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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여행의가치 1장. 낯선 첫 걸음 … 또 다른 시작

마음을 여는 열쇠 작은 친절…진실된 행동은 공감으로

윤창영( ycy6529@hanmail.net) 2025.04.1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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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받은 선물 조각

  • 닫힌 마음을 여는 열쇠는 작은 친절이다.
  • 편견은 우리가 낯섦을 두려워할 때 자라나는 나쁜 습관이다.
  • 도움을 받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용기다.
  • 진심은 말보다 태도에서 전해진다.

 

옷가지 몇 벌과 속옷 그리고 양말, 세면도구, 전자제품.

나는 8kg을 넘기지 않도록 세심히 배낭을 꾸렸다.

지금 시간은 2월 25일 새벽 4시 30분.

인천까지 3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속에서 여러 상념이 스쳐 지나갔다.

왜 이 먼 나라를 선택했는지. 무엇을 얻으려 떠나는지 걱정과 설렘만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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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친절 앞에서, 배운 첫 번째 교훈 

인천을 출발한 비행기의 첫 경유지는 중국 선양.

이 곳에서 광저우 연결편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시간는 촉박했고, 조금만 늦어도 모든 계획이 틀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급한 마음에 승무원에게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말없이 우리 자리를 비행기 맨 앞쪽으로 옮겨주고, 연결편 탑승구(게이트)까지 알려주며 말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우리 직원을 찾아 도움을 받아라.”

그 짧은 한마디가 지금 내 마음에 가장 깊이 남아 있다. 

이 한마디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사건이 생겨났고, 중국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아닌 호의가 싹드게 된 것 같다.

연결편에 대한 촉박한 시간 탓에 우리는 중국 남방항공 직원에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수화물 문제는 세관에게, 국내선으로 이동하는 절차는 공안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들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듣자마자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여줬다. 

원래라면 수화물수령, 입국 재심사, 국내선 재수속까지 몇 번의 과정을 위해 이동해야 했지만, 그들은 이 모든 과정을 그 자리에서 처리해줬다.

심지어 입국심사는 공안들만 이동하는 통로로 안내해주는 배려까지 해 주었다. 국제선과 국내선 통로가 계단 하나로 이동하면 끝나는 새로운 경험이다. 

서로 통하지 않는 언어속에 말 없이 전해진 그들의 태도에서 진심이란 결국 행동에서 드러나는 것임을 다시금 배웠다.

신속한 처리덕분에 선양에서 광저우로 떠나는 비행편 탑승구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3시 30분 광저우 출발편으로 보딩은 3시였고,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3시 10분으로 겨우겨우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이다. 

그런데 탑승구 문이 열려 있지 않았다. 

‘아. 틀렸다. 벌써 보딩을 끝낸건가! 망했다.’

이런 체념과 동시에 내 자신이 얼마나 멍청했는지 어이없는 실소를 쏟아냈다.

3시 30분 광저우행.

탑승구 앞에는 광저우행 비행기를 타기 위한 중국인들로 한가득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중국은 한국보다 시차가 1시간 느리다는 사실을.

나는 바보처럼 한국 시간으로 계산하며 허둥댔던 것이다.

피식 웃음이 났지만, 이내 미안함이 밀려왔다.

모두가 우리의 연결편 탑승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는데, 정작 나의 착각으로 인한 헤프닝이다. 

그들의 호의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그 순간, 나는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던 또 하나의 편견을 마주했다.

‘중국인은 시끄럽다.’, ‘새치기를 잘한다.’, ‘예의가 없다.’

아무렇지도 않게 갖고 있었던 생각들이 눈앞에서 무너졌다.

내게 손을 내민 그들은 친절했고, 진심으로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었다.

친절과 배려, 마음씀씀이.

이 모든 것은 인종이나 국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그 사람의 품성과 인격의 문제임을 느끼며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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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표정으로 마음을 연다

지금은 광저우행 비행기다. 긴장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지만 내 안의 표정은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인천에서 선양으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는 승무원의 서비스때마다 나에게 중국어로 물어봐 살짝 기분 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여기서도 서비스때마다 중국어로 물어왔지만, 나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을 되풀이했다.

“한국인이에요. 영어로 부탁드려요.”

그 순간, 승무원과의 거리도 가까워지고, 공기 속의 긴장도 사라지는 걸 느꼈다.

사람은 말이 아니라 표정으로 먼저 마음을 연다.

그건 어디서든 통하는 진리였다.

항상 웃는 얼굴로, 무례하지 않게 행동하자.

여행이란 어쩌면, 그런 나 자신을 다시 연습하는 과정이 아닐까.

웃음이 피어나는 여행

11시간동안 오클랜드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는 내 옆에 뉴질랜드인들이 앉았다.

내가 통로석에 앉았기에 그들이 화장실에 가려면 나를 통해서 가야했다.

그들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움직일때다 미안한 기색을 보이기에 어떻게 하면 저들에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그들이 움직일때 미소 띤 얼굴로 ‘난 괜찮아(That’s my pleasure)’를 눈빛을 보며 얘기했다.

눈빛은 마음을 볼 수 있는 창임이 틀림없다.

기내식을 받을 때에도 기꺼이 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거들었다. 

비행이 끝나갈 무렵, 되레 그들이 나에게 물어왔다.

“어디서 왔어?”, “한국사람이야.”

그들은 한국에 와 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나라라는 말에 마음속에서 너무 기뻤다. 

작의 호의가 관심까지 이끌어 낸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뉴질랜드는 왜 온거야?”

“자연을 보러. 북섬에서 일주일 지낸 후, 남섬을 한바퀴 둘러 볼 생각이야.”

그들은 정말 멋진 곳에 간다는 칭찬과 함께 밀포드사운드를 가보라는 권유도 잊지 않았다.

낯선 사람도 따뜻한 태도 하나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나는 그 순간 확실히 배웠다.     

오클랜드, 첫 발을 딛다

2월 26일 오후 4시. 드디어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했다.

25일 새벽 4시에 집을 나선 후 이틀간의 힘든 여정이었다. 

평소 80-90점을 보여주던 나의 삼성워치 에너지점수가 지금은 30점을 보여주고 있다. 

뉴질랜드는 세관검사가 무척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나는 등산화를 가지고 왔기에 물품신고서에 ‘신고물품 있음’으로 기록했다.

신고할 물품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줄이 너무 길었다. 

내가 신고할 것은 단 하나, ‘등산화’뿐인데도 말이다.

길게 늘어선 줄 탓에 세관을 통과하는데 2시간 넘게 걸렸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신선한 공기가 해방의 기쁨을 주었다.

공항셔틀버스를 타고 예약한 호텔이 있는 스카이시티로 향했다.

창밖의 풍경은 모든 게 새로웠다.

나무 가득한 숲 속의 집들이며 오클랜드를 감싸는 태평양의 해변들. 그리고 깨끗한 거리까지.

모든 것이 ‘잘왔어!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저녁 7시 반, 호텔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잠깐 산책을 나섰다. 스카이타워를 올려다보는 그 순간, 비로소 내가 뉴질랜드에 왔음을 실감했다.

긴 여정의 날, 나는 이제 ‘일상’이라는 틀을 벗어나 낯선 나와 다시 마주하는 연습을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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