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도의 물결, 새만금에 희망을 띄우다
여름에서 겨울까지, 26번의 기도
새만금상시해수유통을 위한 미사가 지난 1월말로 잠정 끝을 맺었다.
추워진 날씨와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김근오 시민기자가 그간 천주교 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과 전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앞장서 생명회복을 위한 미사를 드린 것에 대한 활동평가를 정리했다./편집자 주
여름에서 겨울까지, 26번의 기도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 아래, 부안 해창갯벌에 모인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단순한 신앙 행위가 아니라, 생명을 위한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반년이 지난 어느 겨울날, 전북도청 앞에서 마지막 미사를 봉헌했다.
6개월 동안 이어진 26번의 미사는 단 하나의 염원을 품고 있었다.
“새만금 갯벌을 되살려야 한다.”
여름 미사에서는 도민 서명운동이 함께 이루어졌고, 수많은 신자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서명을 남겼다.
가을에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더 많은 발걸음이 이어졌다.
겨울에는 차디찬 바람이 몰아쳤지만, 갯벌을 살리려는 마음만큼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이 기도는 단순히 새만금의 상시 해수유통과 생태계 복원만을 바란 것이 아니었다.
점차 계엄과 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한 기도도 함께 올려졌다.
새만금 갯벌에서 시작된 작은 외침은, 결국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졌다.
갯벌 앞에서 고개 숙인 기도, "우리는 자연 앞에 죄인입니다"
미사는 참회와 성찰이 절실히 요청된다.
새만금 미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는 자연을 함부로 대했습니다."
"수많은 생명을 짓밟았습니다."
"이제는 용서를 구합니다."
새만금 개발사업은 거대한 모순과 거짓 위에 세워졌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갯벌을 메운 지 33년.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서해 갯벌 중에서도, 새만금은 단연 생물다양성이 뛰어난 곳이었다.
그런데도 이 땅은 지금도 계속해서 훼손되고 있다.
미사에서는 기후위기와 멸종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블루카본(Blue Carbon,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의 중요한 저장소인 갯벌을 보존하는 일은, 단순한 환경 보호가 아니라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 과제다.
하지만 새만금은 30년 넘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고 있으며, 그 속에서 무수한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다.
"자연을 살리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을 살리는 일입니다."
기도는 행동이 되었다
기도는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도민 서명운동은 1만 명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새만금 기본계획’에 상시 해수유통을 반영하기 위한 운동본부가 출범했다.
정치인 및 유관기관 면담, 새만금 현장 탐방도 이루어졌다. 그리고 도청 앞에서 미사를 올리는 동안, 해양수산국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이며 대화에 응하기 시작했다.
새만금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그리고 생명을 살리려는 기도가 하늘에 닿는다면,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우리는 이제 새만금 앞에서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파괴를 멈추고, 다시 생명을 품을 것인가.
기도의 물결이, 결국 새만금에 희망을 띄울 수 있기를 바라본다.