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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버스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3년째 투쟁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이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환경을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4개월간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 5개 시내버스 지회 소속 노동자 101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전북버스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의 결과발표가 서윤근·오현숙·이옥주 시의원과 전북노동연대 주최로 25일 전주시의회에서 열렸다.

 

 

장시간 노동에 쉬고 싶어도 저임금 때문에 절반이 아르바이트

 

이날 결과발표에 나선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가톨릭대 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은 “평균나이 49세에 버스운전경력이 평균 13년에 달하는 베테랑노동자들이 하루 18시간이라는 장시간 노동에 처해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운을 뗐다.

 

조사대상자 출근시간대는 새벽 6시 이전이 48%, 오전 7시 이전이 45%였다. 반면 퇴근시간대는 밤 10시 이전이 3.7%에 불과했고 96%에 달하는 대다수 버스노동자가 밤 10시에서 오전 12시 사이에 퇴근하고 있었다.

 

한 버스노동자는 “애기랑 깊은 대화를 얼마나 하겠습니까? 집사람하고 간단히 이야기하고. 말 그대로 부부생활이란 것은 없다고 봐야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에도 버스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173만원에 불과해 비번일 때도 쉬지 못하고 아르바이트하는 비율은 40%에 달했다. 최민 연구원은 “가끔 아르바이트에 나가는 대상자는 집계에 포함하지 않았다. 실제로 절반 이상이 아르바이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쫓기는 운행시간에 평균을 웃도는 노동강도와 피로도

 

운행환경도 열악했다. 짧은 배차간격과 휴게시간 부족으로 배차간격 위반, 승객과 다툼, 승·하차장소 위반, 정류장 무정차 통과, 규정속도 위반과 같은 일들이 매일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교통 신호 위반의 경우 하루 기준 발생 횟수가 없음인 비율은 4.6%에 불과했다.

 

조사에 응한 한 노동자는 “진짜 시간이 (충분히) 있어서 과속 않고 종점 가서 3~40분 쉬었다가 운행하면 괜찮은데…법 지켜가면서 운행하면 15분, 10분, 5분...(남아요) 이렇게 남으면 딱 그만큼 쉬었다 다시 나가야해요”라고 말했다.

 

버스노동자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노동강도도 심각했다. 힘듦의 정도를 ‘최대로 힘듦’을 20으로 잡고 ‘약함’을 6~9로 했을 때 평균이 15.2로 ‘매우 힘듦’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제철노동자가 12로 드러나는 것에 비교했을 때 버스노동자들이 인식하는 강도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었다. 피로도도 평균 4.51로 건강한 성인의 피로도 2.3±0.7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더불어 식사시간과 휴게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었고 특히 기·종점 화장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현실도 지적됐다.

 

▲35사단 앞 이동식 화장실 내부 모습 [참소리 자료사진]

▲농협공판장 휴게실 내부 모습. 먼지가 쌓여있다. [참소리 자료사진]

▲평화동 종점 회차지에 있는 휴게실 내부 모습. 멀리 TV가 있지만 안테나가 없어 나오지 않는다. [참소리 자료사진]

 

응답자들은 “화장실 문제가 무지하게 괴로워요. 기종점에 화장실 한번 갈라하면 살벌해요. 없는데도 있고 수북하니 변이 쌓여가지고 참말로 들어가도 못해요”, “(시간이 부족하다보면) 굶고 나가는 기사님이 태반이고요. 그러다보니까 삼복더위인데도 도시락 싸갖고 와서 그 뒷좌석에서 냄새나는 도시락을 먹는 경우도 있고, 상한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라며 기본적인 문제들을 호소했다.

 

최 연구원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에 크게 미달하는 저임금 때문에 장시간 노동과 아르바이트를 감수하는 현실은 승객 운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교대근무개선, 공영제와 임금현실화, 휴게시간 확보, 식당·화장실·휴게시설 개선, 노선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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