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피니언

최저임금, 슬픈 그 이름.

김영란( 1) 2011.04.07 12:39

최저임금 월급, 텅 빈 통장 잔고

 

나는 현재 시민단체 활동가이다. 하지만 활동가가 되기 전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했는데, 그 중에서 정규직과 가장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아주 적은 임금을 받은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일은 구청에서 단기 계약직 일을 했었을 때였다. 계약직 공무원이라고 해야 할까. 비정규직 공무원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나는 구청에서 이런저런 민원서류와 신청서류를 보며, 정규직 공무원이 수행하는 일을 함께 처리했었다. 그때 임금은 약 5년 전 최저임금 기준으로 4대 보험을 제외하고, 약간의 복리후생비를 더해 70여만 원쯤이었다.

 

그 월급으로 나는 생활비로 사용하고, 약간의 학자금 대출을 갚는 등 사용하고 보니 수중에 남는 돈은 거의 없었고, 몇 개월 계약직 일을 하고 난 후에 몇 만 원도 채 되지 않는 돈이 통장에 잔고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후에 좀 더 괜찮은 직장을 찾아 나섰고, 취업이 돼서야 최저임금에서 겨우 벗어났지만 최저임금의 시린 기억은 일자리를 애타게 찾는 가난한 청년백수였던 날 슬프게 만들었었다.

 

살인적인 물가에도 제 자리 걸음인 비현실적인 최저임금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의 최저임금은 어떨까. 2006년에는 3,100원이었고, 2011년 최저임금은 4,320원이다. 와. 정말 많이 올랐다? 미안하지만, 최저임금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한 달 주 40시간 기준으로 4대보험을 빼면 약 85만원이나 될까. 지금과 같이 살인적인 물가에서 85만원!

 

최저임금은 국가가 임금액의 최저한도를 결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지급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제도이다. 임금은 원래 노사 간 자주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개별노동자와 사용자간 대등한 교섭관계가 이루어 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의 실질적 적정임금의 확보를 위해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이 과연 노동자의 적정임금을 확보해주고 있는가. 최저임금이 적절하여 대기업 하청업체 노동자가 울부짖는가. “가장이 벌어오는 임금이 100만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20만원만 아니, 10만원만 올려 달라. 적어도 내 가족이 굶어죽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위해서” 라고 말하는가. 얼마 전 이화여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투쟁으로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청소노동임금이 시급 4600원으로 상향조정되고, 휴게실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4,320원에서 4,600원으로 오르기까지. 청소노동자들은 그 차가운 복도바닥에 앉아서 200원, 300원인상이라는 슬픈 투쟁을 외쳤다.

 

지금 최저임금의 수준이 바로 이렇다. 2인 가구 이상은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임금 수준이 최저임금이며, 1인 가구 홀로 살아가기에도 너무나 벅차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대단히 더디게 인상되며, 노동자는 최저임금인상을 목이 터져라 외치지만, 언론과 정치권은 경제약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최저임금에 무관심하기만 하다.

 

게다가 언론은 시시각각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중소기업들은 경영압박을 겪어 도산할 위기에 처해진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기업은 도산해버려라! 노동자에게 늘 경쟁해서 능력을 키우라며 연봉제, 성과급제를 운운하면서 왜 기업은 노동자에게 합당한 임금을 주는 내실 있는 경영을 경쟁해서는 안 되는가? 이것은 어떻게든 노동자를 착취해서 사업주의 이익을 늘리려는 그들만의 논리일 뿐이다.

 

▲[출처= 참세상]
 
최저임금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

 

지금도 이렇게 이 사회의 많은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의 현실적 인상을 외치고 있다. 일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여.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이의 문제라 여기지 말고 지지를 보내자. 많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면 최저임금문제는 충분히 해결 할 수 있다. 노동자문제에 등 돌리지 않고 관심을 가지면 적어도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을 고안해내는 정치인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이가 흘리는 땀방울과 연대하는 이는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 사회의 다른 이의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순간,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사람들이 되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참시민이 되리라.

 

[덧붙임] 김영란 님은 전북여성단체연합 상임활동가입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