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획

공영제, 지금이다 [完] 돈 때문에 안된다고? 70억이면 돼!

부분공영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

강문식(공영제운동본부 집행위원장)( jbbusrun@gmail.com) 2014.12.03 18:21

공영제, 어떻게 추진하나?


공영제 도입에서 가장 높은 현실적인 벽은 면허권을 배타적․독점적 노선점유권으로 해석하는 한국의 관례이다. 특히 ‘노선’이 사유재산으로 인정되는 상황에서 노선 인수 비용을 낮추거나 없애는 것은 법적 문제와 연동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지방정부가 시행할 수 있는 추진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현재 전주시내버스 업체 중 4곳이 전액자본잠식이고, 경영악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깡통 상태의 업체들은 부도가 나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도난 업체의 면허권을 취소하게 되면 법적 제반 문제가 자연히 소실된다. 부도가 나거나 사업을 포기한 업체는 전주시가 인수해 직접 운영에 나서는데, 사업권 인수를 위해서는 지방교통공사를 설립하고 전주시는 버스운영을 공사에 위탁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한편 노선개편을 추진하여 중복노선을 폐지 및 감차하고, 신규노선의 노선권은 교통공사가 소유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혁신도시, 서부신시가지 등으로 노선을 신설해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이 노선은 교통공사가 독점한다. 교통공사가 벽지․적자노선을 인수하고, 전주시는 해당 보조금을 축소해나갈 수도 있다. 또한 시내버스 기반 시설을 공공재로 환원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공동차고지 조성, 환승센터 설립, 정류장 및 종점 관리 책임 전주시로 이양 등이다.

동시에 재정지원보조금을 투명하게 만드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버스업체 회계 전체를 감사하고, 운송수입금 투명화를 위해 현금인식기 도입, 현금수입 보관소 및 집계소에 CCTV 설치․감시 등의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청주는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이 설립된 이후 우진교통에서 수입-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함에 따라 업계 전반의 수익 구조가 드러났고 나머지 업체들이 부정을 저지르기 어려워졌다. 전주시에서 교통공사를 설립해 일부 버스를 직접 운행하게 되면 수입-지출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종합하면 “부분공영제 선행 후 기존 버스업체 흡수”로 그 구체적 과정은 교통공사 설립 후 재정불량 기업 인수, 신규노선 노선권 확보 및 적자노선 인수 후 노선개편 병행, 보조금 투명화로 버스회사 비리 근절 및 사업권 이양 유도이다.

000.jpg




공영제, 얼마면 돼?

누구나 시내버스 공영제를 실시하면 시민들의 교통편의가 높아지리라 예상하지만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다수 광역지자체에서는 민영제를 준공영제로 전환하면서 2~3배에 달하는 재정 증가를 경험했다. 이러한 학습효과로 인해 공영제에서는 준공영제에 비해 천문학적인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준공영제 하에서 재정이 증가한 것은 준공영제가 ‘민영제’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준공영제 협약에 따라 운행 손실, 적정 이윤을 지자체에서 지원하지만, 버스업체의 경영투명성은 확보되지 않고 적자 축소 노력도 없었다. 공영제를 통해 대중교통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면 효율성 증가, 규모의 경제로 인해 필요 재정은 오히려 줄어든다. 

공영제를 도입하는 비용에는 인수비용과 운영비용 두 측면이 있다. 

<인수비용>
350대 규모 신규 업체를 설립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400억 원 가량이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버스 구입비용인데, 현재 운행 중인 차량을 인수한다면 전체 비용은 250억 원 미만이 된다. 한번에 전주 시내버스 전체를 인수하지 않고 경영악화에 내몰린 업체부터 차례로 인수해 나가면 인수비용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운영비용>
2012년 전주 시내버스 업체 전체의 영업비용은 636억 원(운송원가 589억 원)이었고, 운송수입은 453억 원이었다. 노선 및 운행 현황을 현재와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영제로 전환했을 때 필요한 운영비는 1년 183억 원(2012년 지자체 보조금 : 152억 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아래 몇 가지 효과를 반영하면 운영비는 큰 폭으로 감소한다.

0001.jpg

공영제 아래에서는 임원이 없어지고 통합운영을 통해 관리직 필요가 줄어든다. 2012년 관리직 및 임원 임금(퇴직급여 포함)으로 22억 원(임원 임금은 4억 5천 만 원 추산) 지급되었다. 관리직 20% 감소와 임원 임금 미지급으로 절감하는 비용은 8억 원이다. 또한 서울시의 경우 버스업체의 버스 보유 대수가 많을수록 규모의 경제로 대당 운송원가가 감소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현재 최대 97대에 불과한 전주 시내버스 업체의 규모에서 350~400대 규모로 확대되면 3%가량 운영비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노선개편을 통해 운행거리를 단축시키고, 감차 시킨다면 운송비용이 크게 감소한다. 전주시는 2011년 버스파업기간 이서․삼례 방면 지간선제를 시행해 14대 증차 효과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노선의 개편과 정비로 10%를 감차시킨다면 운송원가 59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타 지자체의 경우 준공영제와 병행한 시내버스 개편(노선개편, 도착 알림, 승강장 개선 등)으로 승객 수가 증가했다. 대전은 시내버스 개편 이듬 해 승객수가 11.3% 증가했고, 대구는 2009년에 전년대비 56.7% 증가했다. 전주에서 시내버스 총체적 개편으로 승객이 10% 증가한다면 운송수입이 45억 원 증가한다.

이상의 효과를 반영하면 적자가 112억 원 감소해 필요 운영비는 71억 원에 불과하게 된다. 


다만 공영제로의 전환 이후에는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증진시키면서 운행되어야 한다. 1일2교대제 시행, 버스노동자들의 임금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인상, 노후버스를 신규차량으로 교체, 철저한 안전 점검 등을 위해서는 운영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해도 엄청난 규모의 액수는 아니며,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감수하는 것이 올바르다. 시내버스 보조금 증가를 성토하는 것은 보조금을 지급받는 버스업체의 재정투명성이 담보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재정부담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재정부담 증가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복지예산 감축을 요구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 번에 과다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전주시 가용 예산 범위에 맞춰 경영악화에 내몰린 업체부터 부분적인 인수를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돈 때문에 공영제 못한다고? 전혀 그렇지 않다. 2012년 기준 70억 원이면 충분했다.


공영제로 우리가 얻는 것

①서비스 향상
준공영제로 전환한 타 지자체에서 시내버스 사고율이 감소했다는 보고가 많이 이루어졌다. 2007년 국토해양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준공영제로 전환한 6개 광역시에서 사고보상금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사고가 감소한 이유는 근무제도 개편 등으로 버스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지자체의 관리감독으로 정속운전·신호준수 등 기타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구시는 준공영제 시행 후 시내버스의 평균 통행속도가 이전 해 대비 0.3㎞/시 감소되었다. 이는 무리한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과속 운행하던 버스들이 난폭운전을 지양하게 된 결과이다.
또한 노선을 개편해 교통편의가 증진될 수 있다. 중복노선, 굴곡노선을 대폭 정리하고 환승시스템을 정비하면 현재보다 배차간격을 줄이면서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 

②노동권 증진
교통공사 혹은 지자체와 버스노동자 사이에 직접고용이 이루어지면 고용의 안정성과 노동조건 개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례로 인천교통공사 소속 버스노동자들은 같은 도시 타 사기업 노동자들에 비해 고용안정, 정년연장 효과를 누리고 있다. 공사 소속이라는 노동자 당사자의 자존감 향상은 시내버스 서비스 질 향상으로 쉽게 연결시킬 수 있다. 1일2교대제 개편으로 버스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높이고, 동시에 교통사고 위협도 낮출 수 있다. 임금체불 등 노사갈등 요소의 감소는 시내버스 운행의 안정성 증대로 이어져 대중교통에 대한 시민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③경제․문화 효과
준공영제의 한계는 있지만, 준공영제를 시행한 도시에서는 지자체가 버스운행을 일부라도 책임지면서 승객수가 증가했다. 대전은 2001년~2004년 기간 수송인원이 연평균 6.6%씩 지속 감소하다가 2005년 준공영제 시행 이후 연평균 5%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서울시는 2004년에 준공영제를 시행한 후 2003년 대비 2005년 버스수송인원이 약 13.5% 증가했다. 공영제를 시행하면 승객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다.
시내버스 이용자의 증가는 교통혼잡을 개선시킨다. 대구에서 준공영제 시행 후 승용차의 시내 통행속도가 평균 3.2km/h 증가했다. 승용차 통행량 감소로 인한 교통혼잡, 매연 감소는 금전적 가치로만 환산할 수 없는 귀중한 가치이다.
관광지 사이를 연결하는 대중교통 서비스는 전주시 관광객들의 이동편의성을 증진시키고 전주시 관광산업에 기여할 수 있다. 공영제 시행 이후에는 부서간 협의만으로 축제기간 임시 노선을 배치할 수도 있다. 공영제가 도입된 신안군에서는 군내 인구이동이 많아지면서 시장활성화 등 경제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④교통약자 권리 증진
민간기업에 버스운송이 맡겨져 있는 상황에서 교통약자의 이동권은 쉽게 침해당하고 있다. 현재에는 장애인저상버스가 장애인 밀집 주거지역이 아닌 수익성이 좋은 노선에 투입되고 있고, 그마저도 운송수익에 쫓겨 장애인들이 버스 승하차에 필요한 편의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 공영제가 시행되면 지자체의 복지정책과 연계 속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제도적으로 강제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저소득층․노령인구의 무상교통 시행 등 이동권 증진을 위한 정책들을 확장하기 용이하다.


나가며

최근 중앙․지방정부의 재정적자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남은 재정부담을 이유로 들어 무상급식 지원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사회공공성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공영제’를 주장하는 것은 버스업체를 소유한 사기업의 저항과 복지에 쓸 돈이 없다는 비용론이라는 이중의 장벽에 부딪힌다. 공영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주 버스업체의 부도덕성에 맞서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복지정책 축소․부자 감세ㆍ간접세 증세를 주장하는 정권과 사회여론에 함께 맞서야 함을 의미한다. 공영제를 단순한 정책적 과제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공공성을 확대하려는 각계각층의 힘을 씨줄과 날줄로 엮는 노력이 있어야만 공영제를 한 발 앞당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 한 발짝을 내딛기 위해 전주시내버스공영제운동본부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