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조차도 25.8%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공공병원의 비중이 워낙 작기 때문에 그만큼 공공병원으로 여타 병원이 기피하는 수익성 없는 의료서비스가 가중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공공병원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공공병원 적자 문제의 해법은 공공병원 폐쇄가 아니라 공공의료 강화에 있다. 적자를 근거로 공공병원을 공격하는 것은 한국의 의료시장화 정책과 맞물려 공공의료를 축소시키려는 시도일 따름이다.

 

공공의료의 반대말은 강성노조?

 

지방의료원 적자를 둘러싼 논쟁에서 ‘공공의료’가 키워드가 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경상남도에서는 실질적 내용이 없는 공문구일지언정 서민의료 운운하며, 공격의 화살을 굳건히 '강성노조'를 향해 고정시키고 있다. 마치 ‘강성노조’가 ‘공공의료’에 방해가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조합을 비롯해 운동세력에 대한 탄압은 언제나 전체 자본의 이윤을 확대하려는 시도와 결부되어 있다. 노동자를 비용절감의 대상으로 취급하려는 시도의 결과는 의료를 비용논리로 전환시키는 것일 수밖에 없다. 공공병원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공격하는 현실은 노동권의 축소와 공공재의 사유화가 한 몸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뚜렷이 보여준다. 그러므로 공공의료를 지키는 투쟁은 자본의 이윤추구에 맞서는 투쟁, 곧 노동권을 확대시키는 투쟁을 우회해서는 안 된다. 노동권 축소의 결과는 자본의 이윤확대이다. 공공의료를 지키기 위해 ‘강성노조’가 필요하다.

 

노동조합과 운동세력이 남원의료원 운영의 주체가 되겠다

 

전라북도는 남원의료원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노동조합과 사측의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 공공병원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공공의료에 대한 계획과 전망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경상남도와 맞닿아 있다. 전라북도는 남원의료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공공의료를 확대/강화시키기 위한 계획을 제출해야한다. 그 계획은 공공병원을 그 공적인 성격에 걸맞도록 운영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세력이 병원의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기본이다.


노동조합을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한 주체로 인정하고, 노동조합과 대화를 거부하는 의료원장을 즉각 파면시켜라. 또한 병원의 운영에 사회운동세력의 참여/견제를 보장하라. 이를 쟁취하고 공공의료를 지켜내기 위해 노동자ㆍ민중이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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