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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여행의가치 Prolog_내가 떠나야 하는 이유

“나를 걷는 21일 – 뉴질랜드에서 배운 삶의 방향”

윤창영( ycy6529@hanmail.net) 2025.04.10 22:40

<한달여 기간동안 뉴질랜드를 둘러봤다. 돌이켜 보면 너무도 좋은 여행이었다. 뉴질랜드는 풍경도, 사람도, 시간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곳이라 가치 있는 삶과 연결하는 기행문이 어울릴듯하다. 이번 기획에서는 뉴질랜드를 둘러보며 느꼈던 감동과 성찰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단순한 루트 소개가 아닌 통찰과 삶의 태도에 중심을 두고 여행기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윤창영>

 

20250308_114005.jpg<뉴질랜드 남섬 국립공원 가운데 빙하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마운트 쿡>

 

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괜찮은 사람인가.

아니면, 괜찮은 척 잘하고 있는 사람인가. 

요즘의 나를 보면 ‘나만 생각하는 사람’으로 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힘들고 지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돌아보면 그 피로감은 내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나를 다루는 방법이 서툰 것은 아닐까?

새로운 뭔가가 필요했다.

명확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여기서 잠깐 벗어나야겠다’는 건 분명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나 자신이 설정한 가치관과 꿈에 부합하는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꾸준히 나아가는 삶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이라라.

멈춰 서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방향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 길임을 소개하는 대목이다.

뉴질랜드로 떠나는 것.

그것은 도피가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한 숨 고르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난해 트래킹을 준비하면서 산티아고순례길 중 포르투갈길을 걸으려 마음 먹었었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을 출발해 포르투를 거쳐 파티마를 지나 산티아고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중앙 내륙길을 내딛을 생각이었다. 

이 길을 걷고 싶은 이유는 산티아고순례길 800km 구간의 프랑스길을 걸었을때 느꼈던 가치로움을 다시 한번 새기고 싶어서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곡물 수출입이 크게 제한되면서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랐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숙식이 가능했던 포르투갈길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가장 크게 상승했다.

포르투갈길은 잠시 접어두자.

그러던차 뉴질랜드라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뉴질랜드는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푸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었다.

‘트래킹의 나라’, ‘자연 보존이 잘 된 곳’, ‘때묻지 않은 환경’. 

끝없이 펼쳐진 트레일,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맥, 수정처럼 맑은 호수,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까지.

그곳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태고의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복잡한 도시의 소음 대신, 바람 소리와 새들의 노랫소리만이 존재하는 곳. 그 고요함 속에서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정적으로 가까운 지인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

“뉴질랜드 가봐. 오빠한테 뉴질랜드가 딱 맞을거야. 뉴질랜드하면 떠오르는 것이 웅장한 산이었어.” 

어쩌면 그녀의 목소리는 신의 소리였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내면 깊은 곳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으로, 망설이던 나의 등을 부드럽게 떠밀어줬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

뉴질랜드 자연 속에서 나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웅장한 자연을 보고 싶은 열망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그 웅장함 속에서 어떤 나를 만나게 될지 궁금했다.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거기서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된다.'는 말을 믿는다.

20250306_115305.jpg<퀸스타운 와카티푸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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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스트처치 서밋로드에서 바라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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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남섬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또 빙하도 보고 싶었다.

느리게 흘러가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 무언가를. 

내가 만난 뉴질랜드는 그 모든 것을 품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진 트랙이며, 오염되지 않은 풍경들, 조용한 도시와 인간이 간섭하지 않은 고요함.

이번 여행은 충동이 더 강했다고 고백하고 싶다. 

무기력한 일상에 흠집을 내는 유일한 방법.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아내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 여행은 단지 한 나라를 걷는 여정이 아니라, 지금 이 시기의 ‘나’를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그걸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몰랐을 뿐. 

살면서 마음이 헛헛해지는 시기가 있다.

그저 피곤한 게 아니다.

어디가 불편한지도 모르겠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하루하루가 조금씩 무거워지는 시간이 온다. 

그런 시기에 문득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내게 ‘떠난다’는 건 단순히 여행을 가는 일이 아니다. 

그건 일상을 끊어내는 일이다. 

익숙함을 내려놓고, 말수는 줄이고, 주변을 더 느끼는 것. 

그래서 내가 떠나기로 결정하면 반드시 4가지 조건을 염두해 두고 움직인다.

하나는 일상과의 단절. 

두번째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일 것. 

세번째는 대화의 최소화로 의도적인 침묵의 연장이다.

마지막으로 주변을 느끼는 것.

이 4가지는 내가 떠날 때 마다 가장 중요시 여기는 규칙이다.

 

뉴질랜드는 이 모든 걸 품고 있는 나라였다.

사람보다 자연이 많은 곳.

말보다 침묵이 자연스러운 길. 

별이 빛나고 은하수가 길을 만들어 주는 조용한 공간. 

언젠가 책에서 봤던 남십자성을 꼭 보고 싶었다.

이 여행은 또 다른 회복을 위한 선택이었다.

 

나를 멀리서 보기 위해, 그리고 나와 다시 가까워지기 위해 떠난 여정이었다.

여행은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드는 훈련일지도 모른다.

낯선 땅에서 길을 찾고, 풍경에 감동하고, 말 없는 시간 속에서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빠름이 미덕인 세상에서, 천천히 걷는 삶이 인생의 방향을 찾는데 괜찮다는 확신.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는 믿음. 

나는 그걸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떠났다.

21일간 길을 걸으며 내 삶이 방향이 옳다는 확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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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스트처치 보태닉가든에 있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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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타운힐을 걷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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