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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생태적 방생의식에 대한 고민

중화권과 일본의 사례

김성순( icomn@icomn.net) 2021.03.27 10:09

방생(放生)은 생명에 대한 자비심에 근거하여 도살당하게 된 동물을 구해내서 다시금 생명을 얻게 하여 주어진 수명대로 살다가 자연사하게 하는 불교 신행의 하나이다. 불교계에서 행해지는 방생활동은 교의적으로는 불교의 연기와 자비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계살(戒殺)이 구체화된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방생의 실천은 협의로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고, 광의의 범주에서는 인명을 비롯한 모든 존재들을 두루 포함한다.

이러한 방생의식은 그 대상이 살아있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의식의 극적 효과도 크거니와, 생태계와 직접적·유기적으로 연관된다는 점에서 현대에 들어 많은 문제 제기가 되어왔다. 오늘날의 방생활동과 관련된 문제는 사람들의 생태계 보호의식의 결여와 맞물려 야생동물의 매매로 이익을 추구하는 시장과 얽혀 있다. 방생할 동물을 제공하는 측에서는 잡을 수 있는 야생동물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구입하기 편리한 아프리카 붕어, 붉은귀거북, 황소개구리 등 공급원이 넓고 가격이 싼 외래종을 집중 겨냥했는데, 이들이 외래침입종이 되어 방생지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요원인이 되었다.

중화권에서의 방생의식은 대부분 전문인력들을 조직하여 진행하며, 활동조직이 방생동물을 제공하고 시민이 자비로 구입하지만, 간혹 방류용 동물을 야외에서 불법 포획하는 경우가 많다. 불완전한 통계에 근거하면 홍콩에서는 매년 63만 마리가 방생용으로 팔리고 있는데, 그러한 방생동물의 절대다수는 야외에서 잡힌 것이다. 야생동물의 활동 영역은 현대에 이르러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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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황헌만)

동물보호단체 「대만동물사회연구회(Environment and Animal Society of Taiwan)」에 따르면, 대만에서는 매년 약 750회의 방생의식이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방생에 의해 매년 수천만 마리의 생물이 죽고 있다고 대만의 동물보호활동가들이 경고를 하고 있다. 현재 제안되고 있는 야생생물보호법의 개정안에서는 허가 없이 방생을 행한 자에 대해서 최대 2년의 금고형 또는 250만 대만달러(약 680만엔)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러한 각종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불교권 국가들을 비롯하여 서구의 불교도 이민자들은 오늘날에도 방생의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문제로 드러난 부분을 해결하고 중재할 수 있는 대안적 방법들을 방생의식 범주 안으로 수용하면서 줄기차게 방생의식을 지속하고 있다.

대만불교계에서는 전체적으로 보면 방생으로 인해 나타난 여러 문제의 발생과 비판적인 인식으로 인해 일부 종교 단체가 동물방생 관행을 포기하고 있는 추세도 나타난다. 하지만 일부 불교단체는 여전히 동물 방생을 견지하고 있으며, 방생에 대한 담론 안에 점점 생태학적 지식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생태계 보호에 대한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방생의식의 내용과 범주를 점진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티베트[藏族] 자치지구의 방생의식에 대해 살펴보면, 장족의 전통적인 방생에는 직접과 간접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직접적인 방생은 자신의 소유인 가축이나 가금류 중에서 가장 나이가 오래된 것을 경전 독경 등의 종교의식을 거쳐 방생하는 것이다. 간접적인 방식은 타인에게 ‘방생’을 선전하여 다른 이의 살생을 방지함으로써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대자연에 돌려보내도록 하는 것이다.

티베트 장족들에게는 다른 형식의 방생이 있는데, 바로 ‘방생수(放生樹)’이다. 사원이나 보탑 주위의 수림을 ‘次塔拿’라고 부르는데, 그 의미는 ‘장수(長壽)’ 혹은 ‘방생수’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나무 위에는 대부분 한 자락의 면양모를 걸쳐놓는데, 이는 그것이 ‘방생’한 나무라는 것을 의미함으로써 벌목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장족은 ‘次塔拿’ 안의 모든 나무를 생명이 있고, 영혼이 있는 신성한 물체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 생태보호에 대한 자각이 생겨나면서 장족지구 사람들 역시 점차 범주를 확장하는 형태의 방생을 추구하고 있다. 단지 소, 양만을 방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어류와 다른 야생동물에까지 방생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산속에서 상처 입은 동물을 만나면 집에 데려와 치료한 후 다시 산으로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티베트의 방생 사례는 전통적인 방생의식에서 나아가 타인에게 생명보호의 인식을 알리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분화하고, 더 나아가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에까지 확장하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화권에서는 방생의식 전용 방송인 ‘자심망(慈心網)’이라는 채널의 사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자심망’은 개인이 운영하는 채널로서, 방생의 일자를 정하고, 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인과 단체의 방생의식을 가이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자심망’에서 제시하는 방생 역시 저간의 방생의식에 쏟아지는 비판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불법적이고, 반 생태적인 요소를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여기에서도 가장 먼저 제시하고 있는 것이 ‘수연방생’임을 볼 수 있다. 즉, 기념일이나 특정 시간에 단체의 형식으로 진행하지 않고, 개인이 생활 속에서 생명에 대한 존중을 실천하는 것을 중시하는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부모를 공경하도록 돕는 것도 방생이라고 하는 대목에서도 방생 개념의 확장이 드러난다.

세 번째로, 최근에 중화권과 중국인 이민자들이 진출한 서구의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호생원(護生園)’의 사례도 살펴볼 가치가 있다. 호생원은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공간에 모아두고 보살피고 있는 소규모 원림(園林)을 말한다. 이러한 호생원들이 단체 형태의 조직으로 결성된 것이 ‘중화호생협회(中華護生協會)’이다. 그들이 말하는 ‘호생(護生)’이란 유기된 동물을 한 장소에 모아다가 보살피고, 적극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입양을 권유하여 보내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그동안 잘못된 방생의식으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 처한 방생동물들을 다시 거두어 살피고, 불교도를 포함한 일반인들에게 ‘방생’의 의미를 재인식시키는 것에 호생원의 설립 목적이 있다.

이 호생협회에서 하는 봉사 중에는 낙태된 태아를 위한 천도법회도 있다. 종교적 시각에서는 낙태 역시 ‘살생업(殺生業)’이기 때문에 관련된 사람들의 힘든 마음을 위로하고, 낙태된 영혼을 천도하여 서방정토로 왕생할 수 있게 기도한다. 이 때문에 호생협회는 오랫동안 낙태아 영가를 위해 국내외 각지에서 여러 종류의 대형 천도법회를 무료로 거행하여 낙태아를 천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낙태아 천도의식 자체를 ‘방생’의 범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호생을 실천하는 호생원 중에는 들소공원(野牛公園), 마호생원(馬護生園), 우호생원(牛護生園)처럼 특정 동물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곳도 있다. 대만의 타이난(台南)시에는 양을 돌보는 호생원도 있어서 젖양 양식장에서 도태되는 늙은 암양들을 도달 당하기 전에 시장에서 사다가 돌보기도 한다. 또한 타이난시 ‘관음의 집’ 같은 경우는 채식으로 동물을 기르는 호생원구로서, 타이난시 3개 지구에 15개의 호생원을 설립했다.

중국 대륙의 경우에는 야생동물과 생태계 보호에 관한 입법활동에서 방생의식과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1988년에는 <중화인민공화국야생동물보호법(中华人民共和国野生动物保护法)>을 실시했으며, 2014년 7월 30일에는 국가종교사무국 주최로 전 중국의 지역 불교 대표들을 대상으로 <‘慈悲護生·合理放生’倡義書>를 발표했다. 건의서에 따르면 <중화인민공화국 환경보호법>과 <중화인민공화국 해양환경보호법>에서는 종의 유입과 외래종 방생에 있어서 생물 다양성의 파괴와 생태계에 대해 위해를 가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6년 5월 16일에는 중국 국가종교사무국에서 문건을 발표하여 특정 형태의 방생을 금지시켰으며, 2020년 6월 1일에는 <북경시야생동물보호관리조례(北京市野生动物保护管理条例)>를 제정, 실시했다. 특히 2019년 말 이후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이 발생하게 되면서 야생 동물 보호 및 관리에 대한 새로운 요구 사항에 적용하기 위해 베이징시 인민 회의에서 <베이징시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조례>의 입법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는 <조례>의 관리대상 목록에 포함된 야생동물이 이용되는 전체 과정을 추적할 수 있으며, 베이징 전역에서 일 년 내내 사냥을 금지하고 특수 목적을 위한 사냥은 엄격한 승인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당 ‘조례’ 안에 방생에 대한 세부 조항도 정하고 있는데, 단체와 개인의 무단 방생활동이 금지되고, 이를 어길 시에는 2,000 위안 이상 1만 위안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게 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2020년 6월 1일 이후로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중국 전역에서 수렵이 금지되고, 남식(濫食)이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불교의 방생활동도 새로운 시대의 야생동물 보호 관리 요구에 적응해야 하게 된 것이다.

일본의 경우, 기존에는 불교뿐만 아니라 신토(神道)에서도 방생의식을 실천했는데, 현재 는 중화권의 경우처럼 활발하게 행해지지는 않고 있다. 메이지(明治)시기에 신불분리정책에 의해 방생의식이 금지되면서 대부분의 전통이 없어지게 되었다가 헤이세이(平成) 16년(2004)에 유지들에 의해 「石清水八幡宮放生大会」로서 137년 만에 방생의식이 부활되었다. 이와 동시에 일본 정부는 2004년에 일본은 <특정 외래종생물의 생태계 파괴 방지법>(2004년 법률 제78호)을 제정했다. 근대 이전에 방생을 실천했던 대표적인 종교기관의 방생의식을 부활시키는 시점에서 생태계 보호와 충돌할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관련 법도 제정된 것이다.

<특정 외래종생물의 생태계 파괴 방지법> 제 12조에 따르면 특정 외래종 야생동물을 포살하기 위해서는 담당 장관 등이 제해(除害)조치를 취해야 한다. 해당 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특정 외래 생물이란 해외에서 일본으로 유입되어 원래 번식지 밖에서 생존하게 되면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유기체를 말하며, 특정 유형은 정부 조례에 의해 규제된다. 해당 법 제4조부터 제11조까지의 규정에 근거하여 법에서 정한 것을 제외한 야생 동물의 사육, 수입, 양도, 거래, 특정 야생동물의 방생은 금지하고 있으며, 주무 장관 및 관련 국가 행정기관의 책임자는 특정 외래종 야생 동물이 생태계에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 포살 등의 제해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특정 외래종생물의 생태계 파괴 방지법>에 따르면 일본에서 거행하는 방생의식에서는 외래종 동물이나, 시장에서 구입한 동물, 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특정 동물의 방생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일본불교와 신토에서는 생태계 보호라는 의제에 직면하여 각자의 방식으로 법률을 준수하며 방생의식을 실천하고 있다.

먼저 사쿠라가와시 시이오야마(椎尾山) 야쿠오인(薬王院)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곳 야코오인에서는 경내의 벤텐치(弁天池)에서 방생의식에서 미리 봉납된 송사리 약 6천 마리를 방생회(방류)가 행해진다. 주지와 부주지가 아미타당에서 법요를 마친 후에 벤텐치에서 경문을 독송하면서 손에 넣은 송사리를 차례차례 방류한다. 방생한 송사리는 ‘베니카니시키’라고 하는 품종으로, 이 사찰의 신도가 약 15년 전부터 취미로 사육해 증식한 것이다. 작년부터 수차례 같은 절에 기증을 계속해서 경내의 연못에 방류된 송사리는 합계 약 6만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방생을 하기 위해 시장에서 동물을 구입하거나 하는 상행위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일종의 공양 형식으로 신자가 기른 어린 물고기를 방류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고후쿠지(興福寺)에서는 매년 4월 17일 절의 남쪽에 있는 猿沢池를 방생지로 삼아, 통에 든 잉어와 금붕어 등을 연못에 넣는 방식으로 방생을 진행하고 있다. 근년에는 연못의 생태계 유지와 환경보호를 위해서 猿澤池에서 서식하고 있는 재래종 물고기들을 사전에 채취하여 법요식 후에 다시 방생한다. 어류들이 느끼게 될 부담을 고려하여 방생에 슬로프를 사용하는 등 연구기관에 의한 최신의 연구성과를 도입하면서 전통행사를 행하는 것에 의해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고 있다. 고후쿠지의 사례에서는 다른 서식지로 방생되는 경우에 그 동물이 느낄 수 있는 스트레스를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연못에 넣을 때도 손으로 던지는 방식이 아닌 슬로프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방생의식은 특정 신사와 사원에서만 행하는 의식으로 축소되었다. 또한 ‘방생제’로 이름이 붙은 축제 역시 마츠리의 절차 중 마지막 부분에서 상징적으로 행해지는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의 배경에는 현대에 들어 방생제가 부활하게 된 시점에 야생동물을 방생하는데 법률적인 제한이 가해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도 명맥을 이어온 사찰과 신사의 소규모 방생의식은 최대한 생태적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 수준에서 조심스럽게 행해지고 있다.

자비와 불살생계를 실천하는 방생이 현대에 들어서서 방생 대상이 되는 동물을 사고 파는 상행위와 연결되면서 생태계 보호와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방생의식에 대한 담론에는 불교의 교의, 실천, 생태학, 환경보존 등의 여러 맥락이 복잡하게 교직(交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방생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중화권과 일본의 사례연구가 참고할만한 대조군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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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순: 동국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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