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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꼴통페미, 페미냔이 전한다.

김영란( 1) 2011.02.09 16:40 추천:5

“어머, 저 페미니스트 아니에요.”

여성으로서 고소득 전문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혹은 공인의 인터뷰를 들을 때 가끔씩 들리는 말들이다. 이러한 대답이 나올 때는 질문이 이럴까? “당당히 자신을 표출하고 내세우는 면이 많으신데요. 혹시 페미니스트 성향이 있으신가요?” 그러면 다들 화들짝 놀라나 보다. “아니에요. 저 페미니스트 아니에욧!!.” 꼭 이렇게 대답하니 말이다.

 

가끔씩 나는 인터넷의 각종 포털사이트에 댓글을 단 후 악플러들에게 공격당할 때가 있었다. 내가 너무나 고상하게 페미니스트임을 밝혀서 그럴까. ‘페미니스트‘란 말에서 ’페미‘까지만 써도 각종 욕설이 날라 들어온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이 꼴통페미와 페미냔이라서 나는 씩씩거리며 “꼴통페미가 말합니다. 페미냔이 전해요.”로 첫 글귀를 띄울 때가 있었다. 그래도 어지없이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 말들은 한도 끝도 없다.

 

이렇게나 인터넷에서 욕 듣기를 밥 먹듯 하는 페미니스트는 누굴까? 인터넷을 사용하는 악플러들은 페미니스트를 대체로 여권주의자, 여성우월주의자 정도로 생각하고 욕설을 날리는 듯하다. 실제로 페미니스트는 여권주의자일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서도 드러난 페미니스트의 모습은 전후사정은 상관없이 그야말로 억지를 쓰는 여성으로 묘사된다. 여성전용화장실이 없다느니, 남성작가 이름 뒤에 여성작가 이름이 온다느니 하면서 꼬치꼬치 캐묻고, 따지기는게 습관이 된 히스테릭한 여성말이다.

 

그런데 어쩌나. 페미니스트는 여권주의자가 아닌 것을. 실제로 페미니스트의 뜻을 물으면, 적지 않은 사람들은 ‘여성주의자? 여성권리주의자? 여성권리해방주의자??’ 로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이렇게 페미니스트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고, 남들이 욕하니까. 남들이 싫어하니까 정도로 생각하고 동조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럼 정확한 페미니즘의 뜻부터 알아보자. 미국의 흑인여성학자 벨훅스는 간결하고 정확하게 페미니즘은 설명한다. 페미니즘은 “성차별과 성차별에 근거한 억압과 착취를 종식시키는 운동”이라 정의했다. 천천히 이 뜻을 살펴보면 페미니즘이 얼마나 평화로운 운동임을 알 수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권리주의 정도로 해석되는 하찮은 운동이 아니다. 그리고 페미니스트는 여성의 성차별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 가해지는 성차별 역시 함께 없애나가자는 운동을 펼치는 사람이다.

 

“그래서 구제적으로 페미니즘 운동이 하는 것은 뭔데?” 라고 묻는다면 페미니즘이 펼쳐온 운동의 한 예를 들고 싶다.

 

그 예로 “함께 일하고 함께 돌봐요.”라는 구호로 여성단체들이 가정내 부부가 함께 일하고 함께 돌봄을 실천하자는 운동을 펼쳐왔다. 가정 안에서 남성과 여성이 함께 가정을 돌보고, 함께 일한다는 말은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한 많은 문제들인 경제불황 속 가정경제위기, 저출산, 여성고용문제들을 해결하는 커다란 해법이 될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일함으로서 남성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생계부양자의 무거운 짐을 나눠 질 수 있다. 그리고 자녀를 먹이고 입히면서 자녀들과 부대끼며 돌보면 그만큼 외로운 ‘돈만 벌어오는 아빠,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의 아빠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참 쉬운 해법이다. 그리고 행복한 비법이다. 물론 부부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제도적으로 구체적 대안이 함께 해야 하지만, 가정 내 가족구성원의 인식의 변화가 첫째로 따라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페미니즘은 고상한 척하는 여성들이 학문의 상아탑 속에 갇혀 그들만 논하는 여성학이 아니다. 세상의 반의 여성만을 위한 페미니즘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운동임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실천한다면 페미니즘은 꼴통페미의 누명을 벗고 훨훨 날아 삶의 행복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다.

    

[덧붙임] 김영란 님은 전북여성단체연합 활동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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