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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북교육청에서 체벌의 대안으로 상벌점제(그린마일리지)를 내놓으려 하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2011 인성·인권지도계획에서 ‘사회기초 질서 준수 등 학칙 중심의 학교 풍토 조성’,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학교 운영 등 공공의식이 생활화 된 학교 교육환경 구축’,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이 상호 존중되는 디지털 시스템 운영을 통해 학교규칙 준수 문화 강화’를 목적으로 그린마일리지 디지털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상·벌점 입력 시 해당 학부모에게 SMS(자동전송)하여 부모의 알권리 및 자녀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체벌은 학생을 비주체적이고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데서 비롯

 

우선 여러 인권단체, 교육단체들이 여러 해에 걸쳐 상벌점제는 체벌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수차례 이야기해왔음에도 상벌점제를 대안으로 내놓은 전북교육청에게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물리적) 체벌은 수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기쁘기도 하다.
 
그러나 체벌과 체벌금지의 차이는 단순히 '때리느냐 안 때리느냐'의 차이가 아니다. 체벌은 학생을 비청소년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생각도 할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교사의 지도에 따라 통제 당해야 하는 비주체적이고 미성숙한 뭐가 좋은지 나쁜지 구별할 수 없는 존재로 보는데서 비롯된다. 이 점에서 그린마일리지는 체벌과 본질적으로 전혀 다르지 않다. 단지 때리지 않는 체벌일 뿐이다.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교육에는 통제수단이 필요하지 않아

 

상벌점제는 일제가 조선학생들을 순종적인 제국 신민으로 길러내기 위해서 1910년대에 보통학교에 도입한 "품행평가제"(학생들의 생활을 갑을병정, 우량가불 등의 4단계로 평가하던 시스템. 학생들의 생활이나 언행 전반을 감시하여 학교의 규칙을 어길 경우 품행평가 결과에 반영하는 식으로 학생들을 통제함. 품행평가 결과는 진급, 진학, 취업에 자료로 활용됨)의 잔재이기도 하다. 일제 얘기가 하서 하는 소리(?)인데, 그린마일리지는 일본이 3.1 운동 직후에 했던 문화 통치와도 별 반 다를게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본질적인 건 뜯어고치려 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수업과 학교 시스템을 최대한 유지한 채 ‘인권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방법 따위를 머리 싸매고 곰곰히 궁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본질적인 걸 뜯어고쳐야 할 때이다. 진정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교육에서는 굳이 체벌이나 상벌점제 같은 통제수단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덧붙임] 이예반 님은 청소년 인권 모임 아수나로 전주지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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