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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에너지, 덜 소비하고 더 나누기

지구의 기온상승 어떻게 막을까

(사)생명평화마중물 이사장 문규현( yespeace21@hanmail.net) 2021.11.0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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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마지막 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420ppm을 넘었습니다. 주간 평균 수치이기는 했으나, 이 수치는 현생 인류가 진화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지요. 뒤이은 5월의 월평균 농도도 419,13ppm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작년 같은 달의 수치(417.31ppm)보다 1.82ppm 증가한 수준입니다.

코로나19 대감염의 영향으로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감소했기에 증가폭이 다소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200년 정도 체류하기 때문에, 인간 활동으로 인한 배출양이 일시적으로 줄었다고 하더라도 순배출량이 ‘0’이 되지 않는 한 대기 중 농도는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 대비 약 7% 감소했던 2020년은 관측 이래 두 번째로 기온이 높은 해였습니다. 올해의 기온도 벌써 심상치 않습니다. 캐나다와 미국 북서부의 기온이 50℃를 넘었고, 계속되는 폭염과 이로 인한 대형 산불로 1천명에 이르는 이들이 사망했습니다. 폭염은 다른 북반구 지역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러시아 북극권의 시베리아를 비롯하여 북반구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높아진 기온은 폭우를 초래하여 서유럽에서는 폭우로 인한 홍수로 170여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지요.

기후학자들은 이러한 ‘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 홍수, 산불 등을 초래하는 기후가 고착되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유엔은 "코로나 다음 인류의 대재앙은 폭염이라며 대규모 사망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러한 폭염 등은 지구의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2℃ 상승한 결과입니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제시한 기후변화 한계치인 1.5℃에 근접한 수준이지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1.5℃ 지구 온난화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안정시키기 위해 전 세계가 2030년까지 2010년 탄소 배출량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이루어야 합니다.

각국의 탄소중립 전략은 에너지 사용의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수준의 에너지 소비를 지속한다면,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확대하고 탄소 포집 기술과 같은 지구의 기온을 낮추는 신기술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각국이 제출한 국가별 감축목표를 보면, 상향된 수치조차도 2030년 배출 기준을 턱없이 초과하는 실정이니까요.

태양과 바람 등을 이용하는 재생가능한 에너지는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5%정도 차지하고 있는데, 이 수치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방법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릅니다. 효율성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탄소중립을 위한 시간 내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기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압축, 운반, 주입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화석 에너지가 사용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밖에도 태양열을 차단하고 반사하는 등의 해결책과 바다와 육지의 식물 식생을 조절하여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려는 해결책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지구에 다른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지구 진화 및 역학 센터의 호프 자런 교수는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확대하며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줄어들지 않는 소비가 초래할 고통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줄 마법 같은 해결책은 없다고 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집단적 이해를 변화시킨 후,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개인과 집단의 실행을 변화시킬 것을 제안합니다.

자런 교수에 의하면, 지난 50년간 전 세계 인구는 2배 증가한데 비해 에너지 소비는 3배나 증가했습니다.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전기량은 4배로 증가했지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OECD 회원국에 속한 시민들은 지구 전체 인구의 1/6밖에 되지 않지만 전 세계 에너지의 1/3을 사용하고 전 세계 전기의 절반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1/3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OECD에 속한 부유한 나라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면 상황은 절대로 나아질 수 없을 것입니다.

재화의 생산에 에너지가 가장 많이 사용되므로, 우리 각자는 어떻게 덜 소비할 수 있을까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 자런 교수의 말처럼, 산업계는 결코 그런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덜 소유하고 덜 소비한다면, 산업계도 우리의 행동 변화에 따라 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를 바꾸지 못한다면 사회제도로 바꿀 수 없을 것입니다.

정부의 탄소중립 전략과 산업계의 변화만을 바라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 개개인이 행동의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덜 소비하고 더 나누며 소중한 가치들을 채워 넣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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