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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전북도의회의 사람을 보는 인식 수준

이장우(민주노총 법률지원센터 소장)( 1) 2012.10.19 19:15

학교에는 학생들이 학업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다. 교실에는 선생님, 교무실에는 교감선생님, 행정실에는 행정공무원들이 있다. 그런데 학교에는 이렇게 선생님, 공무원들만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학교에는 교무실, 행정실에는 교무, 행정업무를 지원해주는 노동자, 급식실에는 밥을 하고 요리를 하고 배식을 하는 노동자들도 있고 이들 모두 학생들의 학업을 도와주고 있다. 이들은 바로 교무 보조, 과학실 보조. 조리원 등등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언제 짤릴지 모르는” 비정규직 신분이라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근로조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인터넷으로 교장 월급과 조리원 월급 등을 검색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보통 7~8배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렇게 열악한 근로조건에 방치되어 있는 이유를 찾으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현재의 노동법으로는 실질적으로 이들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북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하여 투쟁하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가 사회 이슈화 되자 정치권에서도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들을 하나 둘씩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전북도의회는 이러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현재 전북도의회에는 소위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 관리 조례」라는 것을 만들어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효율적인 관리”에 맞추어져 있다. 전북도의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를 “관리”로 답하고 있는 것이다.  온 사회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보호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 시점에 전북도의회는 어처구니없게도 이들을 더욱 옭아메려 하고 있다.

 

전북도의회에서 이 조례안에 대한 찬반의견을 묻기에,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이 조례안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 할 수 있는 소위 노무관리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반대>의견을 정중히 제시하였다. (의원님들께서 바쁘신지 필자의 “반대”의견에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 답변도 하지 않을거 의견은 왜 내라고 하는걸까?)

 

주민들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리증진을 위한 조례 제정은 지방의회의 의무다. 그러므로 지방의회는 사회적 약자가 적용 받게 될 조례를 만들 때 최우선적으로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전북도의회는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보호는 없고 관리만 있는 이 조례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도의회는 부디 주민을 관리하는데 힘쓰지 말고 보호하는데 힘쓰길 바란다. 사람을 효율적 관리대상으로 보는 전북도의회의 인식 수준에 비통함을 느끼다. 이 조례안 폐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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