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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주MBC 파업이 끝나고...

고차원( 1) 2012.08.02 12:26

<편집자 주> 이 칼럼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단체소식지 '평화와인권'7월호에도 실렸습니다.

 

1.언론의 공정성 기준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항상 논란이 되는 게 언론보도의 공정성이다. 물론 대다수 기자나 피디들은 공정하게 보도하려고 노력하지만 취재 내용에서 상대적으로 배려받지 못했다고 느낀 쪽은“진실”과 상관없이 불공정한 보도라며 반발하기 때문이다. 정치 집단이나 이해집단은 자신에게 유리하면 공정한 것이고 불리하면 불공정하다는 아주 단순한 기준만을 들이댄다. 물론 이것은 실제 언론이 배려하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이 제기하는 불공정 시비와는 확연히 다르다.


김재철 사장이후 MBC의 보도는 불공정보도 판정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주장이 엇갈릴 때(진실 규명이 안됐을 경우에 한한다) 보통의 언론보도는 양적 균형을 맞추며 불공정 시비를 피해가지만 MBC는 청와대와 여당, 정부기관, 자본의 편만 들었기 때문이다. 쌍용차 사태와 용산 참사, 광우병 후속 취재 등이 그렇다. 의제를 불공정하게 다루는 게 부담스러울 때는 아예 의제를 외면하는 방법도 동원했다. 의제 외면이 이해당사자 모두를 배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한 판단으로 비출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외면은 의제를 다루지 않기를 원하는 집단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충족시켜 준 것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2.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파업 대장정

 

나는 이번 MBC 파업을 대장정이라고 칭하고 싶다. MBC에 이어 KBS 새노조와 YTN, 연합뉴스가 부당해고 철회와 공정방송 회복 등을 내걸고 연쇄 동시파업을 진행한 국면은 대한민국의 왜곡된 언론지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사태였다. 모두들 소기의 성과를 얻고 일터로 복귀한 뒤 유일하게 남은 MBC가 이제 7월 18일을 기해 다시 김재철 퇴진 상황을 굳히고 업무 복귀를 했다. MBC 노조의 업무복귀는 파업종결이 아닌 잠정중단이다. 격앙된 국민여론에 의해 제도적으로 김재철 퇴진을 현실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김재철 재임기간 자행된 공정언론 말살 시도들을 다시 원 위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후속 노력은 현장투쟁이란 새로운 국면을 만들면서 보도와 제작을 담당하는 기자와 피디들의 가열찬 투쟁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같은 현장 투쟁의 의미와 가치는 물론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외침을 완성하는 현실적 선택임도 잘 알고 있다.  한국 공영방송 사상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된 이번 MBC노동조합의 파업은 그런 의미에서 언론독립과 자유를 위한 대장정의 한 페이지를 기록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고 앞으로 한국의 언론정책에도 주요한 영향을 미칠 것도 확실해 보인다.

 

▲[참소리]

 

2012년 2월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전주지부회원들이 파업출정식을 갖고 있다.


3.대장정의 정규군과 비정규군

 

MBC노동조합의 파업투쟁은 서울MBC와 지역MBC의 연대파업이란 면에서도 주목해야 한다. 서울MBC는 지역MBC의 대주주이다. 김재철 사장은 엄밀히 말해 서울MBC 사장으로 선출되지만 현실적으로는 18개 지역MBC의 지배권을 갖는다. 각 지역사마다 사장들이 있지만 권한의 한계와 소유관계를 감안할 때 사실상 지역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지역MBC 노동조합원들이 128일간(서울지부는 170일) 김재철 퇴진을 한뜻으로 외친 데에는 공정방송 회복과 함께 서울MBC와 지역MBC간 관계를 종속적이 아닌 동반자적 관계로 재설정하고 균형발전을 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사실 지역 MBC는 법제상 공영방송사가 아니다. MBC그룹 가운데 법이 정한 공영방송사는 서울MBC이며 지역MBC는 이러한 공영방송사가 소유한 지역방송사일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MBC는 서울MBC와 특수 관계일 뿐 법적지위는 민영방송사와 다르지 않다. 지역MBC가 지역 민영방송과 다른 점은 자체 제작한 뉴스나 프로그램을 서울MBC하고만 주고받는다는 것뿐이다. 물론 서울MBC가 대주주라는 점이 지역MBC의 공정한 보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MBC의 공영성을 강화하고 수도권 방송과 지역방송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서 지역MBC소유구조 개편을 위한 방송법 제정과 지역MBC 사장선임제도 개선 법률안 제정은 마냥 미룰 수 없는 사안들이다.  물론 이같은 변화와 함께 공영방송사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할 수 있는 틀이 마련돼야 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4.현장 투쟁 승리가 파업 종결

 

앞서 언급했듯이 김재철 사장 퇴진은 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단계적 수단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일선 기자와 피디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파업 이전과 다른 취재를 하고 부당한 지시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며 국민의 알권리를 확대해 나갈 것인가에 달려있다.  취재와 제작을 담당하지 않는 조합원과 시민들은 싸우는 조합원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지지해 파업 때와 같은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줘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기우이길 바라지만 정치권력의 낙하산 사장 방지와 지역MBC의 정체성 강화가 단순히 방송사 구성원의 욕심을 채우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지역성과 공정성, 공영성 강화를 담은 중장기 이행 계획을 마련해 사회적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공영방송과 지역MBC를 위한 다양한 지원과 전향적 법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더 강하게 펴고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김재철 퇴진이 실질적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수단이듯이 지역MBC가 요구하는 것들도 지역방송 콘텐츠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지역 시청자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이란 점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공영방송사상 최장기 파업을 잠정중단하고 복귀한 지역MBC 조합원들이 달라지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가 그리고 좌절과 한계의 원인이 현재의 방송지배구조가 불합리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시청자와 시민사회가 자각하고 동의하면서 다시 한번 큰 힘을 보태줄 때 비로소 2012년 MBC 파업투쟁은 종결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
 고차원님은 지역MBC 정책연합 정책국장,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과 민주언론실천위원장등을 거쳐 현재 전주문화방송 차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언론인 윤리와 시대정신에 관심이 많으며 기사로 세상을 바꾸지 못하는 것을 한탄할 바엔 행동으로라도 변화에 일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기자입니다.  또한, 참소리-평인련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고차원(전주문화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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