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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국에서의 난민신청 및 난민(불)인정 절차

전수연( icomn@icomn.net) 2019.09.23 15:37

필자가 현재 소속되어 있는 단체의 주 업무분야 중 하나는 난민신청을 위해 대한민국을 찾은 외국인에 대해 관련 소송∙신청 등의 방법으로 법률 조력을 하는 것입니다. 작년 제주에 들어온 예맨 난민들이 언론에 조명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도 난민들이 들어오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난민이슈가 이전에 없던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다는 점에 있어서 작년 제주 사건의 의미를 새겨볼 수는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의 무분별한 확산으로 인해 난민에 대한 첫인상은 ‘불편’을 넘어 배제와 혐오의 대상이 된 점에 있어서는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부터 2-3차례에 걸쳐서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난민’들에 대해 제가 아는 사실들을 전달하는 내용의 글을 써볼까 합니다. 이번 글은 한국에까지 어렵게 찾아와 난민신청을 하는 외국인들이 난민인정 혹은 불인정을 받기까지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되는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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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난민인정절차는 크게 1)난민신청단계(접수), 2)난민인정 심사, 3)결정 및 이의신청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난민인정신청은 장소에 따라 크게 ①입국과정에서 이뤄지는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인정 신청’과 ②입국 후 출입국관리사무소 또는 외국인보호소에서 하는 ‘체류 중 난민신청’으로 나누어집니다.

①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은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심사시 난민인정 신청의 의사를 밝히는 경우에 이뤄집니다. 이 경우 난민법 제6조(출입국항에서 하는 신청)에 따라 난민신청자는 출입국항을 관할하는 사무소장 또는 출장소장에게 난민인정신청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출입국항 난민인정 신청의 가장 큰 특징은, 난민인정 신청에 대한 ‘회부심사’가 이뤄진다는 점인데요. 회부심사는 ‘명백히 난민사유가 없는’ 사람들을 가려내고, 정식으로 난민인정심사를 개시할지 여부에 대한 판단인데, 법무부장관은 신청서 접수 후 7일 이내에 해당 신청건에 대한 난민인정심사 회부여부를 결정하여야 합니다.  출입국항 사무소장 등은 난민인정심사 회부결정이 된 신청인에 대해 입국심사를 한 후, 거주지의 제한 등 일부조건을 붙여 90일의 범위에서 조건부입국을 허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난민인정심사에 대한 불회부결정이 나오는 경우에는 난민인정심사 자체가 개시되지 않으며, 본국 혹은 제3국으로 자진출국하지 않는 한, 송환대기실[1]에 구금됩니다. 송환대기실에는 변호인 이외의 외부의 접근은 단절되며, 연락은 선불전화카드를 구매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공중전화로만 가능합니다. 또한 열악한 음식과 잠자리 등으로 인하여, 장기간 구금되는 경우에는 신체적·정신적인 폐해가 심각합니다. 더욱이 난민인정심사불회부 결정에 대한 취소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신청인은 송환대기실에서 5-6개월 이상 장기구금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다음으로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하지 않고 일단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은 ②체류 중 난민신청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체류지를 관할하는 출입국관리사무소 혹은 출장소(구금 중이라면 해당 외국인보호소)에 가서 난민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은 관할 보건소에서 신체검사를 받아 그 검사결과를 제출하여야 하며, 난민담당공무원은 난민신청자에게 난민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이후 면접조사자료 등을 기초로 난민(불)인정 결정을 하며, 결정은 난민인정신청서를 접수한 날부터 6개월 안에 하여야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난민신청자는 급증하는 반면, 난민업무 담당 공무원의 수는 턱없이 모자라 난민신청을 한 이후 인터뷰 조사를 받기까지 1년 반에서 2년 가까이의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결정단계에서 결정의 유형은 ‘난민인정, 불인정, 인도적 체류허가결정’ 등 세 가지가 있습니다. 신청자가 난민으로 인정된 경우에는 난민인정증명서가 교부되며(비자는 F2), 난민으로 인정되지 못한 경우에는 결정에 대한 간단한 이유를 부기하여 난민불인정통지서가 교부됩니다. 그러나 난민불인정통지서는 한글로만 작성되어 있어 대부분의 신청자들은 본인이 난민으로 인정되지 못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후 변호사나 활동가를 만나고 나서야 본인의 난민불인정 사유를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불인정사유를 알지 못하기에 이후 이의신청이나 소송을 준비하는 데에도 허점이 생기고, 이후 절차에서도 긍정적 결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난민불인정 결정을 받았지만, ‘인도적 체류지위’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도적 체류의 비자는 본국에 돌아가면 고문 등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등을 받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 부여되는 체류자격이며, 작년에 제주에 입국하였던 예맨 난민들의 대다수가 ‘인도적 체류비자’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인도적 체류비자는 사실상 난민에 준하는 사유가 인정되어 받는 비자임에도, 한국 밖에 체류하는 가족의 입국을 허락받는 ‘가족결합’이나 교육권 등이 인정되지 않는 등 지위보장 면에서 난민인정자에 비해 매우 취약합니다.

추후 게재할 글에서는 난민인정절차의 문제점들과 난민신청자와 난민인정자, 그리고 인도적 체류자의 처우를 다뤄보겠습니다.

 

- 공익법센터 어필, 전수연 변호사 작성

 

소개:

전수연: 현재 ‘공익법센터 어필(APIL, Advocates for Public Interest Law)’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필에서는 난민, 구금된 이주민,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 등의 인권을 옹호하고 감시하는 일을 합니다. 우리 안의 가장 취약한 지위에 있는 ‘이방인(strangers)’들이죠. 그러나 우리 또한 어디에선가는 이미 이방인이며, 혹은 이 땅에서 언젠가는 이방인이 될 것임을 기억하려 합니다. “We are all strangers”.


[1] 일반인들에게는 비공개된 공간이며, 주로 여러 이유로 입국금지된 외국인들을 본국이나 제3국으로 출국시키기 전에 임시로 머물게 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임시대기 공간이라 별도로 침구 등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으며, 법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상태가 아니어서 출입국의 허가없이 외부로의 이동이 제한되고 있어 ‘사실상의 구금’시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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