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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EBC를 걷다 1일차_두려움도 행복도 모두 내가 만드는 것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루클라-팍딩까지

윤창영( ycy6529@hanmail.net) 2024.04.1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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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만두 타멜거리에 있는 삼사라호텔>

 

우리는 카트만두 타멜거리에 위치한 삼사라(SAMSARA)라는 3성급 호텔에 머물렀다.

한국에서 여기까지 8시간을 날아와서 였는지 호텔에 여장을 푼 후, 씻고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아침 6시 30분에 에이전시 대표와 가이드를 만나 EBC 트레킹의 시작지인 루클라로 가기 위해 카투만두 트리뷰반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하기로 약속돼 있다.

​오늘은 EBC 트레킹을 시작하는 날이다.

시차탓인지 이곳시간으로 6시에(한국시간 9시 15분) 눈이 말똥말동해졌다.

곤한 잠에 들어서인지 피곤함이 싹 가셨다.

삼사라 호텔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아침 6시부터 시작이다.

6시에 식당에 들어가니 준비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식사는 6시 30분이 되어서야 시작됐다.

미팅약속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허겁지겁 아침을 챙겼다.

그런데, 약속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에이전시 대표와 가이드가 도착하지 않았다.

그들이 온 시간은 1시간이 지났던 7시 30분이었다.

아침에 공항으로 이동하면서 에이전시 대표가 했던 말이다.

"저는 한국사람들의 큰 단점이 빨리빨리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그의 말은 네팔 사람들의 느긋함과 여유를 배우라는 취지의 말이라 생각한다.

나의 속마음은 '와!~저사람 대단하다. 미안해야 할 상황을 오히려 여유없는 우리탓을 돌리네!'

이 자리에서 약속의 중요성을 얘기한다면 분위기가 이상해질까봐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우리가 이번 트레킹에 이용한 에이전시는 에코로직스라는 회사다.

에코로직스는 네팔관광청에 등록된 업체다. 공식 에이전시의 가이드와 함께 해야만 문제가 생기더라도 해결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트레킹을 가는 일부 트레커의 경우 비용을 줄이고자 공식 에이전시가 아닌 개별 가이드 겸 포터를 섭외하는 경우가 있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물론 네팔 정부조차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트레킹을 준비하면서 함께 해야 할 에이전시를 찾는데 고심했었다.

한국에서 '네팔로'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에코로직스를 알게 됐다.

라케스 다말라씨가 에코로직스의 대표다.

그는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지역 도의원이다.

그의 형님은 어느 지역의 시장이라고 한다.

다말라씨는 한국에서 대학교를 나온 분으로 한국어가 유창했다.

그리고, 부인은 네팔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한국인이었다.

추후 다말라씨와 얘기하고 느꼈던 점도 다루겠지만, 지금은 이정도만 소개하련다.

우리와 14박 15일을 함께 했던 가이드 역시 한국어를 할 줄 안다.

아니 처음 섭외때부터 다말라 대표에게 한국어가 가능한 가이드 섭외를 요청했었다.

우리 가이드의 이름은 텐징 보테.

우리는 가이드 '복'이 있었다고 느낀다.

내가 느낀 텐징 보테의 장점은 정직이었다.

트레킹 기간동안 그와 재밌고 즐거운 추억도 많아 추후에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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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뷰반 국내선공항의 검색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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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설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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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바라 위를 날아다니는 경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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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클라공항. 우리가 타고 온 타라에어 경비행기와 뒷편 가장높은 산이 눔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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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하는 루클라공항의 활주로 모습>

 

​우리가 트리뷰반 도메스틱(국내선)에 도착한 시간은 8시.

사실 이 공항에서 출발하는 것 역시 복받은 것이다.

트레커가 급격히 늘어나는 3월부터는 보통 라메찹이라는 도시에서 비행기를 타야 한다.

라메찹은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140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버스를 타면 4-5시간 가야하는 곳이다.

도로 상황도 좋지 않은데다 전주에서 진안으로 가는 옛길 모랫재와 비슷한 길이다.

라메찹까지 버스이동 경험자들의 소회를 보면 대부분 '최악의 경험이었다'로 도배돼 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카투만두에서 루클라로 바로 간다.

어젯밤, 비행기 수속을 통보받았을때 너무 기뻤다.

​오늘 타고 갈 경비행기는 타라(Tara Air)다.

타라는 예티항공 소속으로, 사고가 비교적 많이 발생해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항공사다.

그도 그럴 것이 공항에서 만난 예티항공 비행기는 모두 프로펠러비행기였다.

아마도 1970년 이전에 만들어진 비행기로,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노인들이다.

타라 에어의 수속 부스는 더 가관이다.

국내선 가장 안쪽 구석에 있었는데 부스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아주 작은 가판대같다.

그럼에도 그곳에는 사람들이 넘쳐나 흡사 시장판 모습처럼 느껴졌다.

대부분은 EBC 트레킹을 떠나는 사람들이었고, 몇몇은 지역민들처럼 보였다.

부스 옆 쌓아 놓은 물품들을 보니 겁이 덜컥 났다.

'이 많은 짐을 싣고 가는 건가?'

루클라로 향하는 항공사 부스는 타라(Tara Air)와 시타(Sita Air), 그리고 써밋(Summit Air)이 있었다.

타라 뿐 아니라 다른 항공사 부스도 도찐개찐이다.

정말 열악한 상태를 보니 비행기는 어떨지 상상하며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결국 우리는 10시쯤 루클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경비행기가 이렇게나 무서운 줄이야!'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이 사실은 실감나지 않았었다.

비행기가 굉음을 울려대며 하늘로 오를땐 바짝 긴장했다.

비행기에 오르면서 가이드인 텐징이 왼쪽 좌석에 빨리 앉기를 권했다.

그 이유는 히말라야 설산을 눈에 담으며 갈 수 있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나는 서둘러 왼쪽 좌석에 앉았다.

타라 비행기는 왼쪽 1인석, 오른쪽은 2인석으로 설계된 20인승 경비행기다.

왼쪽 창가에 앉아 설산을 바라보았지만, 자꾸 눈길이 비행기 아래의 산으로 향했다.

루클라에 다가갈수록 산이 비행기와 바짝 붙어 보였다.

비행기가 조금이라도 기류에 휘말려 낙하한다면 곧장 산에 부딪힐 것만 같다.

루클라 공항에 착륙할 때는 더 아찔했다.

비행기가 직선으로 활주로에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부채꼴 모양을 그리며 착륙하기 때문이다.

'서클링 착륙'이라는 고난위도의 착륙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김해공항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서클링착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착륙은 육안으로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때문에 항공법에 '기장'만이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루클라 공항은 산때문 서클링 착륙이 기본이었다.

공항 활주로에 비행기 바퀴가 닿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났다.

공포에서 벗어난 기분이 갑자기 즐거움으로 퍼졌다.

그러면서 '이 공항 머지않아 또 사고 나겠군! 우리 비행기는 아니어서 다행' 이라는 이기적이고 조악한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구나!'

비행기에 올랐을 때 공연한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비행기가 조금이라도 주춤거리면 '혹시나'하는 불안감과 공포가 엄습했다.

어쩌면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설산을 즐기지 못한 것도 이때문이었다.

'일어날 일은 어떻게 하든 반드시 일어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역시나 수행과 성찰이 부족한 탓인지 밀려오는 공포감은 떨쳐 낼 수 없었다.

'괜찮아. 부족한 나니까!'

또 하나의 내가 그런 모습에 실망하지 말라고 나를 다독여준다.

​'드디어 왔구나!'

EBC 트레킹의 시작점 루클라.

루클라에 있는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으로 알려진 '텐징-힐러리' 공항이다.

에베레스트를 처음으로 오른 영국인 에드먼드 힐러리와 세르파 텐징 노르가이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공항.

고속도로를 이 곳까지 냈다면 더 안전하게 올 것이지만, 사실 그것이 실현되기 어렵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다.

수많은 산을 뚫어 터널로 길을 잇고, 가교를 놓아야만 하는 현실이다.

현재 네팔의 상황으로는 상상속의 모습일 것 같다.

제발 공항이라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 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본다.

루클라에 도착해 가이드와 먼저 간 곳은 트레킹을 마치고 사용할 마지막 롯지, 루클라 눔부 호텔(Lukla Numbur Hotel).

그 곳 롯지 주인이 이 곳 포터들을 중계하는 업자인듯하다.

가이드와 도착하는 대부분의 트레커가 이 곳 롯지로 들어왔다.

한국에서 오는 혜초여행사도 여기에서 포터를 구한다고 한다.

고산병 예방에 좋다는 진저레몬티를 마시고 있으니, 우리와 함께 할 포터(Porter)가 들어왔다.

우리는 각각 5kg정도의 물품을 꺼내 포터가 짊어지고 갈 카고백에 넣어줬다.

사실, 에이전시와 계약할 때 포터는 이용치 않으려고 했다.

10kg의 배낭을 매고 완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에이전시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

포터없이 완주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대부분 실패한다는 것이 에이전시 대표의 의견이었다.

나는 우리로 인해 포터가 생계를 유지한다는 사전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포터 1명 고용하는 것을 수락했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EBC트레킹에 포터를 고용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물론 다음에 간다면 더 잘 준비해서 포터를 고용치 않을 생각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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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점심을 먹은 롯지 겸 식장은 오른쪽 벽돌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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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클라 체크포인트. 외국인여성이 여기서 퍼밋을 신청하고 있으며, 신청한 퍼밋은 뒤편 사람들이 줄서있는 곳에서 확인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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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부히말라야의 일꾼 소떼들. 여기서 태어난 소들은 죽을때까지 일하고, 죽어서는 사람들의 영양보충을 위한 음식이 된다.>

 

루클라의 해발고도는 2,850m.

고등학교 친구 중 한명은 지난해 2,200m의 백두산에서 고산병 증세를 느꼈다고 한다.

루클라에 도착해 처음으로 했던 일이 산소포화도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산도포화도 100%'

안심이다.

루클라를 벗어나는 지점에는 퍼밋(입산허가서)를 발급하는 체크포인트가 있다.

EBC트레킹은 쿰부히말라야라 불리는 지역으로 사라르마타국립공원에 속해있다.

여기에서 허가서을 받아야만 한다.

우리가 체크포인트에 도착했을때, 이미 앞서 도착한 사람들로 한가득이다.

우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영어권 사람들같다.

한국사람을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다.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ABC)는 한국사람들로 넘쳐난다고 했는데, 여기는 의외로 한국사람들이 적었다.

퍼밋발급은 가이드가 모든 일을 대신해 줬다.

우리가 해야 일은 그저 가이드를 기다리는 것 뿐이다.

내가 체크포인트 건너편 한 쪽 구석에 앉아 있는데, 외국인 한명이 나에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나는 이번 EBC트레킹은 최대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결심을 하고 왔기에, 영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롯지에서도 미안한 사람이 여럿 생각난다.

'혼자만의 시간.'

내가 이번 히말라야 EBC 트레킹을 하는 화두는 '어떻게 살 것인가'다.

함께 온 장종혁 회장님께는 앞서 이번에 시간이 필요한 이유와 내적인 대화에 집중하려 한다는 허락을 요청했었다.

회장님께서는 흔퀘히 받아주셨고, 트레킹 기간내내 나를 배려해주셨다.

​오늘은 계속 내리막길이다.

체푸룽이라는 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1시를 조금 넘긴 때였다.

트레킹에서의 첫 식사다.

'첫 식사는 현지 달밧으로.'

그런데, 밥만 한가득이다.

내가 싫어하는 음식구성이었다.

나는 채단탄을 무척 선호한다.

채소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단백질은 식사마다 나와야 하고, 탄수화물은 필요한 정도로 소량만 있어도 좋다.

그런데 달밧은 밥(탄수화물 95%)만 한가득이다. 옆에 콩 수프와 채소는 아주 조금뿐이다.

밥은 절반만 먹었다.

머릿속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허벅지가 두꺼운 네팔 여성들, 그리고 배만 불룩하게 나온 남성들.

네팔 사람들 상당수가 탄수화물 중독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많이 걸을 수 밖에 없는 이들에게 탄수화물은 무척 중요하다.

우리가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에너지는 탄수화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탄수화물만 한가득 먹을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맘이다.

그래도 경치를 보면 모든 걱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체푸룽에서는 눔부라는 설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눔부를 보면서 팍딩까지 가는 길은 정말 황홀했다.

오늘 첫 목적지인 팍딩까지는 그리 멀리 않다.

대부분 내리막길이어서 걷기도 편했다.

티벳불교의 마니차도 길가에 많았다.

'옴마니반메훔'을 외치며 마니차를 돌려봤다.

어느덧 목적지 팍딩에 도착했다.

우리는 팍딩의 트레커스 롯지(Trekker's lodge)에 숙소를 잡았다.

우리 숙소는 입구와 식당이 있는 1층이 아닌 지하1층이었다.

숙소 내부에 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상태가 별로다.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았다.

EBC트레킹의 첫날밤에 대한 추억은 일교차가 심했다는 것이다.

낮에는 얇은 베이스레이어만 입고 걸어도 충분하지만, 밤이 되면 추위가 심해졌다.

카투만두에서 침낭을 빌리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침낭속에 몸을 맡기고 잠을 청했다.

추위속에 밤새 뒤척이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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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눔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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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탐세크루가 살짝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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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등에 짐을 한가득 싣고 움직이다. 지금 이 말들은 짐을 싣기 위해 루클라로 이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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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지겹도록 보게되는 마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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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쉬게 될 트래커스 롯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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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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