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사립학교는 이제 꽃길만 걸을 수 있을까?"

[긴급 칼럼] 급식비 비리 교장 재임용 취소 결정을 생각하며

고영주 (전교조 익산중등지회장) jbchamsori@gmail.com
2017.03.20 18:18 추천 수 0 댓글 0

몇 달 전 걸그룹 구구단의 김세정이 솔로로 내놓은 곡 꽃길이 음원차트 1위를 했다. 이유는 이렇다. 그가 걸그룹 데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할머니에게 꽃길만 걷게 해드릴 거라는 말이 큰 화제가 됐다. 그리고 높은 순위로 걸그룹 데뷔의 꿈을 이룬 그가 꽃길이라는 노래를 내놓자 그 꿈에 공감하는 많은 이들이 노래를 사랑해준 결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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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비 횡령 교장에 대한 재임용 취소가 결정되고 전주KBS가 제작한 영상 뉴스 마지막 장면

우리 사회도 세월호 사태 후 전교조 교사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기 시작했다. 기나긴 싸움을 거쳐 작년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불붙은 촛불은 결국 탄핵의 꿈을 이뤘다. 시민들은 승리했다. 민주주의의 꽃길이 오길 바라고 있다. 고생 끝에 겨우 꿈을 이룬 청년 가수가 이제 꽃길만 걷길 바라듯이,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되어 정의가 실현되길 바라고, 검찰이 개혁되고, 사회 각 분야에 산적한 많은 폐단들이 청산되길 바라고 있다.

전북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익산지역 초헌학원의 이일여고가 5년 전 학교 급식비를 5년에 걸쳐 9억여 원을 횡령하여 파면된 교장을 다시 교장으로 복귀시키려 한 것이다. 한 학부모의 제보로 지방의 언론이 이 사건의 부당함을 알렸다. 하지만 교육청에서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 사태를 막을 법적인 도구를 갖고 있지 못했다.

전교조 전북지부와 사회공공성․공교육강화 익산연대 등 각종 시민단체는 성명을 발표하고 해당 학교의 교문 앞에서 1인 시위와 집회를 이어가며 부적격 교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이에 동조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동참하고, SNS를 통해 이 사태가 알려지면서 지역의 여론은 교장의 사퇴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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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급식비를 빼돌렸다가 적발되어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는 교장을 재임용한 이일여고 앞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사진 제공 - 공교육 강화 익산연대)

전북교육감도 무리수를 둬서라도 이 일을 막겠다고 나서며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었다. 결국 17일 저녁 열렸던 이사회에서 교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이사회는 이를 의결하여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이 소식을 전했던 한 SNS는 해당 학교 학생들이 꽃길만 걷길 바란다는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이제 해당 학교 학생들에게 꽃길이 펼쳐질까? 이 질문은 꽃길의 김세정은 경쟁을 통과해 해피엔딩을 과연 이룰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본질적으로 같다.

김세정이 더 큰 경쟁의 세계로 들어가 이제 피 말리는 진짜 싸움을 하고 있을 뿐이고 그 싸움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기에 해피엔딩은 김세정에게 아마 어렵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교장이 사퇴했다고 사립학교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비리가 다 없어지지는 않는다. 사립학교의 공공성보다 재단의 재산권을 더 우위에 두는 사립학교법과 그에 따른 판례들이 힘을 갖고 있는 한.

김세정의 꽃길이 불필요한 과다 경쟁을 줄이고 가수가 노래하는 일로 먹고 사는 것이 지금처럼 팍팍하지 않은 사회에 놓여있는 것처럼, 해당 사립학교의 꽃길은 학교의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국회 차원에서 결실을 거두고 이것이 사회적 상식으로 자리 잡은 사회에 놓여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꽃길을 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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