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를 걷다 들어가며_히말라야 환상의 땅을 밟다
한장의 종이 위에 적을 수 있는 것 이상의 의미
<에베레스트 뷰 호텔로 가는 길목에서 찍은 설산의 모습들. 오른쪽 봉우리가 3대미봉 중 하나인 아마다블람부터 왼쪽으로 로체와 눕체. 그 뒤로 에베레스트가 보인다. 더 왼쪽으로 네팔인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타(다)보체의 모습과 촐라체 봉우리가 살짝 고개를 내민다.>
평소 트레킹을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로망'을 가슴속에 담고 있는 곳이 히말라야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한 폭의 수묵화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설경이 떠오르는 그 곳.
한번쯤 꿈꾸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막상 도전하려면 공포가 온몸을 휘감는다.
신들의 정원에 발을 들이기에 어쩌면 공포와 전율을 당연한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50m)는 사실 여러 개의 이름이 있다.
사가르마타부터 에베레스트. 주목랑마, 초모랑마 그리고 K15(카라코람15).
나에게는 티벳인들에게 불리는 초모랑마가 맘에 든다.
초모랑마는 '지구의 여신' '지구의 어머니'를 뜻한다.
이번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이하 EBC)트레킹을 다녀오면서, 해발 3,400m의 남체라는 마을에서 처음 고소증세를 만났다.
그리고 그때부터 고산병약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5,000m에서는 다시 찾아온 극심한 고산병에 시달렸다.
지금 당시를 회상하면 무모하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역시나 '가보기 잘했다'는 대견함이 더 크다.
당시 내 눈과 가슴에 담아 놓은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우는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온 트레킹 길 위에서 느꼈던 소회와 내가 느꼈던 삶의 가치를 나누고자 한다.
<EBC 목적지 베이스캠프. 함께 온 장종혁 회장님이 멋져보인다.>
<해발 4,500m에서 보는 타보체(왼쪽)와 촐라체. 촐라체는 한국인들이 알파인등산을 하다 추락한 일이 있던 산이다. 실제로 보면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3배정도 가깝고 크게 보일 정도로 압도적이다.>
<메모리얼파크에 오르면 5,000m대로 접어든다. 투클라패스를 올라 이 곳에 오게 되는데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것이 고통스럽다. 평소 산을 오르다 힘들다는 고통과는 또 다른 고통이다. 땅이 몸을 잡아 당기는 고통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내가 느낀 힘듦이었다.>
한 해 전, 히말라야트레킹을 결심한 그 순간부터 내 안에는 뜨거운 열정과 설렘이 넘쳐흘렀다.
이번 여행은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고산병이라는 위험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준비와 결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위험도 어딘가 뒤로 밀려, 마음 한구석에는 히말라야의 높은 봉우리를 향한 동경과 로망이 자리했다.
일단 결심하면, 여행을 위한 준비는 시작된다.
먼저 나의 신체적 컨디션을 최적화하기 위해 운동과 식습관을 유지했다.
무엇보다도 고산병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수집하고, 그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고도의 변화와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와 의약품을 구비하는 과정에서도 나의 열정은 점점 더 확고해졌다.
그리고 이 모든 준비가 마무리되고, 출발의 날이 다가왔을 때, 나의 마음은 두근거렸다.
그 순간, 나는 이미 히말라야의 높은 설산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오롯한 설렘이, 가슴속에는 격렬한 호기심과 도전의 열망이 가득했다.
고산병의 위험을 앞세우더라도, 나는 이 아름다운 산세와 자연의 위대함을 경험하기 위해 이 모험에 나섰다.
어떤 어려움이든 이겨내고, 어떤 위험이든 이겨내리라 다짐하며, 나의 여정은 시작됐다.
내가 떠난 3월은 히말라야를 걷기에 가장 이상적인 시기로 알려져 있다.
봄철의 햇살은 조금씩 따뜻해지면서 눈이 녹고, 산세는 싱그러운 녹음과 꽃향기로 가득 찬다.
이 기간은 날씨가 안정돼 있어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우며, 산세가 가장 아름다운 때이기도 하다.
청명한 하늘과 푸르른 풍경, 그 뒤로 하얀 설산이 고개를 내미는 환상적인 풍경은 마음속의 로망을 현실로 만들어줬다.
또한, 봄철에는 히말라야 지역에서 특히 랄리구라스 꽃들이 만개해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데, 이는 트레킹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이 기간은 트레킹을 위한 최적의 시기일 뿐만 아니라, 히말라야의 자연과 문화를 경험하기 위한 완벽한 타이밍이기도 하다.
따라서, 히말라야를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3월부터 5월까지의 봄철이 언제나 가장 인기 있는 시기로 꼽힌다.
이 기간에는 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는 만큼, 함께 모험을 나눌 동료들을 만나기도 쉽다.
3월 4일.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카투만두로 향하는 날.
이 순간을 기다리며 내내 두근거리던 마음이 이제 현실로 이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천공항이라는 출발선부터 이미 여행의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설레는 표정과 마음속의 호기심이 이 곳 공기를 한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가 모여있는 이 공간은 마치 다양한 이야기와 모험을 안고 있는 책의 첫 장을 열고 있는 것만 같다.
8시간을 날아 우리 앞에 펼쳐진 네팔의 풍경은 마치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자유로움과 혼란스러움이라는 네팔의 첫 인상은 마치 우리의 모험을 앞서 그려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부터는 히말라야의 땅 위를 걸어갈 것이다.
이제부터는 우리의 트레킹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서 새로운 장을 열어줄 특별한 여정이 될 것이다.
EBC를 향한 여정은 새로운 경험과 도전의 기회를 안겨주었다.
이 여정은 우리에게 높은 산봉우리를 향한 열망과 도전을 마주할 기회를 주었지만, 결코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남체에서 첫 고소증세에 마주했다.
고도의 변화와 산세의 가혹한 환경은 힘들게 만들었지만, 그것을 이겨내기로 한 나의 의지는 강했다.
그리고 이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내며 우리는 5,000m 지점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거기서부터는 더욱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찾아온 고산병의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고, 몸과 마음은 고산고도에 대한 압박과 공포로 꺾일 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목표는 높은 곳에 있었고, 그 목표를 향해 단호하게 나아갔다.
마침내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에 도달했다.
그 순간의 감동과 만족은 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안겨주었다.
모든 힘든 순간을 잊게 되었고, 이겨낸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루클라공항과 이 곳에 오기 위해 타고 왔던 경비행기>
<트레킹 입산허가서를 받기 위한 검문소가 있는 몬조라는 마을. 이 마을 앞에 쿰부 히말라야 모형이 설치돼 있다.>
<쿰부 히말라야에서 가장 큰 마을 남체바자르. 바자르는 시장을 뜻하는 말이며, 이 곳에서는 매주 토요일에 장이 열린다고 한다.>
<텡보체로 오르는 길목. 현지인들은 띵보체라고 해야 한다고 한다.>
<팡보체에서 아마다블람을 뒤로 하고 사진을 담아 봤다.>
<고랍셉으로 가는 길목에서 로부체를 배경으로 사진을 담는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여정을 통해 내 자신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새롭게 각성했다.
이제 더 높은 목표(가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이 여정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고, 나는 그 경험을 평생 간직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나에게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고, 이를 영원히 간직할 것 만 같다.
트레킹은 끝났지만,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BC를 향한 여정을 마치고 일상생활로 복귀한 지금, 그 경험은 나에게 단순히 한 장의 종이 위에 적을 수 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부터 이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을 새로운 목표와 도전에 적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한 트레킹은 새로운 에너지와 동기부여를 안겨주었다.
그 경험은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고, 언제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을 가슴에 품고 있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정한 여정의 시작이다.
항상 새로운 모험을 향해 나아가고, 나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 또 하나의 나와 새로운 약속이다.
나는 더 높은 곳을 오르고, 더 멀리 떠날 준비가 되었다.
김동률의 ‘출발’이라는 노래처럼 말이다.
<트레킹을 마치고 카투만두로 돌아와 더르바르 광장에 갔다. 여기는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가 살고 있다. 가리키는 곳에서 쿠마리가 나온다.>
<해피홀리 축제의 한 장면. 힌두인들의 3대 축제중 봄축제라고 불리우는 해피홀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우와! 멋지다. 이렇게 하고 싶은 일 다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