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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쟁과 평화

최정원( 1) 2010.12.28 11:12 추천:1

전쟁같은 기말고사

 

12월 22일, 드디어 기말고사가 끝났다. 대학생들의 한학기는 한편의 전쟁 영화와도 같다. 부푼 가슴으로 수강신청을 하고 개강 첫주는 평화롭게 수업을 듣는다. 하지만 연이은 술자리로 위기가 찾아온다. 수업을 하나 둘 빠지기 시작한다. 교수님들의 경고로 절정에 다다른다.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막판 벼락치기와 리포트 몰아쓰기로 반전은 시작된다. 일주일간의 고난한 장기전이 시작된다. 전쟁은 학점이 모자라 재수강을 해야 하는 새드 엔딩으로 끝나던지 아슬아슬한 막판 역전극으로 학점을 가까스로 채우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던지 둘 중의 하나로 끝난다.


하지만 이번 시험기간은 정말로 전쟁 그 자체와 함께 했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도 모자라 북한, 중국, 러시아가 강경 반대하는 연평도 포격훈련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 전쟁 영화에서나 볼 법한 긴박한 상황들이 실제로 연이어 터졌다. 훈련을 할 경우 대응타격을 하겠다는 북한의 성명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러시아, 중국은 서해가 자국의 안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UN 안보리 회의를 소집, 훈련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의장국인 미국은 회의를 연기하였고 러시아는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각종 언론에서는 연평도가 아니라 경기도, 서울에 대한 직접폭격도 가능하다면서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최고 압권은 CNN의 생방송이었다. 수만명의 사상자가 날 수도 있다고 하며 전 세계 시민들 앞에서 분위기를 최고조로 생생하게 끌어올렸다. 정말이지, 공부가 되지 않았다. 전쟁인가?


방공호로 대피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불안한 모습. 발걸음을 TV 앞에서 멈춰선 수많은 시민들. 2010년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전라북도의 한 대학생에게 한반도의 무게감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아, 내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이구나. 상시적으로 전쟁의 위험을 안고 있는 나라이구나. 평소에는 잘 해보지 못했던 나 아닌 나라에 대한 고민을 그 어느때보다 깊게 할 수 있었다. 벼락치기 시험공부와 함께.

 

 

한반도는 아직 전쟁중이다.


한반도는 아직 전쟁중이다. 공식적으로 한반도는 정전협정 (Armistice Agreement, 停戰協定), 즉 전쟁을 잠깐 멈추고 있을 뿐이다. 수백만명 동족의 목숨을 앗아간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쟁이 내가 살고 있는 이 땅 위에서, 고작 60년 전에 일어났다. 휴전선 남쪽 땅 위에는 아직도 외국군의 군대가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그 군인들이 우리나라 여중생을 장갑차로 깔아뭉개도 우리가 처벌할 수가 없다. 세계 최대규모의 합동 군사훈련이 해마다 서해 앞바다에서 실시되고 있다. 남자들은 의무적으로 군대에 징집되어 2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대학 내에서도 군사 훈련을 하는 군사 단체가 있으며 최근에는 여학생도 갈 수 있다.

 

 

전쟁과 평화


대략 이런 땅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전쟁은 잊혀진 추억이 아니라 아직도 살아있는 냉엄한 현실이다. 한반도에서 전쟁과 평화, 통일이라는 키워드는 5000만 국민을 관통하는 핵심 사안이다. 그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줬다 폈다 하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시작하는 정치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전쟁을 원치 않는 ‘수천만 대부분의 국민’과 달리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전쟁을 부추긴다. 심지어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결코 전쟁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등의 충격적인 말들을 하며 전쟁심리를 만들어 내고, 그들의 정치적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 군대도 갔다오지 않는 사람들이 지하 벙커에 숨어 전쟁 운운하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함께한다며 자신있다고 날뛰는 모습이 너무 철없어 보여 부끄럽기까지 하다.


615 선언으로 평화통일의 로드맵을 보여준 김대중 전 대통령, 분쟁이 끊이지 않던 서해를 평화와 공존의 서해로 만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 어느때보다 그리운 날들이다. 전라북도 완주 우석대에서 시험공부를 하며 가슴졸이던 한 대학생도, 훈련 당일 방공호로 대피하는 주민들도, 길가다 멈춰서 뉴스를 바라보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모두 평화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평화와 통일로 이끌 비전있는 사람, 조직을 그 어느때보다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덧붙임] 최정원 님은 우석대학교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학생 당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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