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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에겐 6기의 함재기가 있다

황의선( icomn@icomn.net) 2021.07.24 10:24

얼마전 올림픽 선수촌 한국 숙소에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현수막으로 걸었다가 철거되어 논란이 되었다.

 

일본이 만든 전쟁 무기 중에 잠수항모라는 게 있다.

 

I-400이라고 통칭되는 이호 제400급 잠수함(伊號第四百型潜水艦)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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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센토구급 2번함 I-401, 구글이미지 검색)

 

하와이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의 콧털은 건들였지만 실제로는 이길수 없다는 걸 일본도 알고 있었기에 제대로 미본토를 공략하지 못했다.

이때 짜낸 아이디어가 '수상함으로는 미본토로 향해봐야 감시망에 걸릴테고 그러면 패배할테니 물 속에 숨어서 가자'였다.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이 낸 아이디어였다.

 

잠수함에 항공기를 실어야 하니 기존 항공기는 커서 아예 잠수항모 탑재 전용기를 만들었다. M6A 세이란이었다.

세이란은 잠수함의 원통형 격납고에 들어가야 해서 기체도 작지만 여러곳을 접다못해 압축하다시피해서 구겨 넣어 실었다.

이렇게 해서 I-400 한 척에 3기의 세이란을 실었다.

 

처음 계획 단계에서는 18척의 잠수항모전단을 만들려고 했었다. 18척에 각 3기의 세이란이 들어가니 단순 계산으로 54기의 함재기에 42톤의 폭탄을 싣고 가 미본토를 폭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센토쿠급 계획을 입안한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이 미군의 공격에 죽자 건조계획은 지지부진해졌고 실제 양산수는 1/3 이하로 반토막난데다 실제로 건조되고 있던 것은 4척, 완성되어 작전에 직접 투입된 것은 2척이 고작이었다.

게다가 센토쿠급이 완성되어 실전 투입된 것은 일본이 패망해가며 각지에서 해군을 완전히 말아먹은 이후였다.

 

마치 원균이 칠천량 전투에서 우리 수군을 완전히 말아드신 후처럼 말이다.

 

이렇게 되면 수적 열세도 문제지만 우리는 해봐야 안된다는 패배감으로 싸우기도 전에 지게된다.

실제로 난중일기에도 명량해전을 나갈때 이순신의 대장선이 출발하자 몇몇 지휘관의 배는 도망갔다고 적혀있다.

'욱일승천기'니 뭐니 자랑스러운 듯 일본해상자위대를 대단한 양 이른바 문대통령에게 한 말처럼 '자위'하고 있지만 일제 해군이라는 게 이쯤되자 싸울 의지가 없었다.

 

센토구급 잠수항모는 미군 함대가 집결되어 있는 울리시 환초에서 카미카제로 연합군 함대를 최대한 저지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울리시 환초로 향했지만, 주위에서 일본군 잠수함이 격침당하자 잠수항모 2척인 I-400과 I-401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선회, 접선하지 못하고 헤맸다.

 

그러던 중 핵폭탄을 맞고 미·일 종전협정이 이루어진다.

종전이 되자 귀환 명령을 받고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한 I-400은 산리쿠에서 미 구축함 2척과 조우한다. 승산이 없는 것이 뻔했던데다 천황의 항복 선언 후라 I-400의 승무원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항복하였다.

I-401도 미국 해군 잠수함과 조우하여 서로 함포를 조준하기도 했지만 동경에서 항복 명령이 내려오자 항복하여 미군에게 나포당했고 2척의 잠수항모는 변변찮은 활약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운명을 마쳤다.

 

판옥선 12척으로 울돌목에서 이순신 장군이 적 수백척을 물리칠 수 있었던 건 당시 조선 민중의 이순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불리한 국면을 타개할 수 있었다.

 

잠수항모 2척에 세이란 6기가 아무런 활약도 못한 건 이미 패배감이 가득한데다 일본인들의 지지도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괜히 예민해져서 남의 선수촌 현수막이나 뜯어낸다고 자라나고 있는 열패감을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카미가제로 가서 죽으라며 히로뽕이나 주는 나라를 대체 누가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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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도쿄올림픽 한국선수단 숙소에 새롭게 걸린 ‘범 내려온다’ 응원 현수막.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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