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명과 평화의 사제 문규현 이야기 ‘너 어디 있느냐’ 출간
삶의 가치를 찾기 위한 필독서…저자 문상붕 등 4인 생명, 평화, 통일, 삼보일배, 오체투지 등 다뤄
평생을 낮은 자리, 소외된 자리에서 생명과 평화를 위해 기도해 온 자칭 ‘길바닥 신부’ 문규현(79).
생명과 평화의 사제이기도 하지만 불의에는 깡패 신부이기도 했던 그의 이야기가 책으로 엮어졌다.
파자마 출판사가 펴낸 ‘너 어디 있느냐’는 한평생 생명·평화·정의의 길을 찾아 엎드려온 한 사제의 뜨거운 신앙고백이다.
해방이자 분단이 시작된 1945년에 태어난 그는 평생 그 분단을 무너뜨리는 삶을 살고자 했다. 평양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임수경과 함께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통과하기도 했다. 통일로 향하는 길이라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주어진다면 기꺼이 십자가 지는 것을 사제의 당연한 일로 여겼다. 그의 평생 화두는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어떻게 만드느냐였다. 때로는 창조주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자벌레와 갯지렁이, 도요새의 길을 걸으며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은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하에 생명과 평화를 파괴하는 일상을 당연시하게 한다.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는 남북한은 극한 대결의 장을 펼치고 있다. 거기다 사람이든 뭇 생명이든 공공연히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현장에는 그 배후에 돈이 있고 자본주의가 있다.
그는 이 세상과 무기 하나 없이 온몸으로 싸우면서 신음하는 자들과 함께한다. 이런 이유로 ‘빨갱이 신부’ 누명을 쓰기도 하지만 그는 예수님을 따르고 닮으려는 천생 신부다.
이 책은 생명과 평화와 통일의 길을 온 힘을 다해 끊임없이 걸어가는 사람, 문규현 신부가 이루고자 하는 하느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통일이 멀어지고, 생명이 죽어가는 시대에 통일과 생명의 소중함을 우리 또한 느끼고 함께 하기 위한 책이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만나는 새로운 현장에서 희망을 찾는다. 그에게 희망은 함께하는 연대이고, 힘없는 이에 대한 연민이었다. 그는 그를 원하는 곳이면 언제나 달려간다. 달려가 힘을 보태기도 하고 그냥 곁을 지키기도 한다. 힘이 빠져 무엇을 어찌할 수 없게 되어도 그저 함께 했다. 그런 곳곳이 그의 사목현장이었다. “어 어디 있느냐?”는 하느님의 물음에 대한 그만의 응답이었다.
책은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사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2부는 사제가 된 문규현의 모습을, 3부는 평양에 있는 임수경과 함께 분단의 벽을 넘는 과정을, 4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를 하는 고난의 시간을, 5부는 문 신부가 살아온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정리했다. 특히 4부 ‘생명과 평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 개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게 한다.
글쓴이 문상붕, 이정관, 장진규, 형은수는 전국국어교사모임 회원으로 전북지역에서 30년 넘게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쳐온 교사들이다.
20여 년 전부터 문 신부와 함께 ‘청소년 뚜버기’ 활동을 하며 길을 걷고 얘기를 나누며 문 신부의 생각과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최근 은퇴한 이들은 문 신부의 삶을 기록하고, 고난의 길을 찾아 걸어왔던 그의 삶에서 인간의 품위를 찾아내고자 이 책을 썼다.
1TB(테라바이트) 하드디스크를 꽉 채운 방대한 자료를 일일이 찾아보고 정리하는 데 많은 밤을 지새워야 했다. 종이 자료만 80㎏이 넘어 초고를 완성하는 데만도 16개월이 걸렸다. 집필과 교정에만 들인 시간도 총 2200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글쓴이들은 “자칭 ‘길바닥 신부’인 문규현 신부에 대해 객관적으로 담백하고 간결하게 쓰고자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마음과 영성에 끌려 들어갔다”고 술회한다.
군사분계선을 넘는 문규현 신부와 임수경
새만금 반대 삼보일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