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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누구야. 누가 또 생각 없이 돌을 던지느냐?”

성장현( icomn@icomn.net) 2021.02.09 16:40

과거는 추억이고, 추억은 아름답기 때문일까. 고향을 떠올리면,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웠던 그 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시계추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이 겹쳐 씁쓸하다.

 

새벽 같이 일어나셔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해주시던 어머니. 이슬이 마르지 않은 논·밭에서 일하고 오셔서 바지춤이 마르지 않은 아버지. 세수를 끝마치시고 차가워진 손으로 따뜻한 아랫목 이불 속에서 일어나기를 거부하는 손자 얼굴을 쓰다듬어 주시던 할아버지....

 

이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라서, 그리고 이제는 다시 뵐 수도 없는 분들이라서 더 아련한 추억인지 모르겠다.

 

일곱 살 되던 해, 노란 유치원 가방을 메고 산길, 논길을 헤쳐서 면사무소 소재지에 있는 병설유치원에 다녔다. 집에서 유치원까지 3km나 되는 거리라서 어머니는 일찍 밥을 해 먹이셨다. 그리고는 초등학교 다니는 형과, 유치원 다니는 내가 학교 가는 길에 배고플까 “깐밥”을 하나씩 주먹에 쥐어주셨다. 학교 가는 길에 깜박이던 반딧불과 바지춤에 묻어나던 이슬들....

 

학교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봄이면 길가에 앉아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나른한 들판을 한참 멍하니 쳐다보기도 하고, 여름이면 냇가에서 피라미를 잡고, 가을이면 밤 서리를 했다. 겨울에는 학교 오가는 길이 너무 추워서 빨리 집에 가기만을 바랐지만, 가끔 수확이 끝나고 하얀 눈으로 뒤 덮힌 논·밭에 난 작은 노루 발자국을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했다.

 

그 날도 여느날과 다를 것 없이, 나는 유치원을 마치고 한 동네 살던 창근이랑, 수화랑, 화지랑 그리고 나중에 전학 간 종운이랑 같이 집에 가는 길이었다. 집에 가기 위해서는 다리 하나를 건너야 한다. 면사무소 소재지를 휘둘러 흐르는 유천 위에 놓인 다리라서 ‘유천교’다.

 

그런데 그날은 여느 날과 달리, 다리 끝 너머 유천마을 입구에서 놀던 그 동네 아이들이 다리 건너편에 서 있었다. 우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그런데 저쪽 아이들이 까닥 없이 돌 팔매질을 한다. 수화랑 화지가 놀래서 비명을 지르고 창근이랑 종운이가 날아오는 돌을 피해 뒤로 물러선다.

 

그 순간 나는 무슨 영웅심리가 작동했던건지, 친구들에게 “야.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겁만 주려는 거겠지.’, ‘설마, 내가 이렇게 걸어가는데 계속 돌을 던지려고...’

하지만, 다리 건너편 아이들은 계속 돌을 던졌다. 아마도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돌을 던지는데, 지가 안 물러서고 계속 걸어오겠는가’ 생각했던 것 같다.

결국, 나는 돌팔매질에 머리를 맞고서 “아”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돌팔매질은 끝이 났다. 내가 지르는 비명에 놀라, 다리 건너 아이들이 도망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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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유천교 모습, 어느 땐가 큰 홍수가 나서 다리가 떠내려간 후에 다시 세워진 다리다.)

다리 건너 아이들이 무슨 생각으로 우리에게 돌을 던졌는지 지금도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아마, 돌을 던진 그들도 그때나 지금이나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를지도 모른다. 단순히,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을 시샘해서’ 또는 ‘공기놀이와 비석치기가 너무 따분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여섯, 일곱 살의 아이들 짓이다. 어떤 악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리라. 용서하고 말 일도 아니다.

 

그런데 다 큰 어른들이, 그것도 한 자리씩이나 하신다는 높으신 양반들이 이제 갓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새내기 의사에게 연일 돌팔매질을 하고 있다. 그는 수사기관으로부터 교수 아버지 그리고 교수 어머니와 공모해서 대학, 대학원 입학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다. 재판 결과 유죄의 판결을 받으면, 법에 따라 학위를 취소하고 의사 면허를 취소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선을 넘는 보도와 행위들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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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을 향한 돌팔매들...)

 

그들은 이 돌팔매질을 어떤 의도에서 하는 것일까. 이 돌팔매질로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잊혀지는 것’이 무서운 정치인, ‘조회 수가 곧 돈’이라는 언론사...

돌팔매에 맞아 비명을 질러야 그 때서야 멈출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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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현은 법무법인 광안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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