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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달콤한 초콜렛 속에 아이들의 눈물이...

안상연( 1) 2011.01.31 12:53 추천:1

봄소식이 들리는 2월이면 사랑의 날이 있다. 2월14일 발렌타인데이가 그것이다. 어린아이에서부터 할머니까지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 초콜릿을 산다. 2월에 팔리는 초콜렛의 양은 일년 전체의 1/3이라고 한다. 서양의 전설과 문화에서 시작된 발렌타인데이가 우리나라에 넘어와서 이토록 히트를 친 것은 '여성이 사랑을 고백해도 된다.'는 매력 때문일 것이다. 이성에 대한 관심과 표현을 자제하는 얌전한 여자가 더 인정받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먼저 표현해도 된다는 허용은 발렌타인데이를 초콜렛과 함께 참 달콤하게 정착시켰다. 남성이 여성에게 답례한다는 화이트데이는 발렌타인데이의 인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정작 초콜렛을 줄 연정의 대상이 없다고 하여도 이 사랑의 이벤트에 동참을 하고 싶은 것이다.

 

▲코코아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일하는 아동 노동자 [출처 : 국제노동권기금 International Labour Rights Fund]

 

그러던 발렌타인데이가 요즈음 세계경제의 불평등으로 피해받는 제3세계를 돌아 볼 기회가 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공정무역 초콜렛, 이른바 착한 초콜렛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초콜렛의 주원료인 카카오는 주로 서부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데 아동노동의 착취가 가장 많은 작물로 알려져 있다. 서아프리카 카카오농장 노동력의 87%는 가족노동에 의존하는데 몇몇 코코아 농장에서는 가난한 집 아이들, 혹은 밀거래된 아이들의 노예노동으로 채워지고 있다. 9살 경의 아이들이 보호장비도 없이 농약과 살충제를 뿌리는 일, 10m가 넘는 나무에 올라가 코코아를 따는 일, 코코아를 뒤집고 말리는 일을 하고 있다. 농민들은 가격이 낮아도 대기업에 코코아를 팔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공정무역 초콜렛은 생산자단체와 직거래를 통하여 생산비를 보전하도록 코코아의 가격을 유지하므로 농민의 생산기반을 지킨다. 그래서 수입 대부분이 코코아 생산인 가난한 집 부모가 아이들을 팔지 않아도 된다. 공정무역협회는 살충제를 뿌리는 일에 아이들이 동원되지 않도록 하고 12세 이하 어린이의 노동을 금지한다. 윤리적 소비로 대안을 만들어 내지 않고 현실을 이대로 내버려두는 한, 초콜렛은 코코아농장에서 노예노동을 하는 아프리카 1500명 어린이들의 피눈물이다.

 

주전부리 초콜렛 한 상자로 그 나라 농업을 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는 계기는 된다. '에구 그따위 상업적인 발렌타인데이라니!'라고 타박하기보다 이성 친구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은 아이와 함께 공정무역 초콜렛 놀이를 한번 해보자. 초등학교 이상의 큰아이가 있다면 공정무역 초콜렛으로 쿠키를 장식해보아도 되고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 쓰기를 해도 된다. 함께하는 시간 동안 달콤한 초콜렛 한 통이 나에게 오기까지의 과정과 공정무역 초콜렛이 등장하게 된 연유도 살짝 전해주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 카카오 농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열한 살 어린 친구를 생각해 보게 할 수도 있다.

 

당신이 아직 미혼이라면 공정무역 초콜릿에 내 마음을 담아 선물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작은 실천, 착한 소비가 또한 착한 사랑을 불러오리라고 믿어보자.

 

 

[덧붙임] 안상연 님은 남원아이쿱 생협 이사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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