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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성조기와 3마일

한선남( 1) 2010.11.25 09:03 추천:1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구글 검색엔진을 다들 잘 알고 있겠지요. 한국에선 여전히 다른 검색엔진을 많이 사용하지만 구글도 점점 이용자들이 많아지는 걸로 알고 있어요. 얼마 전 구글에 군산시를 검색했다가 깜짝 놀랐지 뭐여요. 정말 이건 뭥미? 하는 상황이었죠. 검색을 하면 검색어에 대한 소개가 가장 먼저 뜨고 그 아래로 뉴스, 카페글, 블로그, 책, 논문, 기타 등등이 쭉 나오잖아요.

 

그런데 군산시 소개글 옆에 아! 자랑스런 성조기가 뜨는 것입니다. 군산시기도 아니고 태극기도 아니고 성조기라니! 군산이 미국땅이라는 걸까요? 아니면 미국땅이 군산시 소속이란 걸까요?

 

이렇게 군산시와 성조기에 대한 아리송한 수수께끼가 채 풀리기도 전에 미군전용타운건설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네요.

 

이건 또 뭔가? 군산미군기지는 다른 지역 미군기지와 달리 아메리카타운으로 불리는 미군들이 쇼핑도 하고 술도 먹고 하는 유흥가가 5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요. 그 이유는 1960년대 미군들의 주둔으로 인해 주민피해가 속출하자 주민들의 거센 저항이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 성과로 미군들은 기지 밖 3마일 이내에선 출입이 제한되는 규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덕분에 군산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범죄가 적은 편이었던 것 같아요. 작년에만도 306건이나 주한미군 범죄가 벌어졌다는데 군산에선 한 번도 듣질 못한 것 같거든요.

 

그런데 군산시에서 나서서 미군전용타운을 건설할테니 3마일 출입제한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미군에게 요청을 했죠. 미군들은 911테러 이후 해외 주둔 미군들의 안전을 고려해 통금시간을 만들었었거든요. 그런데 지난달 이 통금이 해제되었다고 해요. 아마 군산미군측도 통금시간이 해제된 것에 발맞춰 3마일 출입제한조치도 해제해야겠다고 생각했나 봐요. 모든 규제가 해제되고 군산시에서 수백억을 들여 전용타운도 만들어준다니 미군으로선 더 이상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일까요?

 

미군기지 인근 주민들을 위해 배정된 예산중 수백억을 빼내서 미군 전용타운을 만들겠다는 군산시! 주민들의 소음문제에 대한 민원에는 콧방귀도 안 뀌면서 미군들의 복지를 먼저 고민하는 군산시!

 

이제 성조기와 군산시의 관계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군들의 주둔을 위해서, 그들의 편의를 위해선 돈도 주민들의 안전도 아랑곳 하지 않는 군산시는 성조기와도 참 잘 어울리네요.

 

덧붙여. 혹시 다른 데는 어떤가 싶어서 평택시를 검색해 봤어요. 다행이 성조기는 안나오는데. 지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뜬 5장의 사진 중 3장의 사진이 평택에 주둔하고 있는 미공군기지인 오산기지의 모습이더라고요. 아! 미군 주둔 지역을 대표하는 것은 역시 미군 혹은 미국일 수밖에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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