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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통령님, 그때 사면해 주신 것 이제야 감사드립니다?”

김범우(광고회사 노동자)( 1) 2011.07.14 11:34

전 국민적 축제인 월드컵 16강전에 약속을 잡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올림픽 금메달 시상 순간에 채널을 돌리거나 연간 관객 1천 만 명 시대를 연 프로야구장에 가본적이 없으신지. 이렇게 본능적으로 스포츠에 무관심하다면 아마 당신은 주변에서 주워들은 3S정책, 즉 스크린(screen:영화), 스포츠(sport), 섹스(sex)를 통한 우민(愚民)정책을 기억하고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스포츠를 피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올림픽을 유치하는 것이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부정할 수 없을 지경이다. 지난 평창올림픽 유치 발표 이후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가 33.9%에서 41.3%로 한 달 사이 7.4%포인트 가량 상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으니 말이다. 이제 앞으로는 대통령 선거나 지자체 단체장 선거공약으로 ‘월드컵 16강 진출 보장’ 혹은 ‘지역 야구단 리드 1등 약속’ 등이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왼쪽에서부터 두산그룹 광고와 현대차그룹 광고

 

어쨌든 4대강 환경파괴로 두들겨 맞고 반값등록금으로 만신창이가 된 이명박 정권에게 어쩌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는 마지막 반전기회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국은 반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역사적 성공의 주인공은 겉으로야 김연아 선수라 하지만 우리 모두 그 뒤에 삼성의 이건희와 두산의 박용성, 그리고 대한항공의 조양호가 있다는 것을 다 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전에는 대한민국 총자본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총자본에게는 이번이 그 동안 신세진 이명박 정권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것을 입증하듯 총자본은 평창 올림픽 유치가 발표된 7월 둘째 주에 일제히 각 일간지에는 각 기업들의 광고를 실었다.

 

▲왼쪽에서 부터 한화그룹 광고와 STX그룹 광고

 

2007년 ‘형제의 난’ 때 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사면된 박용성 회장의 두산그룹.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로 조세포탈과 배임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사면된 이건희 회장. 이들 그룹의 광고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그 뿐인가. 회사 돈 6백 93억 원을 횡령하고 1천 34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뒤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3백 시간 판견을 받고서도 그 시간을 다 채우기 전에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은 정몽구 회장. 정 회장의 현대자동차 그룹도 광고를 집행했다.

 

▲삼성그룹의 기업PR 광고의 맨 마지막 엔딩컷 가운데 서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은 재벌들의 충성과 감사의 마음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해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소위 ‘룸방’에서 맞고 돌아온 칠칠치 못한 아들을 위해 ‘보복폭행’에 나섰던 김승연 회장의 한화그룹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를 축하하는 광고를 크게 내걸었다. 한결 같이 대통령님 특별사면을 받아 경영일선에 돌아올 수 있었던 그들이었으니 ‘평창 유치를 축하합니다’라는 이번 평창 유지 광고 메시지가 “그 때 사면해 주신 거 이제야 겨우 인사드립니다”라고 읽히는 것은 나만의 편협한 상상일까?


유치 발표 다음날 공중파 TV를 타고 나오는 삼성그룹의 기업PR 광고의 맨 마지막 엔딩컷 가운데 서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은 재벌들의 충성과 감사의 마음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해준다. 노골적으로. (기사출처= 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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