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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후변화로 과거 감염병 되살아날 위험 상승

영국 케임브리지 연구진, 코로나19 감염증도 궁극적 원인은 기후변화

(사)생명평화마중물 이사장 문규현( yespeace21@hanmail.net) 2021.08.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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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이 지난 4월 서월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광장에서 기후정의 실현되는 서울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은 기후위기 비상행동 홈페이지 자료>

 

 지난 2월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과 미국 하와이대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증의 궁극적인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최근 100년간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로 중국 위난성 남부와 라오스, 미얀마 등 남아시아 지역이 박쥐가 서식하기 좋은 식생으로 바뀌면서 이번 코로나19의 발원지가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열대 관목수림 지역이었던 이들 지역이 열대 사바나와 낙엽수림으로 바뀌어 박쥐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던 것이지요. (참고: 동아사이언스, 2021.02.15. 기사 ‘기후변화로 서식지 옮긴 박쥐들, 코로나19는 보이지 않는 기후재앙이었다’)

 2008년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40년에서 2004년에 발생한 300건 이상의 신종 전염병 중 60%가 인수공통감염병인데, 이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의 72%는 가축이 아닌 야생동물에서 유래한 것입니다.(참고: 강병철, ‘코로나19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스켑틱』 21호)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인해,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의 유행은 그 규모와 빈도의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유엔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었던 마가릿 챈 박사는 “기후는 전염병의 지리적 분포를 규정하고, 날씨는 그 심각도를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비단 신종 감염병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말라리아 같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질병도 이전에는 너무 건조하거나 시원해서 발병할 수 없었던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가 새로운 번식지를 만들고 있으며, 예전보다 상승한 기온은 모기가 성충이 되는 속도를 앞당기지요. 성장속도가 빨라지면 번식 주기가 짧아져 개체수가 증가합니다. 기후변화로 상승된 기온은 모기의 흡혈 빈도와 모기가 기생균에 노출되는 빈도를 높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온이 높아지면 모기에 기생하는 균의 성장 속도도 빨라집니다. 모기가 매개하는 전염병뿐만 아니라 설치류의 진드기가 옮기는 전염병들도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많으면 발병이 증가합니다. 기후변화로 감염병들이 확산되는 시기도 길어져서 이른 봄에 발생하기 시작해서 늦가을까지 지속됩니다.

 콜레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의 상승과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받습니다. 콜레라균은 요각류라는 바다에 사는 동물성 플랑크톤에 붙어살지요.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엄청나게 번식하게 되고, 그것을 먹고 사는 동물성 플랑크톤과 콜레라균도 번성합니다. 게다가 해수면이 높아지면 바닷물이 강과 강어귀로 흘러들어와서 인간이 콜레라균과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부터인가 말라리아가 발생하고 있고, 남부지방 일부는 뎅기열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지역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매개하는 흰줄숲모기도 발견되고 있지요.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해 함께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흰줄숲모기 성충이 겨울철에도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면 국내에서도 뎅기열, 치쿤구니야열 및 지카 바이러스가 유입 후 전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 2021.04.22. 기사, ‘흔들리는 지구 ... 기후변화 못 막으면 닥칠 위기들’)

 기후변화로 과거의 감염병들이 되살아날 위험도 큽니다. 기온이 상승하여 영구동토와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 속에 봉인되었던 바이러스들이 외부로 노출되어 확산할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2015년 미국국립과학원은 러시아의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3만 년 전의 고대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16년에는 시베리아의 12살 소년이 탄저균 감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었는데, 이는 기후변화로 동토층이 녹아 70여년전에 탄저균에 감염되어 죽은 순록의 사체가 외부로 노출되었기 때문이었지요.

기후변화로 인한 전세계의 빙하와 동토층의 파괴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미국과 중국 공동연구진은 티베트 고원의 빙하에서 33종의 바이러스를 발견하였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들 중 28종은 현대에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바이러스임이 밝혀졌습니다. 이 연구진들은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유출된 병원체로 인한 새로운 질병의 유행을 우려했습니다. (참고: 쿠키뉴스 2021.04.30. 기사, ‘녹아내린 얼음·파괴된 숲에서 ‘코로나29·39·49’ 온다‘)

 코로나19로 경험하고 있듯이, 이제 기후변화는 감염병 발생의 중대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세계인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기후변화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게 된 것 같습니다. 유네스코가 지난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2030년 지구가 직면할 4가지 큰 도전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67%가 ‘기후변화’를 꼽았다고 합니다. 이 답변은 세계 모든 지역에서 인종, 나이 등과 무관하게 가장 높게 나왔다지요. (참고: 한겨레 2021.04.15. 기사, ‘전 세계인 67% “2030년 가장 큰 걱정거리는 기후변화”’)

기후변화를 안정화시키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코로나19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전세계는 다시 팬데믹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난 1년여의 시간을 돌아보고,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절박한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여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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